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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이라는 뿌듯함의 족쇄

적당한 수준으로 그냥 계속합니다

by 모일자 Jan 31. 2025

매년 다이어리를 사고 그 다이어리의 첫 장에 올해의 거창한 목표를 적는 이 새해를 맞이하는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새로운 목표와 다짐만 했는데 벌써 내가 다른 사람이 된 듯한 착각까지 들었습니다. 하루하루 다이어리를 빼곡히 채워가며 나의 일상이 인생이 꽉 차게 흘러가는 듯한 충만함을 느꼈습니다. 이후의 스토리는 모두가 예상했듯이 충만함이 부담으로 바뀌고 마음의 짐이 되는 결론으로 흘러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다이어리 빈칸이 보기 싫어 일부러 꺼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이어리를 더 이상 내 돈 주고 사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회사에서 주는 다이어리도 점차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것이 새로운 루틴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았기에 그 어려움 때문에 좌절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족쇄를 스스로 매고 싶지 않았습니다.


2025년은 거의 10년 만에 그 족쇄를 다시 다리에 매어 보는 해입니다. 올해는 새로운 다짐이 새로운 루틴이 뿌듯함이 될 것 같은 기대가 됩니다. 또다시 좌절할 수 있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일 수 있지만 그래도 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루틴의 뿌듯함에서 족쇄로 넘어가는 그 찰나의 순간을 민감하게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몇 개의 장치를 고안했기 때문입니다.


첫째. 루틴을 하되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합니다. 열심히라는 굳은 의지와 노력을 스스로 가미하려고 하는 순간이 가장 경계해야 되는  순간입니다. 의지와 노력은 절대로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가령 새로운 무언가를 배울 때 초기에는 재미있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특히 요즘은 유튜브가 워낙 발달했기 때문에 잘하기 위한 정보를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욕심을 잠재우고 그냥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령 수영을 처음 배울 때 강습을 받으면 내 마음대로 안되고, 이것이 맞게 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유튜브를 찾아보고 그렇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절대로 그것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바로 앞에 있는 강사와 더불어 시어머니만 한 명 느는 격이고 조언들은 잔소리로 잔소리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짜증으로 이어집니다. 그냥 하면서 몸이 스스로 준비되는 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머리나 마음과 달리 몸이 변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것을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야 합니다. 열심히 하지 않고 그냥 하면 잘하게 되고 루틴이 됩니다. 루틴은 몸이 하는 일입니다.


둘째. 생각하지 않고 행동합니다. 앞의 이야기와 연계해서, 수영으로 이야기하면 그냥 수영장에 등록해서 강습을 월수금 받으면 됩니다. 좌절도 욕심도 모두 현장에서 해야 합니다. 그것을 삶으로 끌고 들어오는 순간 가끔은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금방 지겨워지고 지칠 수 있습니다. 수영을 잘하고 싶다거나 수영을 배운것보다는 그냥 수영장에 간다는 것 행동이 루틴으로 적합합니다. 행동은 우리가 컨트를 할 수 있지만 마음은 의지는 한순간에 바뀌기 때문에 그것을 꼭 잡는 것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특히 행동을 설계할 때 중요한 것은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최대한 의지를 발휘하지 않는 상황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가령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퇴근 후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먹고 헬스장에 가는 것보다는, 점심시간에 짧게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 의지를 덜 필요로 합니다. 어차피 회사에 있는 순간에는 운동 대신 할 것이 업무나 동료와의 식사 정도이지만, 퇴근 후 집에서는 너무나 재미있는 것이 많고 그것을 의지로 이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루틴의 난이도를 속도가 아닌 지속성에  중심을 두고 설정합니다. 루틴이 내 삶 속에 파고들 때 뿌듯함에서 족쇄로 넘어가는 딱 그 순간은, 그 행위가 부담으로 느껴지고 억지로 하고 하기 싫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입니다. 그 경계를 결정짓는 것이 루틴의 난도입니다. 빠른 성장이라는 속도를 중심으로 하면 루틴의 난이도가 높아집니다. 난이도 높은 루틴은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좋을 때는 상관없지만, 다운사이클로 접어두는 순간 바로 부담으로 전환됩니다. 성장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난이도를 지향해야지 지속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낮은 목표라 지루하거나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미약합니다. 그러나 그 난이도가 그냥 생각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그 지점입니다.


지속성에 중심을 둔다는 것은 축적의 힘을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축적의 힘을 믿는다는 것은 지속함이 쌓일 수 있는 통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운동의 경우는 별다른 통을 만들지 않더라도 우리 몸자체가 축적의 통이 되어주기에 축적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글쓰기와 같은 분야는 그것을 쌓을 수 있는 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제 TV에서 '성시경의 자 오늘은'이라는 성시경이 좋아하는 선배동료 들과 함께하는 콘서트를 봤습니다. 사실 그 콘서트에서 동료와 함께 부른 많은 곡은 이미 성시경의 유튜브에서 듀엣 영상을 올렸던 곡입니다. 유튜브에서 '성시경의 노래'라는 유튜브 콘텐츠 통에 축적하고, 축적한 것을 다시 동료와 함께하는 콘서트라는 포맷의 통으로 다시 활용과 동시에 축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콘서트는 같은 포맷 같은 이름으로 22년부터 지속하며 하나의 이력이자 커리어이자 축적 그 자체가 의미가 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두가 루틴의 뿌듯함과 부담을 자연스럽게 왕래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그 모호한 경계를 신경 쓰며 경계를 지나감을 민감하게 느끼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경계를 하되 흔들림의 폭은 매번 다르기 때문에 잠깐의 좌절 후 다시 흔들리면 좋겠습니다. 흔들리는 것을 받아들일 때, 흔들리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것을 멈출 때, 조금 더 잘 흔들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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