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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Dec 31. 2018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은 고장 난 것이라 했다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 박성은_용인 포곡고 교사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은 고장 난 것이라 했다. 주변의 변화하는 자장 속에서 제대로 방향을 찾기 위해 나침반의 바늘은 늘 흔들린다. 전국 모든 교실의 교사들은 매일 흔들리고 갈등하며 성공과 실패를 오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도 그 날의 수업을 뚜벅 뚜벅 수행해나가는 최전선의 수행자들이다. 


20년 만에 다시 만난 농촌 아이들을 통해 교사의 역할을 고민하고 갈등하는 25년차 교사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둔전리 포곡고등학교...에버랜드 부근의 농촌 소재 인문계 고등학교이다, 나는 2년 전까지 비평준화지역의 명문고로 불리는 곳에서 9년간 근무했고 그 이전에도 성남에서 10년간 근무했었다. 즉, 오랜 시간 도시에서, 가정의 뒷받침 속에 공부하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영재 교육 및 탐구과학교육분야에서 나름의 노하우를 구축했었다. 그런데 작년에 포곡으로 전근 온 후, 나는 그 동안 내가 경험하고 쌓아왔던 많은 경험과 노하우, 교육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우선 우리 아이들은 참 순진무구하고 착하며 매일 매일 학교에서 즐겁게 살아가면서 교육의 많은 부분을 학교에 의존하는 아이들이다. 우리 학교에 전근 온 선생님들은 처음엔 이런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교사로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겉보기와 달리 빈틈이 많은 아이들의 학업능력에 머리가 복잡해지고 마음 아파한다. 도시의 많은 아이들, 가정과 사교육의 뒷받침 속에 많은 경험을 하고 학업능력에 빈틈이 없도록 관리하고 있는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착하고 순수한 우리의 아이들은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현실에, 누적되어 온 학업역량의 부족과 아이들의 다양한 꿈에 맞춤형으로 대응하기엔 학교의 자원이 부족하고, 교사 자신의 에너지와 역량이 부족함에 마음 아파한다. 

  나 또한, 가능성에 비해 현실의 제약 속에서 꿈을 작게 품는 아이들, 자신이 꿈꾸는 것에 비해 갖추어 놓은 실력이 터무니없이 빈약하여 결국 꿈을 포기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내가 지금 해 줄 수 있는 것들과 해 줄 수 없는 것의 한계 사이에서 늘 마음 한 편이 서늘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나 혼자만의 실천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과학교사’라는 정체성을 넘어서서 학교 전체의 시스템과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설계하며 학교 공동체의 동참과 실천을 호소하는 교육과정부장으로서 2018년을 통과하고 있다.


흔들리며 나아가는 2018 포곡고등학교 과학탐구실험 수업 사례

    올해 나는 2학기에 1학년의 과학탐구실험 수업을 4시간 맡았다. 우리 학교 과학교사들의 수업은 우선 2,3학년의 전공교과 수업을 먼저 배분한 후, 서로의 수업시수 편차가 거의 없도록 1학년 수업을 분배하였다. 1학년 수업을 알차게 하기 위해서는 1학년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을 같은 교사가 맡으면서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지도해야 하겠으나, 학교의 현실적 조건은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처음 도입되는 과학탐구실험, 1학기에 수업을 담당한 교사들은 교과서를 바탕으로 각 단원에서 흥미 있는 소재 2가지씩을 선택하여 과학탐구실험에 적응하는 것을 목표로 수업을 진행하였고 2학기에 이어받는 교사들은 1학기의 수업을 기반으로 과학적 핵심역량(자신의 호기심을 기반으로 한 질문도출,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탐구역량, 팀원들과 함께 역할을 분배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협업능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기르는 것에 집중하여 수업을 설계하였다. 이를 위해 여름방학 전에 1학년 통합과학을 담당하는 교사들과 함께 협의를 하여 다음과 같이 2학기 수업을 설계했다. 

2학기 수업의 첫 시작은 연역적 탐구 및 귀납적 탐구 방법을 과학사 속에서 학습하는 것으로 교과서의 자료를 바탕으로 모둠원이 직접 토의를 통해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과학적사고력과 의사소통, 협력을 배울 수 있으며, 내용적으로는 과학탐구방법과 과학의 본성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추구하고자 편성했으며, 매 시간 학생들의 워크북을 걷어서 검토와 피드백을 하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최종적 이해는 1차 논술평가를 통해 확인하도록 설계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이 궁금한 것을 바탕으로 주체적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과학적사고력, 탐구능력, 협력적 문제해결능력의 향상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 평소에 호기심 노트를 기록하도록 하였고 Fame Lab과 과학자율탐구의 주제를 결정할 때, 이 호기심노트에 기록된 각자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모둠에서 주제를 결정하도록 했다.

  1차 지필평가 이후에는 Fame Lab을 편성하였는데, 과학탐구실험 수업은 주당 1단위로 편성되어 있어 장기간 진행되는 프로젝트활동을 하기에 수업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Fame Lab 수업은 1차 지필평가 이후 통합과학 담당교사들의 협조를 얻어 1주일 내내 5시간을 연달아 진행하였다. 이를 위해 1학년 과학교사들이 모여 학습지를 개발하고, 각자의 수업이 전체 단계 중 몇 번째에 진행되고 있는지, 그 단계에서 교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협의하며 수업을 준비했다. 

  Fame Lab이 궁금한 것의 답을 인터넷이나 참고서적 등을 통해 답을 찾아내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라면, 궁금한 내용을 스스로 직접 탐구를 통해 확인하고 결론을 도출하며 자신들의 탐구를 반성적으로 고찰하는 과학적 탐구능력을 키우기 위해 과학자율탐구를 마지막 활동으로 편성했다.  



자신이 궁금한 것을 찾아가는 Fame Lab과 과학자율탐구


  과학탐구실험 교과에서 가장 중요하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학생들이 자신이 궁금한 것을 스스로 찾아가며 그 과정에서 탐구를 설계하고 논리적으로 탐구를 수행하며 객관적으로 결과를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의사소통하는 역량이다. 이를 위해 2학기 수업에서 실시한 Fame Lab과 과학자율탐구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Fame Lab


  Fame Lab이란 과학을 대중과 소통하도록 하기 위해 영국에서 시작된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다. 과학도 재미와 흥미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요즘 세대의 특성에 맞게 아이들도 일상생활 속의 과학적 원리를 찾아 이를 Fame Lab의 형식으로 발표하도록 수업을 진행하였다. 1차 지필평가 이전부터 통합과학을 담당하는 교사들과 함께 협의하여 수업을 준비하였고, 지필평가가 끝난 후 1주일 내내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의 5시간을 모두 Fame Lab을 준비하는데 쏟아 부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 수업을 주당 1시간씩 띄엄 띄엄 진행했다면 이번과 같은 수업의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함께 뜻을 맞춰 지도해 준 1학년 담당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Fame Lab수업은 다음과 같이 6단계에 걸쳐 진행되었다.

   

1단계 모둠별 주제 선정 및 과제수행 계획 수립
2단계 주제 관련 자료 조사 및 과학적 원리 이해
3단계 발표 내용 요약 및 발표 방식 결정


다음은 Fame Lab수업의 성취 기준과 평가계획안이다. 

4단계 발표 시나리오(콘티) 작성

  

6단계 모둠별 영상 발표


 다음은 Fame Lab수업의 성취 기준과 평가계획안이다.  

 나는 수업을 설계하고 평가계획을 세울 때, 평가의 기준과 수준을 미리 깊이 고민하고 수립하는 편이다. 그러나, 학습의 장면별로 중요한 부분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다음과 같이 평가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사실 역량은 총체적인 것인데, 과학의 핵심역량을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관찰하며 그 역량의 수준을 어떻게 판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지금도 많은 고민이 생기는 부분이다. 역량의 평가는 역량의 수준을 실제 그런 성취를 보이는 사람을 바탕으로 도출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이런 부분의 연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전미과학교사협회가 주축이 되어 많은 아이들을 지도하는 과학 교사들이 과학과의 핵심역량별 성취수준을 학교 급별로 경험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정했다고 들었다. 우리도 이런 실제 교사들의 지도경험 속에서 성취기준과 수준이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런 것이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현장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


Fame Lab 모둠 활동 이후 모둠별 협업과 모둠활동의 기여도에 대한 인정, 서로에 대한 칭찬


  몇 년 전부터 나는 모둠활동이 끝나고 나면 아이들과 함께 그 모둠의 협업에 대해서 서로 감정을 나누고, 함께 뜻을 맞추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한 모둠원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협업의 과정에서 발견한 모둠원에 대한 칭찬 나누기를 한다. 그 이유는 요즘 학교에서 모둠 수행평가가 많아지면서 모둠활동과 무임승차에 대한 불만이 많아지는 것을 보게 되는데, 어느 날 문득 “우리는 너무나 판단의 기준을 높은 곳에 맞추어 놓고 그 기준에 못 미치면 부정적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닐까? 모둠 활동을 할 때 함께 협업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모둠활동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일을 제쳐 놓고 함께 마음을 모으고 시간을 맞춰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와 함께 모둠활동에 임해 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아이들은 협업이란 것이 그리 힘들고 불쾌한 경험이 아니라 함께 해 주는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모둠활동 이후에 모둠의 협업을 성찰하고 서로에 대한 고마움, 바라는 점을 표현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이 시간이 실제로 의미가 있었을까? 내가 생각한 효과가 발생되었을까? 아이들에게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몇몇 아이들이 학기말 수업 성찰문에서 적어낸 이야기와 수업시간에 활동하는 아이들의 서로를 향한 표정, 특히 한 모둠의 사례 속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감성적인 부분의 터치가 아이들의 의사소통, 협업능력, 자신에 대한 성찰, 공감 능력의 향상에 기여한다고 생각된다. 

  소개하고픈 모둠의 사례가 있다. 모둠별로 협업에 대한 성찰을 나누고 모둠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시간이 지나고 한 아이가 나를 찾아왔다. 모둠활동을 하는 동안 서로 갈등과 오해가 쌓였는데 이것을 풀지 않고 그냥 점수만 주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서로 이야기를 해서 풀고 싶은데, 자기들끼리만 이야기를 나누면 자칫 갈등이 깊어질 수 있으니 선생님의 중재 하에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그래서 그 모둠의 아이들을 불러서 공감교실에서 사용하는 본심과 바람나누기 기법을 활용하여 아이들의 감정과 이야기, 그런 감정이 들게 되었던 이유, 서로에게 바라는 점 등을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깨닫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친구에게 미안한 점을 사과하고, 나를 성찰하며 앞으로의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 또한, 모둠활동에서 늘 발생하는 무임 승차자에 대한 아이들의 불만과 협업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이런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해낼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으며 다. 많은 모둠활동을 시키며, 아이들의 불만 속에 힘들어하고 있는 많은 과학 선생님들께 이 방법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다. 


다음은 팀의 리더로 활동했던 한 아이의 성찰문이다. 

 평상시에 모둠활동으로 어떠한 과제를 해결할 때, ‘나만 잘하면 된다. 친구들이 못하면 내가 감수하고 친구들이 무임승차해도 결과만 좋으면 괜찮다.’ 라는 생각으로 친구들의 생각이나 의견은 최대한 배제하면서 내 의견만 강조하고 주도한 경향이 많았습니다. 초창기에 Fame Lab을 하면서도 또한 주로 내가 주도한 경우가 많았는데 Fame Lab 막바지에 친구들과 서로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친구들끼리의 소통이 없다.’ ‘그래서 이번 활동이 아쉽다. 다음에는 더 열심히 참여하고 싶다.’라는 등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율탐구를 하면서 ‘이번에는 친구들끼리 협력하여 의사소통하자’는 생각으로 매일 밤마다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우리가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친구들과 상의하면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업을 통해서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고, 저의 부담감도 훨씬 줄었습니다. 

 모둠 아이들의 본심을 서로 소통하지 않았다면, 이 아이는 리더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시도하고자 했을까? 혹시 늘 혼자서 자신만이 짐을 짊어지고 다른 아이들이 따라오지 않는다며 투덜거리지는 않았을까? 그래도 이번을 기회로 자신을 돌아보며 새롭게 시도하는 이 아이를 응원한다.



Fame Lab 수업을 하고 난 후, 나의 성찰


 아이들이 직접 자기들이 궁금한 주제를 스스로 탐구했던 Fame Lab은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호응과 결과보고서의 질이 매우 높았다. 평소 우리 학교 아이들이 제출하는 결과물에 비교해볼 때, 모둠별 보고서는 그 질이 매우 높았다. 이는 단계별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자세하게 가이드할 수 있도록 구성된 학습지와 매 시간 아이들의 학습단계를 점검하고 격려해주었던 1학년 과학교과 담당선생님들의 힘이 컸다고 생각되며, 이를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생각된다. 또한 교사인 우리들도 이전에는 미처 모르던 내용을 아이들의 발표와 보고서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학급별로 제출된 영상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부족한 점을 보아 내년 수업에서는 국어과와의 협업을 통해 시나리오 작성이나 다양한 표현방식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탐색하도록 한 후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완성도도 높이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수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나. 과학자율탐구

  

 과학탐구실험 수업의 꽃은 ‘실생활 속의 문제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시수의 부족으로 인해 1회밖에 실시할 수 없었지만, 과학자율탐구를 통해 학생들이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찾아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지켜 본 우리 학교 아이들은 경험이 부족해서 그냥 자율적으로 탐구를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몰라서 성과도 잘 나지 않고, 배우는 것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탐구문제 진술부터 가설 설정, 변인 통제 및 탐구 설계에 이르기까지 교과서에 나온 예시 주제를 바탕으로 먼저 단계별로 지도하면서 연습을 하도록 한 후, 실제 자신들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탐구문제를 뽑고 탐구방법을 설계하고 탐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탐구계획서를 피드백하여 탐구 설계를 수정하게 한 후, 스스로 준비물을 준비하고 탐구를 수행한 후 보고서와 발표자료를 작성하고 발표하였다.  

  나는 탐구 계획 수립이나 보고서 작성 등은 주로 모둠 평가로 진행하지만, 발표는 Jigsaw전시장 형태로 각자가 자신의 탐구를 발표(모둠별로 자신의 자리에서 동시에 발표, 다른 팀 학생들이 그 모둠에 와서 발표 듣기)하게 함으로써 개인별 평가를 받게 한다. 이런 발표 방식은 여러 면에서 장점이 있는데, 우선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아이들이 발표를 마칠 수 있으며 (1인당 발표 시간 5분, 1모둠에 4명인 경우 4회전 발표를 하면 되므로 발표시간은 20분이면 된다.) 모둠에서 가까이 있는 3명의 친구에게만 설명하면 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이 적고, 질의응답이 훨씬 자연스럽게 일어나며,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탐구에 대해 모든 내용을 알아야 발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협업에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주게 된다.


탐구계획서 검토 및 피드백
Jigsaw 형태의 조별 탐구 발표 (모둠별 노트북에 발표자료 탑재)



과학자율탐구 수업을 하고 난 후, 나의 성찰


  궁금한 것의 답을 찾기 위해서 인터넷에 나온 지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요약해서 영상으로 제작하는 Fame Lab과 달리,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탐구를 설계하고 이를 직접 실험으로 옮기고, 그 과정에서 오류를 제거하고, 실험을 통해 정량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과를 해석하여 결론을 내리는 탐구는 훨씬 난이도가 높으며 아이들이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실제적 역량 등이 많이 필요한 총체적인 수업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과 함께 자율탐구를 진행해 본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실제적으로 자신들이 직접 도구를 만지고 결과물을 내는 과정을 많이 경험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머리로, 이론적으로는 될 것 같지만, 실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실제의 경험을 주고, 그것을 수행해 내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감정을 선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각자가 궁금한 것을 주제로 삼아 탐구를 진행하는 수업은 매우 자유도가 높은,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감당하기 힘든, 그리고, 잘 되면 아이들에게 큰 성취감을 주지만, 잘못하면 제대로 결과도 못 내고, 실패의 기억만 남길 수도 있는 수업이다.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고, 과학적 탐구능력 및 사고력, 반성적 능력 등을 갖게 하려면 교사는 아이들의 수준에 따라, 그에 맞게 비계를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는 처음부터 너무 높은 계단을 놓으면 많은 아이들이 시작단계부터 포기할 수 있기에 자율탐구의 본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과정을 가르치면서 연습을 하도록 하였고, 탐구계획서도 간략하게 뼈대만 요약해서 쓸 수 있도록 도식화하여 제공하였다. 이런 시도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탐구를 완성하고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도왔다고 생각한다. 또한, 처음 하는 탐구여서 아이들의 탐구과정에는 많은 허점과 오류가 있다. 이를 자신들의 탐구에 대한 고찰 단계에서 반성하고 더 나은 탐구를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해 2차 지필평가에 자신들의 탐구과정 전체를 요약하고 결과를 고찰하며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는 문제를 출제하였다.

 

  과학탐구실험을 지필평가에서, 그것도 논술로 치른다고 하니 1학년 아이들 전체가 지필평가 기간에 엄청나게 긴장하며 답안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았다. 지필평가 감독을 끝내고 나오는 선생님들도, “채점,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애들이 한 시간 내내 엄청 열심히 쓰더구만, 세상에나, 우리 애들이 팔을 털면서 답을 쓰더라구요.” 이런 말씀들을 하셨다. 답안을 채점하는 과정은 나에게 많은 시간을 요구할지라도, 나는 아이들이 기특했고, 이런 지필평가 문제를 낸 것도 뿌듯했다. 시험이 또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끌어올리는 비계로 작용한 듯 하여~





한 학기 수업의 마무리 지점에 있는 지금, 나의 나침반 바늘의 떨림


  우리 학교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늘상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예전에 내가 지도했던 아이들은 과제를 주고 장을 펼쳐 놓기만 해도 그 안의 내용물을 스스로 그렇게 훌륭하고 완벽하게 꽉 채워냈었다. 그리고 나는 늘,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서 쾌감을 얻곤 했다. 그 때, 나의 수업을 본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00학교니까 그렇지”라는 말씀들을 하실 때,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는 다른 학교에 가서도 00학교처럼 수업할거야.”라고... 물론 나는 지금도 아이들과 열심히 프로젝트를 하고 자율탐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의 완성도를 보면서 과제를 수행해가는 단계에서 예전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비계를 두어야 함을, 훨씬 더 많은 교사의 손길이 닿아야 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세밀한 터치를 하기에는 교실의 아이들의 숫자가 너무나 많음을, 교사 1인이 지도해야 할 아이들의 숫자가 너무나 많음을, 그래서 교사가 쉽게 지칠 수 있음을 느낀다. 


  그런 마음을 품고서 아이들의 결과물에 진심어린 감탄과 놀라움을 표현하지 못하는 나에게 아이들은 말한다. 이렇게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는 수업이 자신에게 성취감과 쾌감을 주었노라고, 배움의 기쁨을 주었노라고, 힘들었지만 또한 재미있었다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노라고, 한 번 탐구를 해보니, 자신들의 탐구에서 어디가 오류인지를 알겠다고, 그 실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좀 더 정확한 탐구를 해보고 싶어졌노라고...


  그래! 내가 또 결과물의 질을 앞에 두고, 아이들의 현재 수준에서의 노력을 뒷전에 두었구나!

  현재 나이에서 도달해야 하는 절대적 기준이란 게 어디 있단 말인가? 

  기나긴 인생, 늘 한 발 한 발 성장하면 되는 것을! 

  배움의 기쁨과 성취감, 배우는 과정에서 발견한 자존감만큼 큰 재산이 어디 있으랴?


오늘도 나는 이렇게 흔들리면서 매일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늘 아이들은 나에게 가르침을 준다. 내 나침반 바늘이 어느 곳을 향해 떨려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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