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무능력해질 때까지 승진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은 아마도 부정적으로 많이 쓰일 것이다. 가령 잘못된 판단으로 조직의 방향을 잃게 만들거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얻어야 하는 결과물들을 생각하지 않고 강행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업무를 위한 업무를 만들어주는 멍청함 등이 좋은 예일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런 무능한 매니저들은 대부분 주니어였을 때 업무 성과가 좋아 승진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승진하고 무능력해지며 본인의 무능력함을 감추기 급급한 것일까?
경영학을 공부해본 사람들이라면 '피터의 원칙 (Peter Principle)'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피터의 원칙은 조직원이 본인의 능력의 한계치를 넘는 직급까지 승진하게 되면 조직의 직급은 무능력자로 채워진다는 이론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개발자 출신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승진을 거듭하며 기획자 또는 Product Owner가 되면 코딩 기술과 더불어 피플 매니징을 해야 되는데, 직전 업무와 다른 소프트 스킬이 필요하게 되어 조직을 이끌지 못하고 정체되게 된다.
다른 예로, 상위 매니저가 공석이 되는 경우 밑에 있는 유능한 조직원이 그 자리를 승계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는 그 조직원의 한계치를 시험하게 되는 시험대가 되기도 한다. 그들 대부분은 실패한다. 그 이유는 주니어 직무에는 나름 잘했을지 모르지만 시니어 직무가 적합한지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서 뛰어났던 조직원이더라도 자신의 능력의 한계치를 넘는 자리로 올라가게 되면 능률이 떨어져 버리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조직에는 무능력한 인력으로 채워지고 결국 '썩은 사과' 같은 매니저가 생기게 된다.
위 예시처럼 피터의 원칙은 무능해지기 쉬운 조직의 병리현상을 지적하는 이론으로 무능력한 매니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본인이 시니어에서 피플 매니징으로 넘어가게 될 경우 그것이 자신의 최종 직위임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조직원들을 쪼아 본인의 유능함을 증명하려고 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자신의 무능을 감추려 시도할 것이다. 가령 문서의 자간에 집착을 한다거나, 정리되지 않은 데이터로 만든 도표에 집착하고 쓸데없이 길게 늘어져 군더더기가 많은 문체를 쓰는 만연체를 쓰게 돼 소통의 부재를 만든다.
피터의 원리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의 자리에 만족하는 것이 가장 완벽하다고 한다. 해서 적정 수준을 넘는 승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며 승진에 집착하기보단 유능한 조직원으로 남아 그 수준에 머무는 것이 더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멈춰야 하는 곳을 스스로 인지하고 욕망의 끈을 끊을 수 있는 결단력과 현명함이 필요하다.
세상에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겠지만, 유능한 매니저라면 불만 있으면 '이끌고', 귀찮으면 '따르고', 잘 할 자신 없으면 '비켜라'를 기억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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