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에 대한 글은 어떤 형태로든 찬반 또는 흑백 논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명문대 타이틀을 얻기 위한 이들의 수는 매년 늘어나지만 결국 소수만이 쟁취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 권리를 얻지 못한 다수와 권리를 누린 소수로 수렴하며 그에 대한 나의 견해를 써보고자 한다. 다만 학벌은 자극적인 주제이므로 긍정적 또는 회의적 피드백은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먼저 명문대를 간 사람은 성실하다는 가능성을 내 견해의 기저에 깔아 둔다. 확률적으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지는, 주변 환경에 대한 다양한 독립적인 변수를 컨트롤할 수 있고 그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들이 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친구들과 놀고 싶고 잠을 자고 싶은 욕망을 스스로 조절하고 꾸준히 공부하고자 하는 자세를 갖춘 사람들이 좀 더 성실하고 배움에 대한 갈망이 클 확률이 높다. 결국 명문대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수준 높은 지성과 과거 그들이 쟁취하고자 하는 것에 할애한 시간을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권리를 원하는가? 직주 근접한 학교 위치, 교환학생 시스템, 우수한 교수진 등 대부분의 학교들은 이러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후천적으로 명문대학교들이 주는 혜택들은 타학교에서는 얻을 수 없는 다양한 담론과 건설적인 사고 그리고 내부에서 생산되는 집단지성이다. 뛰어난 인재들 사이에서의 건강한 경쟁은 그들로 하여금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 달성을 위한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제공해준다. 사례는 인터넷에 널렸다. 대기업 다니는 동문선배가 공고에 올라오지도 않은 채용을 알려줘 취업했다는 정보의 질에 대한 썰부터 명문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너써클까지 단점보단 장점인 경우가 많다.
잔인한 얘기지만 고시 합격인원과 대기업 임원 승진 리스트를 보더라도 대부분 명문대 고학력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해서 사회진출을 하게 되면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카르텔을 무시하기엔 무리가 있다. 학연, 지연, 혈연 등 개인이 가지고 있는 백그라운드를 통해 유대감을 느끼고 역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학원 과외 등 본인들만의 울타리를 만들기 바쁜 게 아닐까?
하지만 학벌에 편중된 잘못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입시 스릴러 'Sky캐슬'은 이러한 부분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명문대 출신의 고위층 자제들에게 수능은 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의 높이를 유지하고 더 견고히 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이며 원하는 학벌을 얻기 위해서 불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는 장면들이 매 회마다 반복된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부모가 자식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자신의 출신성분을 감추고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하는 태도였다. 결국 거짓말을 들켜 자식에게 더러운 유전자를 줬다는 말을 들은 부모가 충격에 빠지 장면은 진짜 저런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내가 생각하는 학벌은 본인의 노력으로 얻은 성과며 권리다. 해서 그들이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을 받는 것은 마땅하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벌의 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의 박탈감 또한 이해해주어야 한다. 멘토링을 하여 가장 안타까웠던 케이스는 학벌이 좋지는 않지만 노력으로 학벌 차이를 극복 못하고 실패하여 원치 하는 중견기업에 입사한 친구였다. 내가 조언을 해주면서 물어본 질문은 '그렇다면 대기업 입사한 사람들은 전부 명문대 출신인가?'였다.
모든 사회에서는 격차가 벌어지고 그 격차로 인해 박탈감과 좌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사를 되짚어보더라도 인류사회에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해왔으며 계층 사다리를 극복하는 방법은 지식을 쌓는 것이었다. 이는 부잣집에서 태어나는 것보다 선형적인 확률을 기반으로 한 공부가 성공적일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돈이 많으면 행복하진 않다더라도 불편하진 않다. 만약 불편한 것이 싫으면 지식을 쌓아서 계층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된다. 다만 좋은 학벌이 무조건적인 행복과 부를 가져다 주진 않는다. 학벌, 재능, 노력, 주변 환경 등 모든 것을 갖추어도 원하는 행복을 찾을 수 없을 수도 있다. 이는 확률과 가능성의 영역이기에 본인이 쌓아온 노력을 어떠한 형태로 이용하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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