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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Apr 18. 2023

<스페인 9일차>마침내 세비야, 화려한 과거를 마주하다

스페인, 동쪽 카탈루냐의 주도 바르셀로나에서 시작. 남쪽 안달루시아의 그라나다 => 론다 => 코르도바 => 말라가 => 세비야. 마침내.


<스페인 1일차> 남편의 쓸모, 남편의 재발견을 위해

<스페인 2일차>몬세라트, 치유의 성모님부터 바르사까지

<스페인 3일차> 가우디는 외계인일거야 &보케리아 시장

<스페인 4일차>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로

<스페인 5일차>알함브라,수학적으로 시적으로 아름답다

<스페인 6일차> 남친 놀이에 열중하는 남편과 론다

<스페인 7일차>코르도바,이슬람과 가톨릭의 기묘한 동거

<스페인 8일차> 말라가, 지중해와 태양을 피카소 마냥


한달 전엔 이름도 잘 몰랐던 말라가에서 피카소의 생가와 초기 작품들을 즐기고, 지중해 바닷가에서 쉬다니. 사실 한달 만에 기획하고 준비한 여행이니, 한치 앞을 모르는게 인생이다. 그래서 좋지 아니한가.
베네치아의 한국학자 안종철 쌤으로부터 말라가가 스페인 한국학의 중심이란 얘기를 들으니 괜히 더 친근했다. 말라가 알카사바(요새)도 놓칠 수 없었다. 스페인에 알카사바가 여럿이고, 모로코에도 있다지만 말라가 알카사바는 보존이 가장 잘된 곳이란다.


이베리아 땅에서 무슬림을 내몰아낸 레콩기스타(Reconquista, reconquest), 국토 수복은 결혼동맹을 맺은 카스티야 이사벨 1세와 아라곤 페르난도 2세의 승부수로 1492년 그라나다 함락으로 끝났다고만 알았다. 쪼금 더 보니, 1485년에 론다, 1487년에 말라가가 함락됐다. 우리가 그런 동네를 여행하는 중이다. 무슬림 치세 700여년 내내 사실상 크고 작은 전쟁이 이어졌다는게 실감나지 않는다.

말라가 숙소 창문에서 바라본 거리. 정말 조금만 걸으먄 모든게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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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먹고 산책 코스로 딱이던 말라가 알카사바. 몇 백년 후 관광객은 그저 정원을 즐겼다. 파티오 patio 라는 건물 속 작은 정원들이 안달루시아 여행 내내 눈에 띄었다. 코르도바에선 파티오 축제가 곧 열린다던데, 이미 개방한 몇몇 집 파티오를 구경했다. 정원에 진심인 사람들. 이슬람 본토에선 물이 귀해 더 공들여 가꾼게 아닐까 상상만 해봤다. 알함브라 궁전도 정원에 힘 좀 썼고, 말라가 알카사바도 8세기에 시작해 11세기에 손 본 건축이라 그런지 이제는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열쇠 모양 문이라든지, 물 빠진 상태였지만 알함브라 축소판 수로라든지. 이게 뭐라고 반갑더라.

그리고 이 천혜의 요새는 역시 적들의 침공에 대비해 멀리 잘 보인다. 전망이 끝내준다. 말라가 바닷가 방향을 보니 해운대 마냥 지중해 뷰를 자랑하는 아파트가 보이고, 내륙 쪽으로는 성당과 구도심이 보인다.

사진 좀 찍는 남편 옆에서 따라 찍어봤다. 툭하면 "거긴 역광이야. 절대 안나와"라고 말리는데, 그래도 꼭 찍어보고 실패하는 인간이 나다. #마냐여행 #스페인_9일차 #말라가_알카사바 #스페인_epi20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를 제외하면 이번 여행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만 다녔다. 그라나다에서 차를 빌려 론다, 코르도바, 말라가, 그리고 세비야에 왔다.


(혹시나 다시 기록하지만, 론다 파라도르 숙소가 주말에 확 비싸지는 바람에 주중 잡느라 동선이 꼬였다. 마름모꼴 동선 어느 순서가 좋을지 판단하시길. 도시 이동에 각 2시간 여. 자동차 렌트해서 잘 다니긴 했는데, 차라리 택시타고 역이나 터미널 가는 편이 비용 면에서는 합리적이란 생각이 뒤늦게 살짝..)


마침내, 스페인 일정의 마지막 도시 세비야다. 내일 본격 투어하면서 어떤 감상에 빠질지 나도 궁금하다. 차 타고 들어올 때만 해도 평범하게, 적당히 낡은 유럽 도시 같더니만 어느 순간 수백년 세월을 거슬러 본 모습을 보여준다. 신대륙의 금은보화가 세비야를 통해 들어왔다는데, 이 동네 예사롭지 않다. 세비야의 위엄은 또 달랐다.


기차역에 렌트카 반납하고 돌아오는 길에 곳곳에서 놀랐다. 이 근사한 건물이 육군본부라고? 스페인광장은 뭔 행사한다고 막는다지만 저 건물은 뭐야?

육군본부? 스페인광장 입구
세비야 대학

오, 이게 세비야 대학이야? 이 도시는 온통 그림 같다. 찍으면 다 예술이고.. 오페라 '카르멘'과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무대가 된 건 그만큼 잘나갔던 시절의 전설이다. 계속 감탄을 이어가다가 알카사르 성벽을 만났고, 그 옆의 대성당을 마주했다. 16세기에 지어진 대성당은 바티칸 산피에트로,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 이어 세번째 규모라고. 와.. 세비야 세비야 이유가 있었다. 겉핥기로만 봐도 여기 뭐지?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남편이 말했다. 그건 말 찍는다고 엉덩이만 찍는거야, 성당은 앞에서 제대로 찍어야지. 문제의 사진은 실제 말 엉덩이와 함께...좀 그렇긴 하다. 세비야 대성당은 나머지 어느 각도에서 봐도 웅장하다. 화려하다. 옆의 알카사르 성벽까지 온 동네가 옛스럽다.

말라가는 밤에 추워서 담요 두개 덮고 잤는데, 세비야에 와서 처음으로 소매 없는 여름 원피스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이게 스페인의 태양이지. 뜨겁다.

어제 말라가 해변에서 쫌 놀았다고, 반바지 차림이던 남편 다리가 벌겋게 익었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세비야의 강한 햇볕에 노출되자 가벼운 화상 증세를 호소했다. '애프터 썬'을 샀다. 그 제목 아빠와 딸 여행 영화도 생각나는 와중에ㅎㅎ 그늘 찾아 헤매던 남편이 내 뒤에서 내 그림자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피부가 검은 편인 나는 잘 안 익는다. 팔다리 태우는 걸 좋아한다. 그는 익는다. 신혼여행 가서도 하루만에 익어버려 그때도 알로에 젤을 샀다. 나만 멀쩡했지. 똑같은 경험, 얼마만이야..세상에.

 #마냐여행 #스페인_9일차 #세비야 #스페인_epi21



말라가의 아침은 피카소 미술관 담벼락 보면서 한가롭게 맞았다. 연어 샌드위치는 새삼스럽게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싶은 맛. 햄치즈 크레페는 짐작한 맛이지만 또 갓 부쳐줄 때가 맛난 법이다. 커피 마셨는데 알고보니 다양한 차를 파는 찻집 #La_Tetería​ 아까비.

세비야로 넘어오면서 우리 숙소는 대성당 옆이라 주차가 안될걸 걱정했다. 적당한 곳에서 늦은 점심하자고 했는데 남편이 고른 4.9 맛집이 없다.. 그럼 옆의 적당한 동네 맛집. 샌드위치가 맛있긴 한데 작았고, 남편이 주문한 초리조 소세지는 진짜 소세지와 빵만 나와서 당황하심ㅋ 맛은 있었다. 가볍게 먹은건 계속 가볍게 더 먹으려고.

어제 해변에서 익은 다리가 화끈거린다고 호소하는 남편을 달래서? 계속 걸었다. 맥주 한잔 하고 가자는데 우리 대성당 맛집까지 가보자고 꼬셨다. 세비야 투어쌤이 미리 소개해주신 #Bodega_Santa_Cruz.​ 가볍게 참치와 돼지 타파스를 늦은 오후 간식으로. 핵심은 #띤또_데_베라노Tinto de verano. 스페인 대사님이 꼭 마시라고 추천하셨으니ㅎ 당장 주문했다. 여름와인이라고 와인에 레몬탄산을 섞었다. 술이라 괜찮나? 생각은 잠시..이건 술이 아니지.. 아니지.. 아무렴..넘나 맛있다. 털썩...


늦은 저녁은 동네 맛집 또 검색. #Bar_Postiguillo_Tapas.​ 별점 높은건 다 이유가 있다. 4유로 밖에 안하는 타파스들 모두 대성공. 차가운 토마토 스프 살모레호 salmorejo, 먹어본 중 최고다.

메뉴판을 영어와 스페인어 버전으로 함께 받은 덕분에 스페인어 학습했다. 살모레호에 들어간 건 atun 참치, huevos 계란, jamon 햄.


bacalao 대구, pollo 닭고기 정도도 며칠 돌아다니니 파악했고, 오늘 시도한 두번째 접시는 세비야 스타일 adobo. dogfish 라는데, 식감은 쫄깃하고 튀김은 레몬향 가득 상콤했다. 정신없이 해치웠다. 세번째 요리는 돼지 뽈살 carrillada. 역시 세비야 스타일. 갈비찜 같이 야들야들하다.

난 계속 공부했다. langostino 는 prawn. queso 는 치즈, berenjena 가지, setas 버섯.. plancha 는 구이, fritos 튀김 carnes 고기류...

내가 먹방에 쏟는 공으로 스페인어까지 학습하는 인간이다. 상으로 띤또 데 베라노 한 잔 더 했다. 남편은 두 잔 했다. #마냐먹방 #스페인_9일차 #스페인_epi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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