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새넷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ys May 02. 2019

‘새로운 학교’와 새로운 교육생태계

포럼 &  이슈 / 새학교네트워크 지원센터

‘생태계’, 교육을 읽는 새로운 메타포  


 교육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곳곳에서 ‘교육생태계’는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민선 4기 경기혁신교육의 비전을 제안한 「교육다운교육위원회 백서」에는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로 운영하면서 지역별로 학교와 마을이 협력하는 혁신교육생태계를 강화하여 교육 자치를 구현해 나가는 것’을 다가올 4년의 경기교육의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보다 앞선 2015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 전반에 걸친 성찰을 토대로 실행된 「4・16교육체제 비전과 전략 연구」에서도 우리 교육이 견지해야 할 가치로 협력, 공공, 창의, 자율 그리고 ‘생태’를 선정하고, 학교 중심에서 교육생태계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제안하였다.  

  학교와 학교 교육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화적 조건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이해하는데 있어 ‘생태계’라는 개념은 하나의 유용한 메타포로 기능할 수 있다. 카프라는 그의 저서 『생명의 그물』(범양사, 1998)에서 생태계의 조직 원리를 이해하고 그 원리를 지속가능한 인간 공동체를 창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생태적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상호의존성, 재생, 협력, 유연성, 다양성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결과로서의 지속가능성을 기본 원리로 하는 생태학적 관점이 교육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공동체에 적용되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모든 생명은 특정한 생태계 내부에서 존재한다. 생태계는 특정 지역의 생물군과 무기적 환경 요인이 종합된 복합 체계를 의미한다. 생명체는 생태계 내부의 다른 생명체, 나아가 무생물적 조건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 진화한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교육을 둘러싼 여러 사회 문화적 조건들의 영향을 받으며, 또한 학교 교육이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유령에게 말 걸기』 김진경 외, 문학동네, 2014


  이러한 생태적 시각으로 학교를 바라 볼 때, 무엇보다도 학교는 단순히 사회가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전체의 한 ‘부분’이 아니다. '생태계'라는 말에는 모두가 모두와 연결되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관계망 속에 있다는 시각이 담겨있으며 '교육생태계'는 학교를 포함한 모든 사회 단위들이 변화의 주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1 


혁신학교 운동과 교육생태계


  전통적으로 교육은 사회 질서 유지의 수단으로 기능해 왔지만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경험한 혁신학교는 변화의 주체로서 학교의 모습을 새롭게 인식시켜 주었다. 혁신학교 운동은 발생부터 성장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문화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요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해 왔다. 2009년 경기도 혁신학교의 시작은 무상 급식으로 촉발된 선별적-보편적 복지 논쟁을 촉발시켰고 이는 행복한 삶을 위한 사회적 권리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왔다. 2014년 전국 13개 지역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혁신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는 더욱 확산되었다. 혁신학교를 찾아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주하거나 혁신학교 주변의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사례들은 교육이 사회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촛불 혁명 이후  치러진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는 17개 시・도 중 14개 지역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민주사회를 향한 주권 의식, 참여와 실천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 사회를 새로운 교육생태계로 재구성하는 일은 앞으로 혁신교육이 도전해야 할 과제로 제시되었다. 

  한편, 혁신학교 10년의 경험은 학교 자체를 생태계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확장된 안목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경기도 교육청의 혁신교육 3.0은 혁신학교를 보편적 모델로 삼고 학교 안팎 혁신교육의 연계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새로운 혁신교육의 주체(교육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을 과제로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최봉선 교장은 ‘이러한 관점은 개별 학교가 건강한 생태 원리로 작동한다는 가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학교의 성장 과정을 교육생태계의 관점에서 정리・기술하였다.*2  학교를 복잡・입체적 형태로 바라보면서, 구성원의 주체성을 살리기 위한 공동 연구와 개별 실천, 앎과 삶을 연결하는 마을 교육과정 운영, 비선형적 인과관계 위에 존재하는 다양한 주체들 사이의 실행과 피드백의 선순환 등은 건강한 생태계 원리로 작동하는 학교의 모습이다. 

  학교를 생태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혁신교육생태계 담론의 본질적 의미를 숙고하게 한다. 특히 현장 교사들에게 있어 ‘교육생태계’ 의미는 매우 다층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경우 그동안 해 오던 일에 지역이라는 컨텐츠 하나를 더하는 정도의 ‘사업’으로 이해되는 한편 또 다른 측면에서는 혁신교육이 지향하는 본질적 목표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새로운 학교’와 새로운 교육생태계


  현장에서 경험하는 이러한 인식의 차이에는 다양한 변인이 존재하겠으나 그가 속한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는 관점은 생태적 시각에서 볼 때 유의미하다. 혁신교육 2.0 시기의 주요 전략인 학교문화 혁신이 학교마다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역교육 혁신 즉, 교육생태계 구축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실천을 생태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일이 우선 필요하다.  

  한 예로 혁신학교의 양적인 ‘확산’을 혁신학교의 ‘위기’로 바라보는 다소 역설적 상황은 생태계 작동 원리 중의 하나인 다양성과 관계성의 개념으로 새롭게 해석해 볼 수 있다. 


  생태계 안에서 다양성은 진정한 의미에서 활기를 가진, 즉 관계들의 그물로 지탱되는 공동체 내에서만 전략적 이익이 된다. 만약 그 공동체가 고립화된 개인과 집단으로 파편화 되어 있다면, 다양성은 쉽게 편견과 마찰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그 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의 상호의존성을 인식한다면, 다양성은 모든 관계를 풍부하게 만들고 따라서 개별 구성원뿐만 아니라 그 공동체 전체를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이런 공동체에서 정보와 개념들은 전체 연결망을 통해 자유롭게 흐르고, 해석과 학습방식의 다양성-심지어는 실수의 다양성 까지도 이 전체 공동체를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생명의 그물』, 프리초프 카프라, 범양사, 1998


  다양성의 확산이 위기로 인식되는 상황, 소위 ‘무늬만 혁신학교’ 라는 비판은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다수의 혁신학교들을 개체 단위로 나누어 분석할 때 더욱 활성화 된다. 이 시점에서 ‘혁신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경구를 새겨볼 만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교의 성장치를 가늠하는 보다 정교한 분석이 아닌 ‘활기를 가진 관계들의 그물로 지탱되는 공동체의 형성’과 고립과 파편화를 막는 다양한 기제들에 대한 환기이다.

  학교 변화의 전략 가운데 전문적학습공동체는 교사들을 학교생태계 변화의 주체로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지속되어야 것 중의 하나이다. 더불어 구성원 사이의 수평적 관계성에 주목하며 통제가 아닌 자율과 협력을 강조하였던 생활공동체 역시 건강한 생태계로 나아가는 원리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율과 자치는 교육생태계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있어 함께 논의해야 할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이다. 교육생태계 안에서 ‘교육은 곧 학교’라는 시각이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교 자치와 학교 자율을 단위 학교 중심의 교육 활동으로 이해하는 경향은 없는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시각은 학교 안에서 종종 경험하는 학급 학년간의 폐쇄적 문화, 불간섭주의가 작동하는 원리와 일치한다. 자율은 더 이상 개인적 개념이 아니라 집단적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개방적 심성과 협력의 발휘는 교육생태계라는 다원적 네트워크 안에서 활동하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자질이다. 교사에게 있어 개방과 협력은 수업의 장면에서 발현되기도 하고 학교 문화 전반에서 발현되기도 한다. 개방과 협력은 학교 간 연계, 초중등 통합 등 이웃 학교들을 대상으로 발현되기도 하면서 지역 내 다양한 교육 자원과의 결합을 이끄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새로운 학교 운동’은 이러한 혁신학교의 공진화 과정에 지속적으로 자양분을 제공해 왔다. ‘새로운 학교’가 꿈꾸는 교육생태계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가? 그간의 새로운 학교 운동이 핵심적인 원리를 통해 비전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실천의 길을 열어 두었던 것처럼 새로운 학교가 꿈꾸는 새로운 교육생태계의 모습 역시 도달해야 할 이상향이 아닌 일련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교육생태계의 본질과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학교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공유하며 교육생태계 구성 요소 사이에서 드러나는 모순을 개선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세우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1
김진업(2019), 「교육생태계 : 교육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론」, 제4회 혁신교육 포럼 자료집

 *2 
 최봉선(2019).「학교에서 바라 본 혁신교육생태계」, 제4회 혁신교육 포럼 자료집




들어가는 글_새넷 2019 spring
1. 시론
2. 포럼 & 이슈
3.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4.전국 NET
5. 티처뷰_teacherview


+ 2018년 과월호 보기 +









매거진의 이전글 강천중 학생자치회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