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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un 06. 2024

집 없고, 일 없고, 돈 없는 유랑생활

5월 다섯째 주

세계여행 다니는 부부가 참 부러웠다. 둘이서 합심해서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모습이, 이국적인 공간에서 추억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낭만적이지 않는가?! 우리도 떠난다. 자의 반 타의 반. 여행지는 시댁이지만... 앞으로 어디든 갈 거니까. 그래도 새로운 도전!





0526 일요일


소도시 여유로운 생활에 적응 완. 맥시멀 집 안에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어서 외출할 필요가 없는 일상이다. 처음에는 앉아서 이것저것 하면서 하루를 보냈는데, 이제는 거의 누워있는다. ㅠㅠ 인간의 적응력이란~ 간사한 나의 마음이란~~ 치킨 먹으면서 브리저튼 밤 꼴딱 새고 다 봤다 ㅠㅠ





0527 월요일


정원 한쪽에 있는 딸기밭(?) 너무 대충 있어서 딸기가 있는지도 몰랐다. 남편이 그냥 손으로 툭툭 따옴. 귀여운 딸기. 이렇게 집에서 딸기를 직접 따서 먹을 수 있다니! 너무 신기하다. 이런 게 자급자족?!


휴일인 오늘, 맨날 놀고 먹으니까 요일 감각이 없어진다. 하지만 오늘은 생산적인 일을 했다. 이력서를 쓰고 제출한 날. 이력서랑 자소설만 보면 열쩡 넘친다 ㅋㅋㅋ 열쩡 열쩡 열쩡! 이렇게 빨리 재취업 시장에 내던져질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잘 됐으면 좋겠다!





0528 화요일


정원을 가꾸는 것도 정말 손이 많이 간다. 집안일과는 차원이 다른 품이 든다. 식물 포함 모든 생명을 키운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실내에 있는 식물들은 물을 주긴 했는데 이파리가 비실비실 말라가는 것 같기도 하고... ㅠㅠ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가 적정량일까 ㅠㅠ 괜히 우리가 보살피는 동안 아프거나 죽어버릴까 봐 걱정이다.


정원에 있는 식물들도 호스로 이리 끌고 저리 끌고 물을 주긴 했는데, 운동 한 판 한 것 같은 기분. 이렇게 주는 게 맞나 비도 오고 해서 얼마나 주는 게 맞나. ㅜㅜ 꽃이랑 펴 있기는 한데 집주인님 오실 때까지 제발 잘 살아줘!! ㅠㅠ





0529 수요일


시어머니의 사촌내외분과 어제의 저녁 식사에 이어서 지역 박물관 탐방. 모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니, 지금 내가 쓰는 이 기록들도 매우 단편적이고, 아주 일방적인 이야기겠지 ㅠㅠ 저녁에는 친구네 초대받아 놀고 옴. 두 살짜리 아이랑 노는 것도 일이다 헥.





0530 목요일


남편이랑 하루 온종일 둘이 붙어있다 보니까 남편 패턴에 맞추게 된다. 아침에 다 돼서야 잠들어서 오후 느지막이 일어나는 올빼미 생활. 알고 보니 시어머니께서도 야행성이시다. 시댁이랑 생활 습관이나 시간관념 등 자잘하게 맞지 않아 불편하다... 규칙적으로 출근하는 일을 갖게 되면 남편도 아침에 일어나 활동하는 습관이 들겠지? ㅠㅠ





0531 금요일


팟럭 파티 갔다 옴.





0601 토요일


하와이에서 보낸 마지막 주부터 내내 시댁 패턴에 맞추다 보니 빨리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겠다는 마음이 확고해졌다. 각각의 사정은 물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다. 서로 감정 더 상하기 전에 웃으며 마무리하는 것도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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