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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n 13. 2022

<이탈리아 11일차> 파랗게 빛나는 친퀘테레..그리고

<이탈리아 1일차> 로마의 휴일, 그래도 팁

<이탈리아 2일차> 화려한 바티칸, 투박한 산탄젤로

<이탈리아 3일차> 로마 여행에서 놓치거나 놓칠뻔한..

<이탈리아 4일차> 예나 지금이나 인간들이란

<이탈리아 5일차> 사기캐 토스카나에서 관광 대신 여행

<이탈리아 6일차> 몬테풀치아노, 로망이 이긴다

<이탈리아 7일차> 발도르차 평원의 빛과 바람

<이탈리아 8일차> 토스카나, 하늘이 다했다.

<이탈리아 9일차> 피렌체, 63층을 올라갔다니

<이탈리아 10일차> 오, 다비드.. 그리고 피스토야


1.
일과 즐거운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건 노력이 필요하다. 빈은 얼마전 캘리포니아에 다녀왔다. 여행인줄 알았더니 직업적 탐사. 캘리포니아 폐광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산업 유산을 탐구하며 도시 역사를 연구하는게 그의 일이다. 뉴욕에 갔을 때는 버려진 운하의 현장과 기록을 챙기고, 브라질에서는 정원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폈단다. 스쿠버다이빙을 취미 삼아 하는 건줄 알았더니, 멕시코와 호주의 해저 유적을 탐사하려고 30m 다이버 자격증을 땄다나. 코로나 때문에 해저탐사는 아직 가지 못하고 미룬 상태. 역사학자인줄 알았더니 누군가의 일이 이렇게 부러울 줄이야. 일을 즐겁게 하려고 나름 애쓴 결과라나. 그러나 일하며 고민 없는 이가 있을까?

일은 때로 새로운 일을 부른다. 아동발달을 연구하던 소연은 미국 작은 도시에서 일을 시작했다가 낯선 경험에 부딪쳤다. 2000년대  백인이 대부분인  2000여명 교수진 중에 아시아계는  3. 유아 센터에는 한국계 2, 중국계 1명의 입양아가 있었단다.  가족들은 소연에게 궁금한게 너무 많았다. 그저 한국인일 뿐인데, 돌사진에 한복은 어떻게 입히는게 맞는지, 중국음식점 하나가 전부인 곳에서 아이에게 중국을 어떻게 알려야할지. 한국인인 소연이 해줄 말이 많았을리 없다. 하지만 단지 극소수의 아시아계 교수라는 이유로 입양아 부모들을 만나게  소연은 국제 입양 문제에 대해서도 논문을 쓰게 됐다. 입양아 가족들, 입양아 출신인데 입양아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데려다주는 일을 하는 이를 만나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녹음한 카셋트테이프의 말을 들으면서 펑펑  기억을 소환했다. color blind, 우리는 피부색이나 인종에 생관없이  같은 인간이라는 접근도 위험하고, tourism, 빈곤과 폭력을 보고 안타까워하고 양심에 괴로워하다가 돌아서면 다시 지나가버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딸기는 아프리카 난민촌에 가서 손을 꼭 붙잡고 따라다니는 아이 때문에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고민을 겪었다. 주머니 속에 있던 초콜렛을 쥐어줘도 될까? 극도로 어려운 그곳에서는 강간도 빈번해 32살에 이미 할머니가 된 여자는 본인도, 딸도 다 강간으로 아이를 낳았다. 난민촌의 아이들에게는 어떻게든 해외로 입양되거나 떠나는게 최선일까? 그들의 삶을 바꿔줄 수 없다면 우리는 뭘 해야하지?


이탈리아 여행을 즐기는 네 여자는 서로 다른 경험을 털어놓았다. 일과 일상의 균형을 생각하고, 일하면서 부딪치는 고민을 깊숙한 어딘가 담아놓고 그 다음 고민을 이어가는 여자들이다. 60유로에 와인 6병을 포함해 저녁거리를 사왔다. 음식 값은 20유로 남짓이지만, 성의껏 #마냐밥상 차려봤다. 샐러드는 레디메이드로 좀 사고, 야채를 따로 샀다. 족편을 닮은 살루미를 비롯해 끝내주는 살루미가 저만큼 3.5유로.
토스카나 피스토이아의 시골집마당의 저녁은 안그래도 잊지 못할 시간인데, 대화가 무르익을수록 다들 열심히 살아왔구나 등을 두드려주고 싶었다. 정답이 없어도 우리는 고민의 자락들을 이어간다. 앞으로도 그럴테지.


2.

여행의 기획자 소연은 친퀘테레에 다녀오기 위해서 피스토이아에 숙소를 잡았다고 했다. 피렌체에서는 2시간 정도인데, 피스토이아에서는 1시간 반. 어차피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길에 있다. 피스토이아의 시간도 좋았지만 오늘은 사실 친퀘테레를 남겨야 한다.


토스카나가 아니라 리구리아 주의 바닷가 도시 친퀘테레는 Cinque, Terre .. 5개의 땅이다. 5개 마을을 잇는 기차를 타야 한다. 주차장에서 나가면 바로 La Spezia 기차역. 해안을 따라 달린다...고 들었는데, 사실 터널 구간이 훨씬 많아 바다는 잠깐 본다는 건 몰랐다. 우리는 18유로 종일권 티켓을 샀다. 탔다 내렸다를 반복할 때는 이게 낫다.
여행사진 릭 스티브스는 친퀘테레에 이틀을 쓰라고 권한다. 하루는 하이킹, 하루는 해수욕. 우리는 당일로 다녀오는데, 이곳을 소개한 빈은 처음부터 해수욕보다는 하이킹에 관심이 있던 모양이다. 수영복을 준비하라는 말도 안했고, 본인은 바닷물에 들어갈 생각도 없었는지 피렌체에서는 날마다 샌들을 신고다니더니 이날 양말과 운동화를 신었다. 우리는 내내 18유로 밖에 안하는 비키니를 사야하는 건지 친퀘테레 바다마다 고민했다. 이런 사진을 보면 들어가고 싶지! 문제는 들어가고 싶은 투명한 바다는 깊다.. 나와 딸기는 발이 닿지 않는 바다 수영은 어렵다... 그리고 이곳은 도저히 원피스 수영복을 입을 수 없다. 비키니라니..  토플리스 여자들을 현장에서 처음 본 나를 소연과 빈이 놀렸다. 눈 휘둥그레 하지 말라고 했다. 피렌체의 숙소에서 열린 창을 통해 타인의 달뜬 교성도 처음 들어봤는데 역시 놀림감이 됐다. 유럽의 기차여행, 게스트하우스에서도 다 들어본 녀석들에겐 신기한게 아니었다. 나만 촌스러운 한국 아줌마구나.


출발지에서 가장 먼 역은 몬테로소. 오래 걸리진 않는다. 몬테로소는 해운대 분위기다. 파라솔 대신 모래사장에 타월을 깔고 누워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해변은 어디나 아름답다.


간신히 발만 담근 나와 딸기... 모자를 여러개 가져온 소연 덕분에 계속 다른 모자를 빌려썼는데 이날 모자는 빈의 것. 빈은 소연 모자를 쓰고.. 여자들이 다니면 이런 것도 좋다.


기차를 타고 지하철 한 역 정도 가면, 이번엔 베르나짜. Vernazza. 사실 이 해변은 그다지 예쁘지 않다. 다만 주변 예쁜 건물들과 분위기가 좋긴 하다.


아. 점심은 몬테로소 해변 식당. 라 칸티나 디 미키. 저렴한 이탈리아 밥값에 익숙해진 우리에겐 비쌌지만 그래봐야 92유로. 세비체는 상상했던 것과 달랐지만 소연은 먹물 파스타에 크게 만족했다. 이것저것 속을 채운 앤초비 튀김이 정말 맛있다.  


베르나짜에서 페리를 타면 세번째 도시 코르닐리아Corniglia 는 그냥 지나가면서 보고 네번째 도시 마나롤라Manarola 로.


코르닐리아는 알록달록 바닷가 집들이 예쁘긴 하지만, 관광객들이 이런 식으로 지나가면 영업은 잘 안되느게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을 잠시 해주고.


거리는 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토스카나에서 만난 다른 도시들에 비해 더 작고, 더 파스텔 색감은 더 예쁘고, 건물은 더 낡았다. 거기서 주는 정취가 또 다르다.

발만 몇 번 더 담그고.. 마나롤라에서 리오마조레 Riomaggiore 까지는 걷기로 했었는데..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 포기. 그늘은 시원하지만 햇볕 아래는 덥다. 바다에 들어가야 했는데..
무튼, 친퀘테레는 야경으로 유명하지만 우리는 패쓰. 예쁜 모습 구경하려면 여기


돌아오는 길에 피스토이아 슈퍼마켓. 지금까지 가본 중 큰 마켓을 이 작은 도시에서 만나다니. 작은 살루미 전문점만 다닐땐 그러려니 했지만 슈퍼도 이 정도라니. 햄과 치즈도 좋지만, 올리브 절임류도 아주 끝내준다. 그러니 저런 저녁을 차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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