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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y 17. 2023

한국인 지인에게 치약을 나눔 했더니 들은 말

치약은 그냥 치약, 나는 그냥 나


왜 이렇게 치약이 많으시지?
ㅇㅇ생활건강에 관계있는 분이 있나?
가족 중에 ㅇㅇ화학 다니시는 분이 있는 건가? 했어요.




그러니까 그 치약은 바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 우리 부모님께서 하와이까지 이고 지고 오신 치약이었다. 생필품이 풍족하게 쌓여있으면 뭔가 뿌듯한 마음이 든다. 치약과 샴푸는 소모품이니 다른 분들과도 그 넉넉함을 나누고 싶어서 여기저기 나눠줬더랬다. 물론 고맙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유독 저 말이 내 귀에 꽂힌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 가끔 


한국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정형화된 패턴이 느껴지는 대화 양식이 있다. 마치 교과서 예시문처럼 하나 같이 나오는 대답과 그 대답에 대한 반응까지 정답처럼 정해져 있다. 이 패턴은 너무나도 당연해서 스스로가 그 패턴 속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도 못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평가가 너무나도 당연한 사회이다. 그것이 주체성이나 인정욕구의 특수적인 표현일 수도 있고, 한국인의 정이나 순수한 관심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인생 시기 별로 학교, 회사, 거주 지역이나 출신 지역으로, 어떤 사람은 자산 규모나 경제적 능력 위주로, 어떤 사람은 나이, 외모, 신체적 특징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 같다. 그 관심이 평가로 이어지고 비교나 경쟁이 되기도 한다. 그 자체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다른 문화라고 유토피아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의 사회적인 특징 덕분이 이런 현상이 ‘가능’ 해졌다는 의견이다. 다양한 인종이나 종교, 문화, 생활방식이 공존하는 나라에서는 직관적으로 단순하게 구분을 하고 그 결과 차별로 이어질 때도 있다. 인종이나 성, 출신 국가, 종교 등 눈에 띄는 특징이 명확하니까. 


하지만 다 같이 한민족, 같은 교육과정을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공통으로 교육받고, 사회적 통념이나 가치판단, 그리고 삶의 목표까지 비슷하게 갖고 있다. 그렇기에 양상이 조금 다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세밀하고 정교하다. 




수준 높은 복지와 교육열 덕분에,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살기 좋은 사회라는 것. 그런데 그 이면에는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 상향평준화, 완벽주의, 관계주의와 주체성의 특수한 발현, 좁은 땅에 많은 인구... 그 안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의 삶과 내가 비교되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으니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도 비슷해서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에 서로를 평가하는 게 아닐까? 나와 남을 구분하고 나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어서.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싶어서. 나만의 무언가를 갖고 싶어서. 그래서 MBTI고, 성격 유형이고, 혈액형이고, 사주팔자고, 자신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때로는 그 마음이 확장되어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우위를 정하고, 자세하고 구체적인 온갖 기준들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위치를 찾기 위해 서로의 급을 나누는 게 아닐까? 그것도 사회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는 부분에서 만의 경쟁이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는 데 말이다.




2. 아마도 


선생님들에 둘러싸여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평가가 제일 싫다. 


아직까지는 한국에서는 선생님의 소명감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누군가를 ‘교화’ 시켜준다는 것도, 바른 길로 인도한다는 것도, 선생님의 입장에서 학생을 대하듯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준다는 것도, 엇나갈까 봐 걱정된다는 것도... 그것을 상대가 원할까? 타인에게, 심지어 학생이라도, 그런 관계가 적절할까? 오히려 건강한 관계는 평등하고 공정한 상호작용이 필요하지 않을까?


선생님이라는 자의식은 평범한 직장인들보다도 강하다.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교사의 자질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역차별적으로 여러 제약이 생기니, 그에 대한 보상심리가 생겼을 수도 있다. 물론 모두 타당한 감정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특히 수 십 년을 교직에 몸담은 분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모’ 보다 ‘선생님’에 우선순위를 두기도 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도덕적 특권 의식 또는 도덕적 우월감이라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이해한다. 단순한 직업을 넘어서 선생님이라는 자아정체성을 형성한 것이, 어쩌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해야만 버틸 수 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느 생각이 든다. 


어느 한 사람이 선생님이라는 포지셔닝을 하게 되면 그 관계는 필연적으로 상하관계로 정착될 수밖에 없는데, 평등한 관계를 원하는 나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 된다. 아무래도 교사 집단의 아주 특수하고 소수적인 그런 상황이 폐쇄적인 문화를 만들어 낸 걸까? 현실과는 동떨어진 고립적인 상황이 일상이 되니, 어쩔 수 없이 조금은 편협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래, 성적표랑 생활기록부 작성하는 게 일인데, 사회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는 게 자연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3. 사실은 


내가 그랬었다. 그래, 이 모든 게 내 눈에 보이고 내 마음에 걸리는 이유는 내가 그랬었기 때문이다. 나도 속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고 구분 지었었다. 나도 남편이 잘못됐다고 믿고 바꾸려고 했다.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고, 내가 옳다고만 믿었었다.


그 안에 있을 땐 나도 보이지 조차 않았던 부조리함, 어쩌면 편견, 심할 땐 차별인 그 상황들에서 내가 얼마나 틀렸었는지가 이제는 보인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나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물론 자연스러운 유추일 수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라고 도출했을 수도 있다. 무언가를 받으면 얼마큼 갚아야 하는지, 갑자기 생필품을 나눠주면 이걸 왜 주나, 무슨 의도로 주는가, 이게 어디서 나온 물건일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어쩌면 받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상표가 있는데 다른 상표였을 수도 있고, 그 모든 경우를 이해한다. 


다만 나는 이제 그런 대화가 불편해졌다. 그 말이 불쾌했다거나 상처였다 거나 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조금 의아했다. 차라리 거절하면 오케이 받아들이고, 차라리 대놓고 물어보면 대답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여러 번 설명했었지만 잊어버렸을 수도 있겠지.) 나는 그냥 잘 쓰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니 싫으면 돌려받으면 되니까. 


내가 그랬었기 때문에... 보이는 떠보는 식의 질문과 그 안의 의도 (실제 그 의도가 담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리고 그 뒤의 평가 (실제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가 불편했다. 그분이 소름 돋는다고 표현하셨던 다른 분의 행동과 비슷하게 나에게 느껴지는 건, 결국은 내가 그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머리가 꽃밭이었다면 순수하게 질문했다고 느꼈겠지.


나는 그냥 아무 걱정 없이 놀고 싶은데.

생필품이 많아 선의로 나눔 한 것뿐인데.


나 스스로가 타인의 평가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스크류바 같이 꼬인 주관적인 오해나 판단 없이, 맑게 생각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싶다. 

좋은 것만 보고 예쁜 것만 즐기며 꽃 같이 살고 싶다.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동경하거나 부럽다는 마음도 순수하게 표현하고, 

누가 나에게 그렇게 다가와도 경계하지 않고 그 마음을 감사히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치약은 양치할 때 쓰고, 치약을 준 사람의 직장까지는 고민할 필요 없을 때까지, 

누군가를 떠보거나 간보거나 반응을 유도할 것 없이, 그냥 진심을 표현하고 싶다.




치약은 치약, 나는 나.

치약은 양치할 때 쓰고,

나는 행복하게 살고.

-끝-







하와이는 여전히 평화롭다.







남편이 맛있는 것도 해주고, 처음 보는 음식인데 치즈가 들어가 있어서 엄청 맛있었다.







최고심 부적도 붙여놓았다. 우리 남편 꿈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나 노력하는데, 운도 타이밍도 잘 따라주길 ㅠㅠ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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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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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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