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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Oct 05. 2022

진모 엄마는 키가 시집가서 컸어.

엄마의 이름




해가 바뀌고 나는  열일곱이 되었다. 우리 집엔 장가   오빠네가 함께 살고 있었다. 나보다 여섯  많은 올케 언니는  딸을 낳았다.

나이가   차이  나는 우린 좁아터진 집에 붙어살면서 때때로 신경전에 말다툼을 하고 투닥거렸다.


한날 고모가 집에 놀러 왔다. 고모는 얼마  고모부와 헤어졌다. 고모부가 바람이 나서 첩과 살고 고모는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 어느  사랑방을 빌려 사는 중이었다.

“우리 동네에  총각이 한 명 있는데 사람이 좋아 보여. 몇 년 전에 군대 제대하고 지금은 나무를 잘라다 상판 만드는 일을 하는데 실력도 좋고 아주 성실해. 영숙이랑 짝 맺어주면 어때?”

알고 보니 고모가  들어 사는 집이  총각의 집이고 그는 집을 세주고 아랫마을에서 산다고 했다.

"양친이 돌아가시고 혼자인 게 흠이지만, 뭐 시집살이 안 하니 나쁘지 않잖우."

“그럴까? 말만 한 계집애 계속 집에 붙어있는 것도 그렇고 지 올케랑 투닥거리는 꼴도 보기 싫은데.”


갑자기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시집이라니! 난   !  절대 안 가. 싫어!”

길길이 날뛰면서 거절했지만 어른들은 내 생각 따윈 아랑곳 않고 몇 번 얘기를 주고받더니, 어느 날 키가 좀 커 보이는 낯선 남자가 엄마를 보러 왔다. 나는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방에 들어가 버렸다. 고모는 일사천리로 중매쟁이 노릇을 하더니 2월이 끝나기도 전에 혼례 날까지 잡고 말았다


“시집 안 간다잖아! 가기 싫다고! 잘 알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왜 시집을 가라고 그래?”

“이 간나야, 다 그렇게 시집가서 사는 거야. 벌써 동네에 소문이 다 났어. 두말 말고 혼례 치를 준비나 차분히 해.!”


나는 집을 와 달렸다. 도망가고 싶었다. 아무도  찾게 멀리 가고 싶었다. 하지만  곳이 없었다. 아는 곳이라곤 50  떨어진 이모가 사는 송정이 내가 아는 가장  곳이었다. 송정 이모네에 숨은  마지막 발악은 다음날 큰오빠의 등장으로 꺾이고 말았다.  오빠가 나를 마주 앉히고 방바닥에 칼자루를 내려놓았다.

영숙아,  이러고 나면 혼처 자리 하나도  들어온다. 끝까지 니가 시집  가겠다면 여기서 오래비랑 둘이  죽어뿌자.”

버틸 수 없었다. 몸이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나는 머릴 뜯고 소리 지르며 한참을 울었다.



며칠  나는 그와 혼례를 올렸다. 혈혈단신 혼자인 가난한 남자. 나이가 나보다 아홉 살이 많았다. 큰오빠보다도  살이  많은 그 사람은 말이 거의 없었다. 얼굴이 못생기진 않았지만 정이 전혀 가지 않았다. 정이  리가 없었다.  마음은 얼음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그는 얼마  결혼식을 올렸다가,  달만에 여자가 돈을 갖고 도망 갖다고 했다. 다들 쉬쉬거리지만 가십 소문은  귀에까지 들어왔다. 열일곱 생일도  지난 딸을 제처 자리로 가라고 하다니 엄마가 너무 미웠다. 남자는 빚을 값아야 했는지 그나마 갖고 있던 집을 팔았다며 아랫마을로 이사를 가자고 했다. 내가 어려서 그랬는지 빚을 얼마나 어떻게 졌는지 알려주지 않아서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뒤로 살림은  어려워졌다.   10   속에 아기가 자라고 있었다. 열일곱   키도 계속 자라고 있었다.





<엄마의 이름 앞 이야기>

1.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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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롤로그-영웅 영숙이

https://brunch.co.kr/@miyatoon/37

3. 우리 영숙이는 선생님 시킬 거라......

https://brunch.co.kr/@miyatoon/38

4.호랭이는 뭐하나 저 간나 안 물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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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와야국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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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뽕따러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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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남의 집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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