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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n 14. 2022

<이탈리아 12일차>만토바 공국..가르다 호수

<이탈리아 1일차> 로마의 휴일, 그래도 팁

<이탈리아 2일차> 화려한 바티칸, 투박한 산탄젤로

<이탈리아 3일차> 로마 여행에서 놓치거나 놓칠뻔한

<이탈리아 4일차> 예나 지금이나 인간들이란

<이탈리아 5일차> 사기캐 토스카나에서 관광 대신 여행

<이탈리아 6일차> 몬테풀치아노, 로망이 이긴다

<이탈리아 7일차> 발도르차 평원의 빛과 바람

<이탈리아 8일차> 토스카나, 하늘이 다했다.

<이탈리아 9일차> 피렌체, 63층을 올라갔다니

<이탈리아 10일차> 오, 다비드.. 그리고 피스토야

<이탈리아 11일차> 파랗게 빛나는 친퀘테레..그리고


피스토이아 숙소 뒷마당에서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상상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노랫말처럼 저기 사는 분이 이구나. 행복할까? 충분할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  


안녕 토스카나. 북쪽으로 출발했다.

이탈리아 휴게소에 잠시 들렸다가, 점심까지 해결했다. 구경하다보니 안 먹을 이유가 없었다.

3인분 39유로.. 넷이서 먹다가 남겼다. 맛없는게 하나도 없다. 배가 불렀다. 학센이 이렇게 부드럽고 푸짐한 거였구나. 북부로 올라오니 독일의 영향이 사소한 것부터 느껴진다. 다음 도시가 미식도시라 불리는 줄 알았다면 참았을까? 아니 꽤 괜찮은 점심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이란건 자주 접할 수 있는건 아니니까.


여정의 중간 도시로 볼로냐를 포기하고 만토바 Mantua 택했다.  볼로냐 로망이 있었으나 짧게 들리기엔 아까운 도시라고 어젯밤 최종 결론냈다. 지나가는 길이란 이유로 선택한 만토바 공국, 세계사 어느 대목에서 들어본 이름인데? (근데 만토바? 만투아?)
가르다 호수에서 발원한 민치오  덕분에 3면이 물인 만토바. 천혜의 요새도시로 육상 해상 수송의 길목이다. 역사의 분기점에 고생 많았다는 얘기다. 기원전 6세기에 에트루리아인들이 자리잡은  권력과 암투의 온갖 이야기가 만토바에 펼쳐진다. 로마와 서로마, 동로마 시대를 거쳐 롬바르드, 프랑크족 침입을 받았고, 10세기에는 신성로마제국 소속으로 토스카나에 속했다. 토스카나 백작의 딸인 마틸데가 카노사 성의 주인이라  ‘카노사의 굴욕이야기로 연결된다. 12세기에는 신성로마제국에 맞서는 롬바르디아 동맹에 참여했고, 13세기에 보나콜시 가문이 만토바 리즈 시절을 열었지만 14세기 관료 출신의 루이지 곤차가 Gonzzaga 쿠데타를 일으켰고 번영을 이어갔다.  무렵 레오나르도  빈치, 라파엘로가 만토바에서 활동했다. 와웅... 곤차가 가문은 금화를 바쳐 공작 작위를 얻었고 17세기 만토바는 ‘공국 지위를 얻었다. 이것도 와웅... 그리고 여기서  당신이? 싶지만 나폴레옹이 쳐들어와서  요새 도시를 결국 함락시켰고, 프랑스 지배를 거쳐 합스부르크 오스트리아에 속했다가 이탈리아 통일을 위한 리소르지멘토 운동의 거점이 되고, 1866 이탈리아 왕국으로. 하아.. 파란만장했다. 뒷좌석에 앉으면  모든걸 검색해서 꿰는 재미가 있다. 검색한 얘기 꺼내면 빈과 딸기의 보충설명이 훨씬 흥미진진. 지금은 만토바 검색하면 온통 올리브 오일. 2차대전 이후 농산물 가공에 주력했다는데.. 얘기를 듣던 딸기가 말했다. 지금은 가난하다는 얘기네... 그러나 만토바는 살기 좋은 도시에 첫손 꼽힌다. 그런데 도시에 사람이 없다. 인구 41만이라 그러나. 살기 좋은 도시냐, 사람이 없는 도시냐.. 수다 잠시.
 
만토바 수다 번외편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결혼이 아니라) 아이를 낳은  여배우, 이자벨 뭐더라? 빈의 말에서 시작됐다. 우리는 세월에 감사하게도 기억하는  만큼 잊은 것도 많다. 이자벨 아자니는 정말 매혹적이었지. 그가 출연한 ‘여왕 마고 메디치 가문 카트린  메디치의 딸이고,  시절 암투의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카톨릭과 개신교(위그노) 갈등이 치열하던 시절, 구교의 권력자 카트린  메디치는  마고(마르그리트) 개신교 리더 나바르 공과 정략결혼을 시키기로 했고,  결혼식날 정적의 암살을 시도했다.  사태는 프랑스 전역에서 수천 명의 위그노를 학살한 ‘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학살 촉발했다. 권력 다툼을 위해 엄마가 딸을 저렇게 팔아먹다니! 딸기가 말했다. 카트린  메디치도 아빠가 딸을 팔았잖아.  시절 정략결혼은  그렇지. 빈은 마고의 남편 나바르 공이 결국 앙리4세가 되어 대범하게도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고 구교와 신교의 화평을 추구했다는 설명을 보탰다. 이게 낭트칙령이다.  시절 왕족 귀족의 결혼은 거미줄처럼 얽혀 권력 구도를 바꿨고, 명분은 대부분 종교다. 그런 시대를 보고 다닌다. 만토바에 대한 기대를 높였는데..

Palazzo Te, 테 궁전은 만토바 전성기 곤자가 공작의 성. 우리는 잠깐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3곳 패키지가 15유로. 아니, 피렌체도 아카데미아 미술관 16유로 빼면 대부분 8유로 입장이었거늘... 잠시 고민하다가 패쓰. 3곳을 다 볼 시간은 안됐다. 아니 왜 개별 티켓은 없어. 이러니 관광객이 없는거 아니냐, 고 걱정해줄 처지는 아니지. 한바퀴 둘러봤다.


차로 바로 이동해 두칼레 궁전으로.. 오른쪽이 옆 공원 쪽이다.

공원만으로도 사실 좋긴 좋았는데 그늘 밖으로 나서기 싫었다.... 두칼레 궁전은 저쪽으로 가서 구경해야 할텐데..


사실 너무 더웠다.. 태양이 뜨거웠다. 광장 옆의 산피에뜨로 성당이 너무 시원해서 들어갔다가.. 어라, 여기도 멋있더라.. 이탈리아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엄청난 성당들을 만난다. 게다가 만토바는 중세의 중요한 도시인걸. 특이한 테라코타 작품 14개가 양쪽 벽을 따라 보이는데.. 몇 개만. 이건 뭘까. 찰흙으로 빚은듯한 건데, 사뭇 경건해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두칼레 궁전은 그야말로 주마간산... 지나가면서 봤다. 만토바는 예습이 훨씬 즐거웠던 듯. 어쩔.

우리의 오늘 목적지는 가르다 호수.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다. 만토바를 감싸는 민치오 강이 보이는데, 세상에 이게 에메랄드 같다고 말하는 것이구나. 정말 강물 빛이 너무 아름다웠다. 옥색 물의 저 끝 편에 호수가 보이는데 물빛이 다르다.


숙소에 짐을 내린뒤 우리는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섰다. 그런데, 알려준 길과 다른 곳으로 가는 바람에 대지의 열기는 서늘해졌고.. 나는 발만 담그는데 만족. 차가운 물에 더 들어갈 엄두가 안됐다. 딸기는 수영을 즐겼다. 깊지 않아 좋다나. 여긴 알고보니 #백조의호수. 진짜 백조가 나타났다. 과자 부스러기에 값싸게 놀줄이야. 오리도 놀고, 개도 놀고..



우리의 소박한 저녁.. 이젠 #마냐밥상 차리는데 20유로 남짓 든다. 평점 3.9 와인은 7유로였다.


소소한 여행팁>


사랑이란 게 참 쓰린 거더라

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지더라

이별이란 게 참 쉬운 거더라

내 잊지 못할 사람아

사랑아 왜 도망가 수줍은 아이처럼

행여 놓아버릴까 봐 꼭 움켜쥐지만

그리움이 쫓아 사랑은 늘 도망가

잠시 쉬어가면 좋을 텐데

- 사랑은 늘 도망가,


원래 사랑은 잠시 쉬어가는거. 그리고 도망가고? 빈은 이번 여행에 아주 작은 기타를 가져왔다. 배운지 몇 달 됐다고 틈나면 연습중이다. 딸기는 빈이 엄청난 연주자라 가져온다는 줄 알았다고. 잘하는게 아니라 즐기는게 중요하다는 걸 아는 친구 빈ㅎ

기타 연습하는데 노래까지 부르면 힘들다고, 연습 들러리로 나까지 연습중이다.


난 지금 행복해 그래서 불안해

폭풍 전 바다는 늘 고요하니까

불이 붙어 빨리 타면 안 되잖아

나는 사랑을 응원해


톰보이 - 혁오


빈의 연습노래 덕분에(?) 차에서 잠시 BTS 노래가 멈췄다. BTS 떼창에서 소외되던 나로서는ㅋ 무튼 여행은 음악과 함께 한다. 준비하면 더 재미있다.


Lynk&Co는 볼보를 인수한 중국 지리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주력 브랜드.

당초 예약한 차보다 조금 키웠다. 이탈리아는 좁은 도로 덕분인지 소형차 위주. 난 친환경 소형차 취향인데 와중에 이 차는 중형? 캐리어 4개가 들어가야 했다. 기내용 캐리어 가져오라더니 나만 곧이 곧대로 캐리어 하나에 배낭 하나. 다들 그것보다 살짝 크다. 간신히 넣었다. 꽤 긴 여행인데 짐을 확 줄였다. 미니멀리즘 연습도 좋네.


렌트카 업체에서 와이파이 설명이 없어서 연결에 애먹었다. 빈이 유선으로 연결한 뒤 아이폰과 맥북은 연결을 공유했는데, 소연만 아직 연결 못한 상태. 이걸 해결 못하다니 분하지만 나도 갤럭시는 잘 모르겠다. 무튼 로마부터 와이파이가 약해 고전했는데 차에서 이용할 수 있어 좋다. 식당에서 와이파이부터 묻는데 잘되기도 안되기도. 덕분에 데이터 7기가 패키지인데 열흘도 안되어 다 썼다.


늘어난 짐에는 숙소의 물과 음식이 있다. 챙길 수 있는 건 챙겨 다음날을 예비한다. 이탈리아 슈퍼에 반한 우리는 가능하면 한끼는 숙소에서 가볍게 먹기로 했다. 로마는 명소 곳곳에 먹을 물을 콸콸 틀어주는 물인심 훌륭했고, 토스카나 시골은 숙소 물을 그대로 먹어도 되는지 확인할 것. 서울에서 가져온 텀블러를 피렌체에서 63층 오르며 헉헉대던 날 잃어버렸다. 역시 잃어버린 딸기가 우피치에서 텀블러를 사줬다. 시원한 물을 채워 다니는건 여행자의 기본자세. 서울에서도 싫었지만 페트병 노노.


빈은 트랜짓 도시 도하의 호텔에서 실내 슬리퍼를 넉넉히 챙겨왔다. 숙소에 도착하면 신발벗고 실내 슬리퍼 요긴하다. #마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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