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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an 22. 2023

<이집트 8일차> 알렉산드리아, 그 문명의 아우라

<이집트 0일차> 사우디 거쳐 18시간

<이집트 1일차>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그리고 낙타

<이집트 2일차> 나일강에서 필레신전과 바람을 만났다

<이집트 3일차>아부심벨 신전은 람세스 2세의 OOO

<이집트 4일차> 악어신, 독수리신 신화에 빠져들다가

<이집트 5일차>룩소르, 왕의 계곡과 카르낙 신전에서

<이집트 6일차> 사카라에서 옛날 사람들을 만났다

<이집트 7일차> 써티 파이브? 알렉산드리아의 그녀들


그리스와 이집트가 만난 알렉산드리아


알렉산더 대왕은 왜 이집트에 왔을까. 우리는 어떻게 그를 기억하게 됐을까.

가이드 모히는 “파피루스”라고 했다. 당대를 기록한 파피루스 문서를 통해 알렉산더 대왕이 역사가 됐다. 알렉산더 대왕은 그리스 문화도 가져왔다. 그리스 로마 스타일 공동묘지 카타콤베가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이유다. 석관부터 포도와 메두사라니, 이집트와 다르다. 그리스인들은 포도로 술을 빚었고, 이집트 인들은 대추야자로 만들었다.

원형 계단을 통해 아래로 아래로. 카타콤베 들어가는 입구는 좁지만 내부는 다른 세상이다. 미로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길을 잃을 수 있다. 이제 60% 정도 발굴됐다고 한다. 이집트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게 많다. 알렉산더 대왕이 원정길 인도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부관이었던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그의 시신을 이집트로 가져왔다고 한다. 미이라로 만들어 부활과 영생의 가능성을 기대했겠지. 그의 무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마지막 여왕이던 클레오파트라 7세의 무덤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알렉산드리아 카타콤베 벽의 부조는 두 문명이 섞였다. 머리는 아누비스 신인데 그리스 복장을 하고 있다. 이집트 사람들은 손가락, 발가락, 손톱 발톱을 정성껏 조각했지만 이 곳은 뭉툭하다. 몸은 좀 더 통통하다. 이제는 그 차이가 보인다! 파라오는 황소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있다. 왼쪽에서 이지스 여신이 팔을 넓게 벌려 수호한다.

알렉산드리아에서도 미이라를 만드는 장면은 그대로다. 아누비스 마스크를 쓴 사제가 망자의 심장을 잡고 있다. 미이라를 만들기 위해 따로 장기를 보관하는 병 4개 중 3개가 사자 모습 침대 아래에, 하나는 사제의 손에 들렸다. 왼쪽에 독수리신 호루스가, 오른쪽에는 지혜의 신 토트가 지켜본다. 이젠 이것도 구분한다. 반가울 지경이다.


무덤 한 구석에는 2600년 전의 말 뼈 무더기가 쌓여있다. 저승 가는 길동무 였을까. 낙타 뼈인줄 알았는데, 알렉산더 대왕 시절엔 이집트에 아직 낙타가 없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독수리 호루스를 비둘기처럼 그려놓다니. 4000년 전 이집트 사람들보다 실력이 줄었다. 와중에 곳곳에 메두사가 보인다. 섞인 동네 맞다. 저 욕조가 2000년 더 된거라고?


폼페이우스 기둥은 버스로 지나가면서 봤다. 카이사르는 정적 폼페이우스가 이곳으로 도망치자 쫓아왔다. 알렉산드리아 사람들은 카이사르의 복수가 도시 전체에 미칠까 두려워 폼페이우스 머리를 잘라 기둥 위에 올려놓았다. 높이 27m 기둥은 알렉산드리아에서 가장 높았다. 카이사르는 그 머리를 확인한 뒤 알렉산드리아를 치지 않고 돌아갔다고 한다. 폼페이우스는 자신의 이름이 이런 식으로 알렉산드리아에 남을지 몰랐겠지. 이것도 화무십일홍 얘기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매혹되다


“건물들은 사라지고,비석은 모래에 파묻히고, 무덤들은 잊히되 지혜를 깨달은 서기관들은 그들이 쓴 작품의 광채로 인하여 영원히 살아남는다. 한 권의 책은 견고한 벽보다도 더 쓸모있다. 책은 네가 죽고 난 다음에도 신전의 역할을 할 것이다”


19세기 이집트 지도자 무함마드 알리가 남긴 말이라는데 다시 검색하는데 실패.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들어서니 잠시 정신이 혼미했다. 알렉산더 대왕이 설계하고 프톨레마이오스 1, 2세가 건축한 기원전 3세기 세계 최고의 도서관. 인류에게 비블리오테카, 도서관이라는 개념을 창조한 곳이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자식교육을 위해 시작됐다지만 위대한 학자들을 초빙해 지식의 산실을 만들었다. 당대의 학자들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정원과 공원, 독서실, 강의실에서 서로 토론하며 수학, 천문학, 물리학, 자연과학 등 학문의 정염을 불태웠다. 국경에 상관 없이 당대 모든 교양 서적을 모아 지식을 취합했다. 왕은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입항하는 모든 선박의 배를 꺼내 복사본을 남기라 명했다.


얼마나 많은 파피루스 문서가 있었는지 우리는 모른다. 여러 학설이 있지만 이집트의 마지막 왕 클레오파트라와 남동생이 싸울 당시 도서관은 불탔다. 19세기 독일 화가 코르벤이 당시 고고학 자료를 토대로 재현한 모습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집트는 유네스코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복원에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도서관은 2002년 문을 열었다.

우리는 70 기니(이집트 파운드)의 입장료를 냈지만 바로 옆 알렉산드리아 대학의 학생들은 무료나 다름없이 저렴하게 이용한다.


관광객이 사진 찍어 미안했지만 도서관을 찾은 이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전세계가 지원했고, 도서관 외벽에는 각국의 언어가 새겨져있다. 한글도 있다. 줄을 서고 도서관 들어올 때 설레이던 기분은 알렉산드리아에 와보셔야 알 수 있다.

왼쪽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인생샷 포스트. 오른쪽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성전 Kaaba의 벽을 덮는 Kiswah 키스와. 이집트가 보낸건데 되돌아온거라고.  

건물 앞 알렉산더 대왕, 알렉산더 더 그레이트, 역시 잘생겼다. 람세스 2세 못지 않은 고대의 미남이다. 그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정복왕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류 문명에 남긴 선물은 분명하게 각인된다. 다시 만든 현대의 도서관도 아름답다. 엄청난 스케일이 존재감을 더하지만, 2300년 전의 아우라가 분명 남아있다.


지중해 방어선 카이베이트 요새


알렉산드리아는 지중해로 향하는 이집트 관문인 동시에 바다를 건너 유럽과 오스만제국이 쳐들어오는 입구다. 이집트는 정복하거나 침략한 역사가 없는 나라지만 끊임없이 시달렸다. 알렉산드리아 카이트베이 요새는 550년 전 이집트를 지배하던 술탄 카이트베이가 만들었다.

이 요새는 사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파로스 등대 자리에 만들어져서 더 유명하다. 기원전 3세기 프톨레마이오스 2세가 알렉산드리아에 만든 만든 파로스섬 등대는 높이 100m, 가로 길이 20m로 수백 년 동안 인간이 만든 가장 높은 건축물로 꼽혔다고 한다. 10세기와 14세기 사이 대지진으로 무너졌다는데, 등대에 대한기록이 많아 고대의 불가사의로 남게 됐다. 등대 꼭대기에는 거대한 거울이 햇빛을 반사해 반짝거렸고, 밤에는 불을 붙여 빛을 밝혔다고 한다. 14세기 여행가 이븐 바투타가 방문했다가 술탄에게 새로 지을 것을 건의하기도 했지만 결국 15세기에 요새가 대신 들어섰다. 1994년에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인근 바다에서 등대의 잔해를 발견했고, 2016년 여기에 세계 최초의 수중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했다는데, 이후 소식은 모르겠다. 이집트는 발굴하고 복원할게 너무 많은 나라라..

카이트베이 요새는 그 자체로 훌륭한 건축물이다. 멀리 바다를 향해 대포가 자리잡고 있고, 높은 감시탑에서 멀리 적들을 경계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게 이제는 가장 전망 좋은 자리다.

 하늘이 정말 쨍하게 맑았다. 찍으면 다 인생샷이구만. 

왼쪽은 내가 찍은 님들의 인생샷. 오른쪽은 다른 님이 찍어준 것.

요새 내부에는 알렉산드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모스크도 있다. 화려한 바닥 문양과 특유의 곡선이 정체성을 드러낸다.

고대 이집트 석조 건축에는 금은으로 장식됐다는 이유로 모조리 떼어가 문짝이 남아있는게 없었는데, 여기는 대추야자 나무로 만든 문이 있다. 550년 동안 끄떡없는 나무가 더 존경스럽다.

카이트베이는 맘루크 왕조의 술탄. 노예 군인 출신의 지도자였다. 그는 소수의 호위만 동행한채 거리로 나가 카이로 시민들의 지지를 얻었고, 막대한 재산으로 빈민을 구제한 지도자였다고 한다. 요새 뿐 아니라 여기저기 많은 유적을 남겼던데 TMI.. 요새에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도 관광객 만큼 적지 않다. 인생사진 남길 곳이 여럿이다.


#이집트_epi20


“제가 노래 한 곡 하겠습니다. 아, 아.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ㅈㅅ님이 건배사 대신 시작한 노래는 어느새 떼창이 됐다. 이집트 케밥 저녁을 마다하고 홀로 단식투쟁을 불사하신 님 덕에 카이로 어느 한국식당에 모인 우리는 한마음이었다. 2023년 1월, 여기는 설날 이브지만 가족들은 이미 설날을 맞아 잠든 시간이다. 나는 날짜 헷갈려 설날도 놓칠 뻔 했다.


#하나바비큐 쥔장 혹은 셰프는 손맛 좋은 분. 김치 시금치나물 감자볶음 애호박무침 오이무침 미역무침 콩나물 괜찮다. 해물파전, 김치찌개, 제육볶음 메인에 설날인 덕인지 떡볶이는 서비스. 그리고 모두를 뜨겁게 만든 소맥!

새해 복이 설날부터 잭팟. 내 인생 처음으로 호텔 최고급최고급 로얄스위트에 당첨됐다. 일반 방이 다 나갔는지 업그레이드 해준게 보통이 아니었다. 장관이 보좌관 둘 데리고 묵을 방. 거실에 모여 실상 카이로의 마지막 밤을 불태운다. 새벽에 먼저 출발하는 룸메 ㅎㅅ 환송.

아, 낮의 점심, 알렉산드리아의 #피쉬마켓 생선 요리와 오징어 튀김도 아주 훌륭했다고, 콰이트베이가 멀리 보이는 전망까지 완벽했다고 기록해둔다.

저녁의 카이로 케밥도 사실 괜찮았는데ㅎㅎ 2차 이후가 화려해서 묻혔다. 설날 첫 출발이 이렇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하고 싶은 일을 더 열렬히 하시고, 좋아하는 이들을 더 자주 만나시고, 우리 다같이 행복합시다요. #마냐여행 #마냐먹방 #메디치미디어_룩소르학교_멤버들_짱이다

#마냐여행 #메디치미디어_룩소르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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