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의 여행에세이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 제주편
[제주는 느림이다_제주편] <제주국제공항, 비행기를 찍다>
아들은 제주국제공항에서 꽤 많은 시간, 비행기를 탐색하는 것에 공을 들였다. 나흘 동안 3번을 공항에 다녀왔더니 혹자는 “제주도까지 가서 공항에만 있다 왔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첫째 날은 공항에서 렌터카를 인수받을 때 비행기를 오래 보았고, 둘째 날은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종달리 수국길을 거쳐 오며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마지막엔 전날까지 기록한 공항에서의 비행기와 항공우주박물관에서의 비행기 메모장을 잃어버린 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공항을 찾았다는 것.
집 위를 날아다니는 비행기의 움직임에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는 한 남자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속도와 소리에 관련된 항공 지식을 조금씩 탐닉하기 시작했다. 국내에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조사하고 분류하며 공항의 구조를 익히는 것이었다. 점점 항공 우주 관련 전공 책들을 살펴보다 많은 지식과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파일럿에 조금씩 매료되기 시작한 것이 몇 달 전이다.
아이의 엄마는 온통 비행기 이야기에 에너지를 쏟고 있는 아들이 신기했다. 집에서는 게임보다 더 많이 비행기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다. 아직은 어려 유튜브를 보는 시간을 정하고 엄마에게 요청을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파일럿이 되기 위한 자격 요건을 모두 살핀 다음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해야 했으므로.
비행기 기종에 따른 레지 번호를 알고 싶다는 아이는 이번 제주도 여행지 어느 곳에서든 비행기만 보면 망부석이 되었다. 뱃길로 제주도를 입도했던 그들 모자는 렌터카를 빌리기도 전에 제주도 공항으로 향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보는 것과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 가는 것은 아이에게 있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대한항공 화물청사 주변에서 비행기 이착륙을 보며 흥분하는 아이의 얼굴은 보름달이 뜬 것처럼 그렇게 환해 보일 수 없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제주공항에 비행기가 잘 보인다는 샛길을 결국 찾아내고야 만다. 사실 너무 복잡했던 공항 주변의 도로 사정으로 자칫 여러 차들과 뒤엉킬 뻔한 사고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
아이는 자신이 올라서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화산석 바위에 올랐다. 30분, 한 시간, 두 시간, 아이가 비행기에 몰두하는 시간은 점점 산의 정상을 향하는 것처럼. 그녀도 그런 아들의 집중이 싫지 않았다. 바람이 부니 옷을 더 두텁게 입히고, 실시간 비행기 레이더를 함께 살피며 기록해야 하는 인터넷 제공을 하며 말이다.
여행의 3일은 공항에서, 그리고 하루는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서 비행기의 영혼들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탐색한 비행기 기록 메모장을 잃어버리지만 않았어도 완벽한 여행이었을 것을. 이젠 3주에 한 번 정도는 인천공항으로 향하자 한다. 인천국제공항이 더 가까워지겠다. 2018.5.
숫자가 가득한 공책
설명이 끼어들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아들의 취미생활
그 생활, 꿈으로 가는 길
파일럿이 되겠다고
공책에 새기고 마음으로 받는다
일상도道 여행도道
꿈도道 만들어내려나
여행하는 엄마를 태운다고
비행 돌고래 날게 하련다고
하늘 날게 한다는 여러 딸
그림의 떡으로 가득 찼건만
아들의 마음
벌써 꽃의 새싹으로 가득
문장으로 꽃피운 아들의 꿈
그 언어에 기대
웃음보따리 푼다
꿈의 온기를 품어낸 메모장
숫자는 하늘로 몸을 풀었네
<아들의 메모장>
나미래의 여행에세이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
제주는 느림이다_제주편(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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