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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May 02. 2019

프레임을 재구성하면 사회가 변한다

시론 | 안순억_경기도교육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해로 혁신교육과 혁신학교가 시작된 지 만 10년을 넘어섰다. 그리고 교육개혁을 이끄는 우리들의 프레임이 되었다. 보수 언론에서도 혁신교육, 혁신학교를 비판하는 말들을 한다. 그리고 그 프레임을 활성화 시켜 교육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하게끔 하기도 한다. 

  때로는  ‘무늬만 혁신학교’, ‘혁신학교는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 등의 반대 프레임을 걸어 우리가 하고자하는 교육개혁을 흔들기도 한다.

  알게 모르게 우리를 흔들어 대는 프레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 2019년 1월 한겨레신문 칼럼에 게재 되었던 「[안순억의 학교 이데아] ‘스카이 캐슬’과 교란의 말」들을 통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안순억의 학교 이데아] ‘스카이 캐슬’과 교란의 말」/ 안순억


 올해 사교육 시장이 심상찮아 보인다. 정부 교육개혁이 여론에 밀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공교육 불신, 사교육 만능 기세가 노골적이다.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철회와 초등 방과후 영어수업 허용 검토, 그리고 <스카이(SKY) 캐슬>을 풀섶의 불씨로 보는 이들이 많다.
 
 공식적인 말들에 대한 경계와 의심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필수 능력이다. 유려한 말일수록 음험한 의도와 왜곡의 크기가 큰 경우가 많다. 문제는 진실인지 따져보는 의심보다 진실을 뒤덮는 말의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아무리 돌다리를 두드려도 어느 순간 훅하고 말려 들어가는 이유다. 교육을 두고 생산·유통되는 ‘교란의 언어’가 위험 수위를 넘나든다. 개혁을 갈망하는 표정으로 불신과 불안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통계 데이터와 전문용어로 창작된 논리들이 ‘학교 황폐화’에 힘을 보탠다. 거대한 기득권 질서와 사교육 시장이 뒤에 있다.
 
 

<스카이 캐슬>은 자식 교육에 목숨을 거는 상류층에 대한 풍자 드라마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비인간적 현실에 대한 고발이 ‘드라마틱’하게 담긴다. 리얼리티가 생생한 이 드라마가 현실에서 소비되는 방식이 무섭다. 제작진 의도와 달리(?) 오가는 탄식과 성찰의 담론은 의례에 가깝다. 상류층의 삶과 자녀교육 방식에 대한 욕망과 모방이 묘하게 퍼져 나간다. ‘입시 컨설팅’ 업체 성업과 공부감옥인 ‘예서 책상’의 수요가 이를 증명한다. 게으르고 부조리한 공교육 현실에 대한 묘사는, 교육개혁의 최우선 과제가 ‘공정한 입시’인 것으로 여론을 결집시킨다. 
 
 교육 불평등, 무한경쟁 입시교육, 국가 독점의 획일화 교육을 넘어, 삶을 존중하고 미래에 주목하자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합의가 아니다. 제도 또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장 과정을 거친다. 부분의 문제를 핵심 문제인 양 시선 옮겨놓기, 성적 상위 5%의 관점으로 내 자식 바라보게 하기, 급할 때는 교육언어를 정치언어로 바꿔 이념논쟁으로 몰기 등의 계산된 ‘전략 언어’는 개혁의 시도 자체를 결박한다. 물론 당연히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감축을 위한다는 외피를 입고서 말이다.
 
 간단한 예들이다. ‘월 100만원 영어유치원은 되고 3만원 방과후 수업은 안 되느냐’는 학부모의 입을 빌려 쓴 언론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 단순 논리 앞에서 조기 외국어 교육의 부작용에 대한 학계 의견과, 여야가 합의해 제정한 선행학습금지법의 취지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국가가 지식의 표준을 설정하고 범위를 통제하는 획일화의 근간에는 국가 교육과정과 국정교과서가 있다. 얼마 전 교육부는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확대와 교과서 자유발행제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언론은 ‘초등학생까지 좌파 시각’과 ‘왜곡된 국가관을 심’는 ‘섬뜩한’ 정책이라는 말로 받았다. 4조원의 국고 예산이 투입된 누리과정 지원은 ‘가진 자의 사교육을 더 조장해 오히려 교육 불평등을 키우는’ 사업으로 둔갑한다. 출발선 불평등 해소와 취약계층 취원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 팩트를 정반대로 뒤집었다.
 


 세상은 바라는 대로 되기보다 이야기하는 대로 달라진다. 힘 있는 ‘큰 입’들이 잇속을 위하여 선의를 뒤틀어 이야기를 독점하기 시작하면 그 이야기 자체가 이미 나쁜 권력의 횡포다. ‘예서 책상’을 통해 승자가 된 예서가 학교를 나서면서 삶의 태도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며 살 거라고 누구도 믿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강박과 이기심을 승자의 자질로 강요하는 사회에서 국민소득 3만 달러는 별 의미가 없다.



  공적 담론의 프레임을 재구성 하는데 성공하면,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게 된다. 상식으로 통용되는 것을 바꾸게 된다. 언어가 프레임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프레임은 새로운 언어를 필요로 한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우선 다르게 말해야 한다.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12p- 


 혁신교육 추진 10년을 넘기며, 교육개혁을 지속하기 위한 우리의 프레임은 유효한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 볼 시기이다. 진일보해야할 교육을 발목 잡는 교란의 말들을 멈추게 할 우리의 언어, 대중의 통념을 바꾸기 위한 우리의 언어, 그것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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