가만히 있으면 호구된다.
직장인이 이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연봉'이다. 다른 이유로 본인의 커리어, 워라밸, 팀 문화 그리고 상사 등이 있겠지만 연봉만 맞춰준다면 언제든 이직할 준비가 된 직장인은 못해도 최소 3할은 된다.
그렇다면 평가 시즌마다 로또 번호를 맞춰보는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까? 근속연수가 차면 자연스럽게 승진시켜주는 대기업과 달리 대부분의 기업은 평가에 따라 연봉이 오르게 된다. 즉, 능력에 따라 본인의 가치가 측정된다. 한데 주변을 돌아보면 묵묵히 일을 열심히 하고 근속연수도 길지만 연봉은 요지부동인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매니저가 알아서 본인의 성과와 노력을 알아주길 원하지만 결과는 물가상승률만을 반영한 연봉이 고작이다.
이런 이들보다 업무보고를 쇼잉 오프 (showing off)하는 직원들이 더 빨리 승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앞서 말한 직원들은 이런 타입의 직원들을 싫어하지만 결과적으로 죽 쒀서 개 주는 상황을 마주하게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내가 매니저라고 생각해보자. 업무를 고도화, 자동화를 시킴은 물론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을 시장에 없고 묵묵히 열심히 일만하는 직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싼 가격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으니 가성비가 좋은 인력이라고 생각이 들것이다. 거기다 근속연수까지 길다면 '아! 얘가 이 연봉에 만족하며 다니는구나' 또는 '애사심이 높은 친구구나'라고 치부해버리기 쉽다.
과연 이 세상에 알아서 교육시켜주고 고평가를 해줘 연봉을 올려주는 이해심 넓은 매니저가 있을까? 단연코 말하지만, 대한민국에 그런 매니저를 알고 있다면 나 좀 소개해달라.
그렇다면 스스로 가치를 높이려면 연봉을 높이려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본인이 진행한 모든 프로젝트를 언제든 보고 할 수 있게 준비한다. 되도록 사용한 스킬과 참여율도 함께 써주면 좋다. 이직할 때 헤드헌터에게 이력서로 대체할 수 있으니 귀찮아하지 말자. 기회가 된다면 논리적으로 본인의 아이디어를 프로젝트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반영된다면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으니 위 사례와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그렇다면 나는 어땠을까? 지난 1년 동안 나는 미친 듯이 일하고 공부를 했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믿어왔다. 국내외 교육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참여하고 배운 것들을 정리해서 매니저에게 어필했다. 나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으니 더 많은 일을 달라했다. 업무를 할 때마다 고도화 + 자동화를 한 것은 물론 대부분의 모델링과 리포트들을 직접 쓴 코드와 계산식을 써서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놨다.
프로젝트가 많아질수록 내 이력서는 길어지고 견고해져 갔다. 하루에도 몇 통씩 헤드헌터에게 이직 제의를 받아오던 2018년 11월 우리 회사는 2조 2600억 원을 투자받았고 그날 나는 승진했다.
직장인에게 연봉은 자신의 가치를 치환한 숫자다.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매니저를 전적으로 믿고 기다려선 안된다.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고 요구해야 한다. 가만히 기다리면 호구가 될 것이고 너무 뗑깡을 부리면 퇴사자가 될 것이다. 단 스스로 자문해보자, 본인이 회사에 가치 있는 존재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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