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김형배_전교조 통일위원회 사무국장, 의정부여중
학교에서 통일교육이 갖는 위상과 비중은 학교 밖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크지 않다. 학교에서 진행해야 되는 10여개 범교과교육 주제 중의 하나 일 뿐이다. 그럼에도 5월이 되면 통일교육 실적으로 보고하라는 공문도 내려오고 그에 따라 관리자도 물어보시니 다른 주제들에 비해서는 관심을 더 받는 편이긴 하다. 또한 통일교육지원법에 근거하여 교육부 역시 각 학교에서 연간 일정시간(교과 4시간, 창의적 체험활동 6시간)이상 통일교육을 실시토록하고 있으니 다른 주제들에 비해 여건도 나은 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내용이다.
내용을 채우기 위해 통일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들의 준비정도가 어떤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도덕교육전공자라면 학부과정에서 통일교육, 북한이해 등의 강좌를 수강하지만 교직 진출 몇 년 전에 수강한 것이기에 막상 교단에서 사용하기에는 시기상 적합하지 않은 내용일 수 있다. 도덕이외의 전공자라면 난감함은 더할 것이다. 통일 교육원에서 통일교육 담당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지만 1년에 2~3백여 명에 불과하고 서울에서 합숙 연수가 가능한 사람만 대상이다 보니 아쉬움이 따른다. 이를 보완하고자 사이버연수 과정도 개설 운영하고 있으나 통일 교육원 사이버연수가 통일교육 담당교사에게 널리 이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
통일교육, 통일수업을 잘 진행해보고 싶지만 어려운 지점 몇 가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통일교육은 다른 주제의 범교과 교육에 비해 정치적인 조건과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시의성 또한 높은 수준으로 요구된다. 그러다보니 지금처럼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교과서의 내용과 TV에서 보이는 장면들이 서로 어울리는 않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왔고 지금 시기도 마찬가지이다.
통일 교육원은 2005년 이래로 1~2년 단위로 통일교육의 기본방향을 담은 ‘통일교육지침서’를 발간하여 전국에 있는 학교와 교육기관에 배포하고 있다. 최근 2016년에 발간된 이후 지난 2018년 8월 ‘평화통일교육의 방향과 관점’이라는 새로운 명칭의 자료를 발간 배포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통일 교육원은 정부 중심의 하향식 통일교육에서 벗어나고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번에 발간된 자료는 지난 10년간 남북경색국면을 깨고 올해 초 평창올림픽을 시점으로 힘차게 내달려온 남북협력시대의 상황들이 반영되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면 16년 발간된 통일교육지침서의 통일교육의 첫 번째 목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민족공동체 건설이었다. 그리고 기간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통일을 미래의 모습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최근에 발간된 자료에서는 분단체제로 인한 부담을 해소하고 남북한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평화통일의 실현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 통일과정에서의 사회구성원간의 평화롭고 민주적인 소통과정을 중요시하고 있다. 남북교류, 평화통일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상당히 바뀌었음을 통일교육지침서 성격의 자료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교사들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지난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교과서일 것이다. 2009교육과정에 의해 만들어진 도덕교과서에 다루어지는 북한관련 단원에는 북한사회를 설명하면서 우리의 시각으로 바라본 북한의 부정적 모습만을 기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획일적 집단주의, 주체사상과 수령,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제한, 실질적 일당독재와 주민통제, 식량난과 그로인한 생존권 위협과 탈북, 계급에 의한 차별, 문화예술의 통제, 기본적 인권의 박탈 등이다. 긍정적 기술은 한 줄도 있지 않다. 2015교육과정에 의해 만들어진 교과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교과서의 북한과 TV에서 바라본 북한은 많이 다르다. 교과서 내용을 충실히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북한에 대해서 긍정적 시각을 갖기가 어렵고 비록 안보를 위협하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통일의 대상으로 인식하자는 교과서의 애절한 메시지는 아이들에게 전혀 납득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투성이인 친척과 한 가족처럼 살아야 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통일의 대상이라면 통일하고 싶을 대상으로 인식 될 정도로 긍정적인 기술도 필요하다.
또한 한반도 통일의 미래상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입장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조건이 항상 전제되어 있다. 최근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 대신 ‘자유민주적’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조금 더 해석의 경계를 완화했지만 그럼에도 통일국가의 모습을 규정한다는 것은 북한과의 통일의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다. 통일국가는 북과 남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기반위에서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야 하는 과정이고 또 그렇게 하자고 북한과 약속했으면서도 한편으로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통일을 해야 한다고 고수한다면 논의의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통일교육이 교사에게 부담이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신이 없어서 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업을 구상해서 진행할 정도로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하다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도 모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통일 교육원은 앞서 언급한 ‘평화통일교육의 방향과 관점’자료에서 통일교육의 내용으로 분단의 배경과 통일의 필요성, 북한이해, 통일의 과정과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에서 제작한 평화통일시민교과서에는 통일교육의 내용으로 분단의 과정과 영향, 용서와 화해, 갈등해결의 방법과 자세, 남북협력 및 교류과정,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교사가 통일교육에 주저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아마 자기 자신에게 있을 수 있다. 교사 스스로 통일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기에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전달함에 있어 부담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어떤 교사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 찬반토론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통일’이 찬반토론의 주제로 적절한지에 대해서 고민이 든다. 비판적 사고력을 향상시킨다는 차원에서는 일정정도 교육적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통일’이 아이들에게 선택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물론, 통일지상주의는 경계해야지만 ‘통일’은 헌법적 가치로 자리매김 되어있고 그러한 차원에서 교육기관이나 공공기관은 통일교육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하는 입장에서 ‘통일’에 대해서 선택적,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수업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통일에 대해 확고한 생각과 의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은 역사적, 인도적 차원의 당위성을 떠나서라도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 그리고 한반도경제의 번영이라는 현실적 필요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즉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라도 통일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내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통일수업에 대한 자료는 통일 교육원 홈페이지에 상당히 탑재되어있다. 퀴즈, 플래시, 영상, 게임 등 자료도 다양하다. 또한 매년 시범학교에서 그리고 연구대회를 통해 입상한 수업안 역시 탑재되고 있다. 직접 수업을 구안하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검토하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다.
도덕과에서 한 단원을 배정하여 통일교육을 진행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통일교육의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배치하여 학습자의 수준과 관심도에 맞게 수업을 디자인하면 될 것 같다. 만약에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이나 배정된 수업시간이 많지 않다면 한 두 가지 주제로 진행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민족동질성 확인 차원의 ‘북한의 이해’나 ‘남북교류과정을 기반으로 한 통일한반도의 상상’ 이란 주제를 추천한다.
보통 북한이해를 위해서 탈북자들의 수업을 학교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사전에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북한 탈출과정, 반인권적 상황이 수업의 주 내용이라면 아이들은 당연히 반북의식을 갖게 될 것이고 이는 교사가 의도한 바가 아닐 것이다. 탈북자와 함께 하는 수업이라면 북한의 명절, 음식, 생활 문화를 함께 공유함으로써 민족동질성을 느끼는 과정으로 수업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수업준비를 함에 있어 시간적인 여유가 있거나 아니면 북한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KBS의 ‘남북의 창’과 MBC의 ‘통일전망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북한의 최근 영상을 직접 볼 수 있다.
평양시내의 모습, 북한주민의 일상을 보고 싶다면 올해 진행된 다양한 남북교류과정에서 한국의 언론사가 북에서 직접 취재한 영상을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KBS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 [평양]’ 편이나 JTBC의 ‘서울평양-두 도시이야기’를 추천한다. 평양이나 북한지역을 여행한 외국인들이 찍은 영상도 유투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구글 지도’로 평양의 현재 모습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주요 관광지에는 관광객들이 업로드한 사진도 볼 수 있도록 표시가 되어 있다.
모둠별로 사진집을 함께 보면서 우리와 닮은 점, 다른 점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올해에만 북한주민의 일상을 담은 사진집이 세권이나 출간되었다. 그 중에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책도 있으니 다른 시각이 주는 느낌의 차이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남북교류과정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한 통일수업 내용이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급랭되었지만 그 이전 진행된 남북관계의 교류과정과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통일을 위해 남북이 함께해왔던 노력을 이해하게 되고 그것에 기반하여 통일의 과정을 만들어 가면 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2018 남북정상회담’ 사이트에는 지난 기간 남북교류와 협력의 과정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올려놓았다. 수업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영상물도 많이 탑재되어 있다.
지금껏 진행된 총 4차례의 남북정상선언의 내용을 살펴보고 그 선언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었을 때 우리의 일상과 나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나의 진로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것도 유용한 수업내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 6·15선언은 통일의 방향을 제시했고 2007년 10·4선언은 그 선언을 구체화 하기 위한 계획이 담겨있다. 올해 판문점 선언 역시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면 9월 평양선언은 그것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천조치들이 담겨져 있다.
또한 남북교류가 활성화되었을 때 금강산, 개성, 평양, 백두산 수학여행을 기획하고 관광코스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단일팀구성 라인업과 경기전략을 세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나 평양정상선언은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행동을 전면금지하기로 하고 상대방에 대한 공격행위나 시도를 중단하기로 함으로써 한반도내에서의 실질적 평화를 약속하고 군축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였다. 국방비 지출의 감소는 국민생활복지를 위한 기반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우리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평화와 복지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도 통일수업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통일은 민족구성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교사들은 역사적인 길로 아이들을 인도해야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통일수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통일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통일이 우리나라와 민족에 절실하다는 필요성을 인식하면 절반은 진행된 것이다. 수업만 디자인하면 된다.
참고 사이트
>>> 2018 남북정상회담 사이트
>>> 통일교육원 통일마당
>>>전교조 통일위원회 수업자료
참고 자료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5.전국 NET
6. 티처뷰_teach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