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 3월 Flowers

3월 Flowers_설유화/조팝나무/로단테/양귀비

by 문혜정 maya

브런치에 연재된 플라워 에세이 '일 년, 열두 달 흔들리는 꽃'이 2021년 4월 말,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출판/발간됩니다.


이제 서점에서 만나요!







'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은 매월,

하나의 에세이와 그 달에 어울리는 꽃과 사진을 정리한 이야기, 총 2개의 글을 발행합니다.







3월_March Flowers

설유화/조팝나무/로단테/양귀비





3월이 되면 2월에 보던 꽃들이 좀 더 풍성해지면서 3월의 꽃들도 더해진다.

드디어 봄이 시작된 것이다. 단, 3월 초에는 입학식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꽃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입학식을 피하면 화이트데이라는 정체는 불명이나 연인에게는 이벤트 핑계거리로 즐기기 좋은 날이 있딘하다.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이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꽃가격은 언제나 현재를 가장 예민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된 졸업식과 입학식 탓에 화훼업계는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3월에는 새싹보다 꽃망울이 먼저 터지는 여러 꽃나무들을 1월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 벚꽃은 나오는 시기가 매우 짧다. 만약 시기를 놓친다면 꽃시장이 아닌 벚꽃 축제를 노려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지역 벚꽃축제들까지 줄줄이 취소된 것은 벚꽃도 예상치 못했을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설유화와 조팝나무는 아직 괜찮다.

5월까지도 꽃을 볼 수 있긴 한데, 날이 풀릴 수록 꽃은 줄어들고 초록의 잎들이 가지를 덮게된다. 그 점은 벚꽃과 비슷하다. 설유화와 조팝나무는 일종의 친척 관계 같은 사인데, 설유화는 이름처럼 작은 눈꽃이 가지위에 살짝 내린 듯하게 보이고, 조팝나무는 그 작은 눈꽃들이 동그랗게 뭉쳐져 둥글둥글하게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수하고 아련한 느낌을 낼 때는 설유화가 더 낫고, 포근하고 온화한 느낌을 낼 때는 조팝나무 꽃이 더 낫다. 다만 꽃이 질 때쯤 되면 정말 눈처럼 작은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므로 뒷처리를 귀찮아 한다면 추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예쁜 꽃을 보는데 청소 때문에 마다한다는 건 좀 바보같은 짓이다.



@mayaflor




로단테는 아주 인기있는 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씩 꽃시장에서 마주치면 한단 데리고 온다. 노단세, 로단세 등 상인들은 입에서 소리나는대로 부르는데 드라이 플라워용 소재로 쓰기에 이만한 꽃이 없다. 드라이플라워용 소재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꽃잎에 수분감이 많은 꽃은 말리는 것으로 적합하지 않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거니와 습도 조절을 잘 못하면 금방 썪거나 벌레가 낀다.

하지만 종종 어떤 꽃들은 방금 줄기를 잘라낸 생화임에도 불구하고 꽃잎에서 수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헬리크리섬, 스타티스, 시넨시스 같은 꽃들이 대표적인데 이런 아이들은 만져보면 바스락 하는 작은 소리가 들린다. 말리기 전 후의 색이나 형태가 크게 변하지 않는 꽃들이다.

그 중 로단테는 위에 예로 든 꽃들 중 줄기가 가장 섬세한 꽃이다. 아주 가늘고 연약한 줄기에 매우 가볍고 연약해 보이는 꽃을 달고 있다. 얼핏보면 계란꽃의 말린 버전같다. 컬러는 하얀색과 핫핑크색이 가장 흔하고, 나는 핫핑크 보다는 하얀색을 더 좋아한다. 질리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mayaflor





마지막으로 눈여겨 보아야 할 꽃은 양귀비이다.

마약 성분이 되는 양귀비와는 다른 종류로, 포피라고도 불린다. 포피는 굉장히 묘한 꽃이다. 여성스럽게 가늘고 이리저리 휘어진 줄기에는 이파리 한장 붙어있지 않지만, 보송 보송한 솜털이 나있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아직 꽃의 깍지가 떨어지지 않은 채로 판매가 되는데 그 깍지에도 털이 나있다. 이건 솜털이라기엔 조금 징그러워 보이는 검고 짧은 털이다. 이틀 정도 면도를 하지 않은 남자의 수염같은 느낌이랄까? 이렇게만 보면 대체 이 꽃이 뭐가 좋아?라는 의문을 같겠지만, 포피의 매력은 이 깍지를 스스로 툭하고 벗고 난 후에 느낄 수 있다. 따뜻한 실내에서 한 두시간만 있으면 절대 열릴 것 같지 않던 동물같은 느낌의 깍지가 저절로 떨어지면서 한지를 구깃구깃 마구 접어 놓은 것 같은 얇은 꽃잎이 서서히 펼쳐진다. 흰색,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그 깍지 안에 어떤 꽃잎이 구겨져 있는지 알 수 없어서 꽃잎이 펴질 때마다 신기하고 신비롭다. 자주 볼 수 있는 꽃이 아니기 때문에 꽃시장을 지나치다 마주치면 꼭 한번은 사는 꽃이다.



@mayaflor













Flower 1.


지난 해 가을 주말농장에 씨를 뿌리고 새싹이 났지만 11월까지는 비워주어야 하는 주말농장의 특성상 밭에서 봄을 맞이하지 못한 수레국화 모종들은 그대로 뿌리째 화분에 심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꽃이 피기 전까지는 이게 무엇의 모종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씨를 뿌려 꽃을 기르지 않고 결과물만 꽃시장에서 사다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어쩌면 잡초를 떠왔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드디어 꽃봉오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근거림과 설렘이 며칠 계속되다가 파란색 꽃망울이 팟하고 떠졌다. 아, 수레국화였구나.

꽃말이 행복감이라더니, 정말 꽃말대로 나에게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다 먹고난 플라스틱 물병에만 꽂아두어도 참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Flower 2.


누가 봐도 봄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봄화단을 상상하며 만들었다. 아네모네, 코와니, 마가렛, 히야신스같은 봄꽃들을 잔뜩 넣어 주었다. 아직 덜 핀 것, 활짝 핀 것, 조금씩 시들어 가는 것까지 모두 넣어주었다. 화단에는 언제나 건강하고 벌레 먹지 않은 깨끗한 꽃만 피어 있는 것은 아니니까. 겨우네 잠잠했던 날벌레들, 애벌레들도 모두 날이 풀리면 슬금슬금 깨어난다. 기다리던 봄이 온 건 반갑지만 잊혀졌던 해충들도 함께 돌아온 건 싫다. 하지만 걔네들도 나처럼 따뜻한 봄햇살을 기다리고 있었겠지.






Flower 3.


꽃도, 햇살도, 색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바람에는 아직도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같은 온도라도 11월의 색과 3월의 색은 너무나 다르다. 오렌지는 익어가는 열매와 함께 쓰면 가을에도 찰떡처럼 잘 어울리지만 흰색, 노란색의 꽃과 화려한 튤립, 아네모네와 함께라면 순식간에 봄의 색이된다. 같은 색이지만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것,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계절감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건 참 흥미로운 일이다. 꽃은 한번도 내게 지루함을 준 적이 없다.











매월 첫번째 월요일에는 그 달의 에세이를 써서 발행합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그 달에 어울리는 꽃, 직접 만든 꽃,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하여 발행합니다.

저의 글과 꽃과 사진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글]


Prologue_꽃도 흔들리는데

12월_Essay: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12월_Flowers: 삼나무/비단향/더글라스/크리스마스부쉬 &Flowers

1월_Essay: 내 속도와 방향이 당신 눈엔 불완전해 보이겠지만

1월_Flowers: 헬레보러스/미모사/산수유/왕버들 &Flowers

2월_Essay: 결국 시작2월 과 끝의 페이지는 내가 넘기는 것
2월_Flowers: 아네모네/수선화/코와니/히아신스/라넌큘러스

3월_Essay: 모든 걸 솔직히 보여줄 필요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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