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제갈훈종_이천 증포중 교사
어느 학교나 학생부(생활인권부)를 맡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어쩌면 강천중 같은 소규모 그리고 학교폭력이 없던 이곳 강천중에서만 가능했을지 모른다는 그런 신비한 이야기 일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저의 교직경력에 있어 학생부(생활인권부) 업무 경험은 딱 1년(2008년)이었던 것을 참고하시면 “그래도 선전했구나!” 라고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됩니다.
1부
꿈……, 생각……, 그리고 나의 말이 현실이 될 때 나는 더 큰 희망을 갖는다.
학생들과 함께 회의를 하다보면 제 의견이 채택되더라고요! 참으로 신기합니다. 왜냐면 전 항상 이성적이고 분별력이 있으며 현명하니까요ㅋㅋㅋ. 다소 그런 면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라는 거. 저를 아시는 분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항상 제 의견이 채택이 되었을까요?
그건 아마도 학생들이 의견을 내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의견을 내어도 어차피 무시될 텐데.’ 라는 두려움, 그리고 선생님들 의견에 토 달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경험이 없어서 특별히 의견을 없을 수도……. 하여튼 이런저런 이유로 선생님 생각대로 학생자치회는 끌려갑니다.
학교에서의 기획회의 때를 생각해 봅니다. 제 의견이 받아들여질 때 그리고 존중 받을 때 저는 더 열심히 능동적으로 일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의견보다 교장‧교감선생님의 뜻에 맞춰 교육현장이 흘러갈 때 저는 불평불만이 생겼고 수동적으로 움직였으며 업무에 대해 깊이 고민하려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 될 때 그렇게 인정받을 때 그리고 나의 꿈이, 생각이, 말이 현실이 되었을 때 더 큰 희망을 가지고 노력한다고 생각됩니다.
2부
할 일 있어야 존재감은 커진다.
학생자치회가 꾸려지면 학생들은 엄청 기대를 많이 합니다. 학교를 개혁하여 새로 만들 것 같은 그런 포부로 제게 와서 물어봅니다. 그런데 학생자치회에서 뭐해요? 전 총무부인데 뭐 해야 해요? 참으로 난감하죠. 지금껏 부서만 정해봤지 역할을 정해준 적이 없어서…….
그런 고민 중 2017년부터 역할을 좀 더 세분화 하여 정했습니다. 2016년 까지 규정하고 있던 역할과 비교해보겠습니다.
⁜ 2016년까지 학생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생자치회부서별 역할
제39조【부서】본 회는 다음 각 호의 부서를 두고 사무를 관장한다.
① 총 무 부 : 본 회의 기획, 예산편성, 집행, 결산 및 기타 필요한 사무
② 바른생활부 : 학내 질서 및 교풍 확립 과정에 관한 사항
③ 학 습 부 : 학․예술 활동 및 교양, 취미, 오락 활동에 관한 사항
④ 봉 사 부 : 교내․외 봉사활동에 관한 사항
⑤ 체 육 부 : 교내 체육대회, 학생건강체력평가 등 보건 체육에 관한 사항
학생자치회에서의 역할보다 교사들의 역할 같지요? 그래서 부서명과 그 역할에 대한 개정을 2017년부터 시작하여 2018년에 드디어 확정 개정하게 되었습니다.
제40조【부서】 본회는 다음 각 호의 부서를 두고 사무를 관장한다.
① 기획 홍보부 : 학교행사 홍보 및 기록 온라인 카페 운영
② 동아리 운영부 : 학생 자율동아리 대표 및 사제동행 대회 운영
③ 학생복지 시설부 : 학생카페 운영 및 관리 학생 설문조사 등 학생 의견 수렴
④ 문화 체육부 : 학생자치회 물품 관리, 체육활동 지원, 학교 스포츠클럽 관리
⑤ 서 기 : 회의 기록 등 각종 학생자치회 관련 기록물 관리(사진, 동영상 등 포함)
규정을 보면 부서명과 그 역할은 현실화하여 실제 강천중 학생자치회에서 운영하는 활동을 반영하여 설정하였습니다. 학생자치회 세부 역할을 설정하고 부서를 조직하다보니 누가 들어도 한눈에 그 업무까지 알 수 있는 부서가 조직되었습니다. 조직의 체계가 잡히자 비로소 학생자치회에서 자신의 임무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 한 것 같습니다.
3부
믿고 기다리기
‘믿고 기다리기’는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학생자치회의에 들어가 끼어들지 않기, 학생자치회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끼어들지 않고 기다리기, 행사진행 학생 마이크 가로채지 않기 등 대부분 교사들이 ‘내가 하면 빠르고 효율적으로 운영 될 텐데.’라고 생각하며 학생들이 진행하는 마이크를 뺏어 아주 효율적이고 재치 있는 농담으로 학생들의 진행을 가로챕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으려니 정말 힘들고, 힘들고, 힘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진행하는 행사들이 얼마나 어설프고 참견하고 싶은지……. 그러다가 학생자치회 행사를 몇 번을 반복할 때쯤 새로운 희망을 발견합니다. 조금씩 마이크를 통해 이야기하는 아이들에게서 자신감과 그들만의 노하우가 발견됩니다. 정말 뿌듯하죠. 조금만 더 믿고 기다린다면 아마도 학생자치회 성장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팁을 하나 드린다면 마이크를 든 학생은 절대 반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과 명령조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사전 교육 되어야 합니다. 마이크는 나름 권위(?)와 공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적으로 사용되거나 막말을 해서는 안 되는 아주 존귀한 물건이거든요.^*^
4부
고민하는 학생자치회
학생자치회의를 저희 강천중학교만큼 많이 하는 학교도 드물 겁니다. 행사 하나를 위해 보통 2주 이상을 회의를 하다 보니 담당교사인 저도 행사준비는 보통 한 달 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사실 제가 혼자 하는 것이 더 쉽고 편하지만 고민하고 실천하는 학생자치회를 믿고 기다리며 하루하루 애가 탑니다.
하나의 행사를 위해 고민하고 협의하고... 행사과정에서 겪는 실패와 좌절 그리고 성공은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입니다. 이런 저런 과정을 보고 배운 후배들은 그 사례를 통해 또 다른 고민을 하게 될 것이고요. 하여튼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학생자치회를 성숙하게 만들 겁니다. 실제 학생자치회가 주최한 행사가 평가회 및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의 평가가 그리 높진 않습니다. 그래서 학생자치회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성장하는 기회가 생긴답니다. 평가회에서 나온 결과를 얼마나 받아들여줘야 할지 행사 취지에 맞으면서 학생들의 호응도 좋게 끌어내는 방법은 없는지 이런저런 고민 때문에 우리 학생자치회는 많이 지치고 힘들어하곤 합니다. 그건 성장통을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5부
설문조사, 평가회 & 기록
2015년 처음 강천중학교에 와서 여러 행사를 하면서 항상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저 스스로 자뻑(?) 하고 있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쓴 시나리오에 여러 학생들이 맞춰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주는 게 스스로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평가회는 2016년 학생 리더십 캠프 때 구색을 맞추고 리더십 캠프의 알찬 명분을 만들기 위해 시도해 보았습니다. 학생들은 이야기를 꺼리며 자신의 발언을 삼갔던 것 같았습니다. 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1학기 평가회가 끝날 무렵 한 학생이 친구사랑주간에 실시되었던 친구를 주제로 시 쓰기 행사에 대해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이 학생은 ***가 상을 받아 이상했다는 겁니다. 선생님 세 분이 평가하여 상을 주었기에 전문성과 형평성엔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 일로 상의 권위가 의심받게 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내가 생각한 것과 학생들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들 행사인데 선생님들의 개입한다는 게 학생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부터 학생들에게 설문을 받기 시작했었고 전체 평가회를 ‘강천 아고라’ 라고 이름 짓고 실시하였습니다. 물론 모든 게 완벽하게 실시되고 맘에 들진 않았지만 평가회를 함께 참석하고 지도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가끔 학생들 중 일부는 정말 아무 말 대잔치를 할 때도 있지만 생각보다 진지하게 평가회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모든 과정을 학생자치회 서기는 기록하고 후배들에게 전달했었고 이런 기록들이 모여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6부
변화된 것들
1) 학생자치회 전통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2) 평가회에서 나온 의견이 반영되기 시작합니다.
① 체험학습 – 봄 체험학습은 교사가 가을 체험학습은 학생들이 체험하고자 하는 것으로 주제 정하고 계획짜기
② 화장실 화장지 – 화장실 화장지를 칸칸이 설치해주세요
③ 선생님들과 풋살하고 싶어요 – 체육대회에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풋살 게임 실시
④ 학교에서 실시하는 각종행사에서 학교장상 선정 시 학생들의 투표 등 학생들이 참여하여 선정할 수 있게 바뀌었음.
⑤ 공감캠프 및 체육대회 등 정책제안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부분 의견 반영 – 룰렛 게임, 야자 타임 등
⑥ 12월 희망프로 프로그램 – 강천 씨네마 천국(12월26-28) 실시계획
⑦ 학생자치회 학생들과 동아리 학생들이 자신의 역할을 말없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 동아리 회장 및 회원들 : 사제동행 사격대회 진행(2019년부터는 사제동행 탁구대회도 운영예정임)
- 학생자치회 각 부서장들 : 학생자치회 온라인 카페 직접 운영 오프라인 카페 관리 및 수리 체육시설 관리 및 문열어주기)
⑧ 각종행사 – 학생자치회에서 주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음.
⑨ 학생카페에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보드게임 구입.
3) 학생자치회에 대한 관심
- 2학년학생들은 학생자치회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자치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학교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조금씩 강천중 학생자치회가 매력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4) 그 밖의 소소한 변화들
5) 무엇보다 담당교사인 제가 함께 일 할 파트너가 많이 생겼다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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