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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Apr 07. 2023

엄마, 그거 어딨어?

미야툰 24-사리 나올 뻔 한 이야기



















나는 매사 꼼꼼하고 야무진 편이 아니다. 누가 말 안 해도 내가 가장 잘 안다. 내 눈에 불편하지 않을 만큼만 정리, 정돈을 유지하며 나머지 기운은 모아 그림작업에 할애하며 산다. 인스타그램 살림고수들 영상을 보면 일도 잘하고 살림도 잘하고 요리도 기깔나게 잘하는 것 같다.  살림 꿀팁을 알려주는 유튜브를 보다 보면 어떻게 이런 걸 다 알지? 어쩜 냉장고 정리를 이렇게 잘하지? 팔방미인, 엔터테이너 같은 그들이 부럽다. 에너지가 달리는 난 한쪽으로 에너지를 쓰려면 다른 쪽 에너지를 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희한하게 엄마로서 아이들을 훑을 때는 0.1초 만에 매의 눈이 된다. 꼼꼼하지도 야무지지도 않은 내가 아이들 소매의 얼룩도 목깃의 주름도, 바닥에 흘린 종이 쪼가리도 그토록 잘 보이니 신기한 노릇이다.


밤톨군이 학교 갈 준비를 하면서 교복을 입고 나온다. 흠이 레이다망에 단박에 걸린다. 머리는 좀 더 빗어야겠고 넥타이는 약간 삐둟어졌고 바지 한쪽이 양말에 접혀 들어갔다.

알밤양이 학교 간다고 준비하며 돌아다닌다. 돌아다닌 자리마다 뭐가 하나씩 떨어져 있다.

아이들보다 먼저 운동을 하러 나가기 전에 당부를 한다.

"알밤아, 학교 가기 전에 입었던 옷은 서랍에 잘 넣어 놔."

"응."

"가기 전에 주방 불은 끄고 DVD도 정지해."

"응 "

알밤양의 장점은 대답을 아주 잘한다는 것이다. 대답을 씹어 엄마의 혈압을 높이지 않아 이쁘다. 하지만 운동 갔다 오면 말은 말일뿐  그곳이 제자리인양 옷은 얌전하게 바닥에 떨어져 있고 주방 불은 훤히 켜져 있다.


엄마, 그거 어딨어?


알밤양이 저녁에 영어 공부를 하면서 교재를 찾는다.

"엄마, 타임지가 없어. 엄마, 멀티플 어디 갔지?."

맞은편 책상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또 올 것이 왔구나 싶어 호흡을 깊게 하면서 차분이 말한다. 흥분하지 말지어다.

"니가 놔둔 곳에 있겠지."

"없어. 엄마가 찾아 줘."

"아잉~ 엄마는 매의 눈이라 금방 찾잖아."

되려 애교를 부리며 대놓고 찾아달란다. 요것이 내가 그린 미야툰을 읽었나 보다.

순순히 엉덩이를 움직일 순 없다.

"먼저 자알 찾아봐. 책상부터, 책꽂이 사이까지, 그래도 없으면 찾아줄게."

알밤양은 스르륵 재빨리 훑는다.

"없어. 없어. 진짜로 다 찾아봤어."

하던 일을 멈추고 엉덩이를 든다.

혹시나 해도 역시나 사정거리 안에서 목표물이 발견된다!

목표물을 들고 배시시 웃으며 엄지를 들어 올린다.

"신기하네. 진짜 없었는데. 역시 엄마야."


찡그려진 눈썹을 펴고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엄마 좀 그만 좀 찾아. 내 사리는 가치도 없다고!





미야작가 / 연은미

만화가 &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을 그릴 때나 그리지 않을 때나 삶은 계속됩니다. 먹고 자고 싸고 청소하고 지지고 볶고 일하고 사랑하며 하루가 지나갑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내 눈으로, 내 몸으로 보내는 날들입니다. 까먹기 대장이라 시작한 미야일상툰, 가볍게 즐겨주세요.


#인스타툰 #미야툰 #일상툰 #공감툰 #가족툰

https://www.instagram.com/_miyatoon_/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사춘기육아



<미야툰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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