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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May 02. 2019

티처뷰_박성애 선생님

티처뷰 / 박성애_대구 경동초등학교

대구 경동초등학교에 재직하고 계신 박성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83학번으로 교직 경력은 30년이 됐어요. 올해 경동초등학교에서 4년째이고요. 6학년 12반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업무는 독서인문토론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명박 정부 시절 전교조 해임 교사로 2년을 쉬다가 복직했고요. 6년 간 배움의 공동체 활동을 하다가 2018년부터 2년 째 배움의 공동체 대구지역 대표로 활동하고 있어요. 대구 같은 경우에는 새넷 산하에 배움의 공동체 동아리와 회복적 생활교육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거든요.




Q. 현재 재직 중이신 학교는 어떤 학교인지 말씀해 주세요.                        

A. 저희 학교는 주변이 학원가로 둘러싸여 있고, 대구에서 노른자위 땅이라는 수성구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서울의 강남 대치동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학군이 좋다보니 유명한 중고등학교로 진학을 꿈꾸며 전입하는 학생이 많아서 1학년은 7~8 학급 정도로 시작하는데 고학년 그러니까 5~6학년이 되면 전입이 늘면서 12학급으로 늘어나요. 현재 총 54학급인 대구에서 제일 큰 공립 초등학교에요. 반별 인원수도 33명에서 39명, 전체 학생 180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거대 학교라고 할 수 있죠. 

 올해 들어 학교 주변 아파트 단지에 입주가 시작 되면서 3월 4일자 개학식 하루에 각 학년마다 50여 명 정도가 전입하여 전체 307명이 한 번에 추가 전입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답니다. 



Q. 선생님 학교는 혁신학교인가요?                        

A. 아니요. 저희 학교는 그냥 일반 공립초등학교에요.



Q. 학생들은 어떤가요?                        

A. 학생들의 생활수준은 대체로 부유한 편이고 그래서 미인정 유학을 가는 학생이나 미인정 유학 갔다가 다니던 학교로 가지 않고 우리 학교로 전입하는 학생도 많은 편이에요. 아이들은 대체로 부유한 집안에서 사랑을 많이 받아 부족한 게 없이 자랐지만 초등학생인데도 벌써 고등학교 수학(상)을 푸는 학생이 있을 만큼 학습 노동에 시달려서 학습 스트레스로 인해 무척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이 많아요. 저는 아이들한테 틀려도 괜찮다고 강조하는데도 아이들이 틀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엄마는 애가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도 아이가 지금까지 공부해온 게 아깝다며 어려운 공부를 멈추지 못한다며 고민하는 자녀의 부모와 상담하기도 했어요.



Q. 들어보니 완전히 드라마 ‘스카이 캐슬 ’상황처럼 들리는데요?                        

A. ‘스카이 캐슬’보다 더 심한 편이죠. 반에서 한두 명은 꼭 학습 스트레스를 짜증과 욕으로 분출하는 아이들이 있고요. 해마다 한 학급 정도는 학급 붕괴가 일어나서 담임 교체까지 발생하곤 합니다.



Q. 학급 붕괴 현상에 대한 조직적인 대안은 모색한 적이 없었나요?                        

A. 작년에는 몰랐는데 대구교육청에서 ‘다인수학생 수업 보장권’제도를 마련하고 있었음을 공문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이게 뭐냐 하면 한 학생이 수업을 방해할 때 피해를 입는 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수업을 방해한 학생에게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제도를 말해요. 그래서 관리자들에게 왜 우리 학교는 이런 제도를 활용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였더니 미온적인 반응이었어요. 

 사실 다수의 초등학교 분위기는 명예나 위신이 중요해서 학급 붕괴가 일어날 때 쉬쉬하면서 학부모 민원을 무마하기 위해 기존 담임은 병가를 내게 하고, 학교 인사위원회를 소집하여 절차를 밟아 새로운 담임으로 교체하는 식으로 재빨리 사안을 마무리하려는 데 급급해요. 그렇게 해도 새로 교체된 담임이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에요. 

 저도 2018학년도에는 생활지도가 어려워 곤혹스런 한 해였어요. 개인적으로는 배움의 공동체 철학, 회복적 생활교육, 학급 긍정훈육법 등을 도입하며 학급 붕괴 현상을 막아보려고 노력하고는 있어요.



Q. 그렇다면 학급붕괴 현상을 겪는 반과 같은 학년 교사 간의 공동 대응 노력은 없었나요?                        

A. 앞서 말씀 드렸듯, 대구의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과중한 담임업무 탓에 각자가 교실 안에 갇혀서 소통하지 않는 폐쇄적인 교사 문화를 갖고 있어요.


  학부모들은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그 어떤 실수도 용서하지 못하며 교장은 학부모들의 민원과 기세에 눌려 관리자로서 책임져주고 교사들의 방패가 되기를 자청하기보다 교사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눈으로만 바라보는 분위기도 한 몫을 하지요. 우리 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요, 54학급이라 교사 수도 많아서인지 동료 간 대화가 원활하지 않고 사실 작년인 경우에는 교실 붕괴를 겪으면서도 모두에게 그 사실이 노출될 때까지 그 당사자인 담임교사는 동료 교사에게 도움 요청조차 하지 않았어요. 아마도 밀실 같은 교실문화가 그 원인이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최근 들어 2차 성징이 일찍 진행되어 초등학생들의 중학생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그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초등학생인데도 사춘기 학생처럼 이유 없이 반항하고 돌발행동을 하면서도 반성할 줄 모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거예요.


  공동 대응으로 그나마 신경 쓰는 부분이라면 학년말에 학급을 편성할 때 붕괴가 일어났던 반 아이들이 다시 한 반에 편성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정도이고요. 경기도에 있는 교권보호위원회처럼 교사권익위원회를 꾸리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도죠. 저는 교사평의회를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사를 대변할 변호사도 사고요.


Q. 이제 분위기를 바꿔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키워주고 싶은 역량은 무엇이며 이를 수업으로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묻고 싶네요.                        

초등 6학년 과정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역사에 관심을 갖고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13살이기를 바라거든요. 그래서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게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서 ‘책 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인문사회관련 서적 5권 정도를 읽고, 독서토론을 한 다음에 그 내용을 희곡으로 각색하여 간단히 콩트도 발표하는 활동을 했어요. 그 후에 그 각색한 글들을 모아서 300쪽 자리 책을 펴냈는데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힘들어 했지만 출판된 책을 보며 뿌듯해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여담이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여러 독후활동을 시도해봤는데 편지쓰기를 했을 때 비로소 자기 삶이 담긴 솔직한 글이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대구는 해마다 8월15일에 초‧중고등학교 ‘인문학 독서토론 대회’를 개최해요. 5월부터 8월 초까지 권역별로 나눠서 독서토론 예선 대회를 실시하고 8월 15일에는 본선을 치르는 방식인데 작년에는 제가 지도한 팀이 교육감 표창을 받았답니다.



Q. 현재 대구 혁신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A. 대구는 혁신교육의 낙후지역이에요. 그래서 혁신학교가 무늬만 혁신학교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타 시도에 비하면 제대로 된 혁신학교가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는 혁신학교란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교장, 교사, 학부모, 학생까지 함께 협의하여 비전을 설정하는 학교, 수평적 토론이 평화롭게 진행되면서 학교교육과정을 한 발짝씩 운영해 나가는 것이 혁신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대구는 교장의 권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요.


   대구에도 혁신교육과 혁신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300명 이상의 교사가 존재하고, 남다른 열정을 품고 있는 교사도 20여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보수 진영 교육감이 장악하고 있어서 희망적이지 못해요, 작년 8월에 대구 새넷에서 교육감에게 대구에도 혁신학교다운 혁신학교를 만들어 보자라고 제안했지요. 사람을 줄 테니 한 번 제안해보라는 구두 약속을 받고, 10월에 혁신학교 비전 자료를 교육청에 보냈으나 지금까지 답변이나 진전은 없네요.



Q. 새학교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A. 제가 2012년 해임 중에 황호영 선생님과 네트워크가 돼서 황호영 선생님 권유로 ‘새로운 학교의 비전을 만들어보자’ 라는 뜻을 같이 해서 임전수 선생님과 함께 대구 새학교네트워크를 창단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 뜻을 함께 하던 동료와 지역 시민단체, 학부모를 포함 30~40명 모아서 창립식을 했고요, 저는 총무 역할을 맡았었죠. 2013년 2월 17일자로 복직되면서 해직 중이던 2012년부터 손우정 교수 강의를 들으며 매료된 배움의 공동체 연구회에 몰입하여 ‘수업을 바꾸면 학교가 바뀔 수 있기’를 바라고 활동하고 있어요. 현재는 대구새학교네트워크 산하에 배움의 공동체와 회복적 생활교육 두 동아리가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고요. 제가 배움의 공동체 동아리를 운영하고 배성완, 빈상혁, 강호민 선생님이 회복적 생활교육을 운영하는데 현재는 강호민 선생님을 비롯 여러 명이 교육청 안에 회복적 생활 연구팀으로 파견되어 위기의 학교, 학급, 학생, 교사들에게 회복적 생활교육 지원을 하고 있어요. 지부장이던 임전수 선생님은 2015년에 복직 후 세종 시 연수원으로 가게 되었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리더의 부재로 산하 동아리만 활성화되다가 3년 전인 2016년에 제주도에서 열린 새로운학교네트워크연수를 들으면서 신선하고 진일보된 느낌을 받으면서 새넷연수를 적극 참가하게 되었어요. 경기도연수, 구례 연수, 올 총회 연수 등 연수 마다 배움이 컸어요.


Q. 대구 새학교네트워크의 자랑거리는 무엇입니까?                        

A. “엎어질 때 엎어지더라도 우리는 끝까지 열심히 해보자, 그러면 후배들이 그 다음을 잇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왔어요. 그러면서도 대구 새넷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지점이 뭘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잠재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자랑이라고 생각해요. 



Q. 전국 및 지역 새학교네트워크의 발전을 위한 제언 부탁드립니다.                        

A. 새학교네트워크라는 이름답게 지역별로 혁신교육의 정착이나 확산에도 편차가 크다고 생각해요. 이런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새넷 들 중에서 대구를 비롯해 잘 안 되는 새넷들, 제 생각에는 대전, 경북, 부산 새넷 같은 지역 새넷을 ‘찾아가는 새로운학교네트워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늦은 저녁 시간에 대화 즐거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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