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의 여행에세이,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 지리산편
[연곡사 기행_지리산] 연곡사 템플스테이
다시 찾은 가을의 절 방문이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었다. 유명한 산의 사찰을 방문할 때마다 템플스테이 현수막을 보면서 절에 한번 머물러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곤 했는데 말이다. 그 생각이 통했던 것일까? 드디어 긴 명절의 끝자락을 지리산에서 보낼 명분을 찾아냈다. '남편이 추석 연휴에 출근을 한다고 한다.' 이 말인즉슨, 우리 모자母子가 짧은 여행을 준비해도 남편이 많이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것. 남편의 반응은 10년 이상을 산 아내의 직감으로 얻어낸 긍정적인 반응! 예상대로였다.
아들을 데리고 가는 연곡사 템플스테이가 기대가 되었던 것은 절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이미 자주 지나치던 길이었다. 친정을 가는 길 위에 있는 이정표가 너무나 익숙했던 곳이다. 또한 스무 살을 갓 넘겼던 때 혼자 배낭을 메고 지리산 노고단 산행을 시작했던 피아골의 그 추억을 소환해보기 위해서라도 찾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곳엔 이미 지난 초여름에 한번 만났던 주지스님이 계신다. 그렇지만 그렇다 하여 도움을 받고 싶다거나 하는 희망을 버린 지 오래였다. 그래도 절에 아는 분이 있다는 것은 마음의 자세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은 무섭게 생각된 사찰 분위기를 잊게 해줄 것이니까. 아들과의 템플스테이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스님은 사찰을 세세히 안내를 해주었다. 아들에게는 아끼던 간식까지 내어주며 말을 걸어주었다. 역시 학교 다니고 있는 아들과의 대화는 ‘몇 학년이냐? 이름이 뭐냐? 이름 뜻은 알고 있느냐?’로 시작된 사생활 나눔이었다. 아들과 연곡사 이곳저곳을 돌며 주지스님과 마주칠 때면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관심을 보여주었다. 카페연곡사에는 천왕문을 오르기 전, 사방이 자연의 그림으로 도배된 유리
창 벽이 멋진 카페가 있다에 신도를 만나러 갈 때도 ‘지산아, 같이 가보지 않으련?', ' 응 그래, 같이 가자!’ 와 같은 관심이었다. 그게 싫지는 않았던지 아들은 곧잘 주지스님의 말을 따라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던 계기가 되어 주기도 했다.
"연곡사에 좋은 점은 무엇입니까?"
"많이 있지만, 사람이 있고 사람이 보이는 절이지."
지난번 방문 때 내가 물었던 질문에 대한 주지스님의 우문현답이 아니었나 싶다.
"엄마, 스님께서 그러시는데요. 제가 수학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여기 절에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취미인 사람들이 모임을 갖고 있대요. 그런데요. 수학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한데, 영어 공부도 하루에 꼭 10분씩 하래요. 저 그거 꼭 실천할 거예요."
연곡사에서 돌아와 10분 정도 소리를 내어 영어책 읽기를 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아들은 보면 머리로는 이해력은 참 빠른데 몸은 가만히 있지 못하는 딱 초등 3학년의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머리로 이해한 주지스님의 그 공부법을 얼마나 오래 간직하고 지켜나갈지 기대가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아직 잘 지켜지고 있는 사흘째! 엄마인 나도 분명 말을 했는데 그때는 잔.소.리.로 듣더니, 원묵스님의 말에 아들이 반응을 했다.
학습법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대화 속에,
"내가 너만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해 준 사람이 있었다면 스님은 더 좋은 사람이 되었을 거야. 지산아 스님 말 잘 알아들었지?"
아이의 눈높이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말의 울림을 나만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7.10.
검정고무신 신어야 하나
정적 움직임
그런데 신고 싶다
연곡 절방 툇마루 계단에
키높이 신발 잠시 잠을 재운다
산사의
밤공기 뼛속까지
넣어보고 싶다고
검정고무신의
유년시절 추억
날게 했다
연휴의 끝자락
절집의 문턱이 낮아졌다
<절집에서>
나미래의 여행에세이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
연곡사 기행, 지리산(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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