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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Feb 07. 2023

우리는 어떤 색을 원하는가?

내도 해안도로와 보리밭길을 걷고서

겨울철 바깥운동의 최대 방해꾼은 추위와 바람이다.


찬바람 때문에 며칠간 걷기를 쉬었다.

밖을 보니 나뭇가지에 모처럼 바람이 없어서 걸어도 좋을 듯했다. 주섬 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방학을 맞아 오랜만에 집을 찾은 아들도 동행이어서 든든하다.



어디로 가볼까?        


사실 두 달여 못 가본 바닷가가 궁금하기는 하다. 그런데 바닷바람이 걱정이다.  

 " 오늘은 날씨도 괜찮으니 바닷가로 가죠, 아들한테 이호해수욕장도 구경시켜 줄 겸.." 

내 고민을 알아차린 듯 동반자인 아내가 말했다.

" 오케이, 그럽시다. 가다 추우면 돌아오면 되니까"


우리는 바닷가로 방향을 잡았다.

10분여를 걸어서 바닷가에 거의 도착할 무렵, 생각지 않았던 바람이 분다.

얼굴을 때린다. 제법 차다.     


오늘 목적지인 이호해수욕장까지는 내도해안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해안도로는 몇 해 전 오래된 어촌마을을 부수고, 뚫어서 만들었다.

구불구불하고 좁던 해안가길을 넓혀서 탁 트인 아스팔트길로 만들었다.

시원한 바닷가를 끼고 있어서 풍광이 일품이다.

도로변이 잘 정리되고, 깔끔해서 새로운 카페와 먹을거리들도 많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관광객들과 걷기 운동을 하는 동네사람들도 많다.


아직은 덜 익어서 그런지 어색한 도회지스러움이다.  


해안도로에 접어드니 본격적으로 제법 바람이 분다.

바람을 막아줄 것이 없이 탁 트인 곳이라 거침없이 달려드는 겨울 바닷바람은 차기만 하다.

입이 얼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못할 정도다.

구깃 구깃 주머니 속에 감춰두었던 마스크를 꺼내야 할 정도다.


도회지스러움의 맛인가?    

   



찬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면서 2KM여를 걸었다.

돌아오는 길, 추위를 피하고 싶었다.

해안도로 바로 윗편 농로길을 택했다. 아직은 개발이 손길이 조금은 덜 미친 곳이다.   

밭들이 넓게 펼쳐져있고 사이사이로 좁은 농로가 구불구불 돌담으로 만들어진 시골길이 펼쳐져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보리농사를 하던 곳,  

여름철 이곳의 파란 보리밭은 SNS를 장식할 정도의 명물이다.

지금은 중간에 빌라촌이 들어서면서 옛날의 정취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자연과 동업을 하는 농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아직도 살아있는 고즈넉한 농촌 분위기와 바람 송송 구멍이 뚫린 밭돌담길은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준다.

따스하고 포근했다.


오랜만에 찾은 시골 고향의 어머니의 품속 같다.       


좁은 공간, 섬마을 제주의 색깔은 나날이 변하고 있다. 

회색 빛깔의 도회지스러움과 황토색의 시골스러움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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