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리더십(5) - 성과, 평가, 보상
다양한 사람, 다양한 성과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다. 사람이 다양하듯, 가진 역량과 그들이 만들 수 있는 성과의 모양도 다양하다.
기업은 보통 ‘돈’을 성과의 기준으로 삼는다. 매출이 얼마나 나오느냐, 아니냐가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기준이 된다. 이것은 현상을 단순화하는데 아주 도움이 되지만 그 자체로 리더에게는 일종의 ‘함정’이다. 먼저는 다양한 사람이 낼 수 있는 다양한 성과를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조직의 성과가 단선적으로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과 사람의 역동적 상호작용의 결과로 창출되는 것이라는 점을 생략한다.
내가 팀장의 역할을 하던 시절, 팀원 중 한 명에 대한 기억이다. 그 팀원은 업무적으로 봤을 때는 탁월한 성과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덤벙대는 성격에 실수도 종종 저지르는 편이었다. 업무 능력과 눈에 드러나 보이는 성과라는 측면에서는 그렇게 좋은 평가를 하기는 힘들었다.
우리 팀은 팀 분위기가 꽤 괜찮은 편이었다. 일단 나부터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가 흐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팀장 혼자만 그런 마음을 가진다고 팀 분위기가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팀원들의 호응도 중요하다. 앞서 말했던 그 팀원이 딱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팀에 늘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를 전파했고, 사람과 사람 간에 부드러운 관계가 잘 유지되도록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상대적으로 경험도 풍부한 편이어서, 다른 팀원들이나 나도 꽤나 심정적인 의지를 많이 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렇다고 우리 팀이 성과가 특출 나거나 늘 좋은 결과를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함께하는 사람들 간의 좋은 분위기와 유대감은 팀의 결속력을 높여주었고, 특히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그때만큼 좋았던 시기도 없었던 것 같다. 덕분에 함께하는 팀원들의 이탈율도 적었다.
어떤 이유로 그 팀원이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생각보다 그 공백이 꽤나 컸다. 팀장이었던 나의 마음부터 어딘지 허전했고 팀 분위기는 이전보다 다소 가라앉았다. 분위기 탓인지 이전보다 팀의 성과도 다소 저조해졌다. 사람과 성과, 조직의 분위기와 성과 등에 대한 여러 가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분위기가 좋다’는 정성적인 요소가 ‘매출’이나 ‘성과’라는 정량적인 지표와 어떻게 상관관계를 갖는지 분석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저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한 가지 확실히 깨달은 점은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나 매출 같은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조직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었다. 잘 보이지 않지만 성과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획일화된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생기는 문제
보상과 평가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 쉽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사람도, 사람의 역량도 그 양상이 다양하다. 조직은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성과가 다양한 만큼 평가의 방향도 다양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른 보상에 대한 고민도 치열해야 한다.
돈이나 매출로만 성과를 바라보고 평가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와 시스템을 무시한 채 획일화된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하면 어떻게 될까?
먼저는 성과를 부풀리거나 평가자를 속이려는 유인에 이끌리기가 쉬워진다. 눈속임을 하거나 편법적 방법을 사용해서 성과를 과장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이런 것들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않으면 너도 나도 눈속임이나 편법을 시도하고자 한다. 결국 조직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조직 내부의 갈등 수준이 심화되어 협력이 저해된다. 진짜 역량 있는 사람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숫자만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승진을 하게 된다. 결국 ‘속이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의 표상이 된다.
반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점점 소외되거나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꼭 필요한 사람들이 조직을 떠난다. 장기적으로 사람의 성장과 조직의 발전은 가로막히고 점차 조직의 침체로 이어진다. 이런 구조에서 살아남은 구성원에 포획된 리더는 사태의 진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어진다. 조직을 해치는 ‘파괴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리더 자신이 스스로 그 수레바퀴를 돌리면서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다소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았지만, 사실 우리 주변의 여러 조직에서 심심치 않게 저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리더는 사람과 성과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제대로 평가하고 보상하는 일에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혹시나 나도 모르는 새 ‘파괴의 수레바퀴’를 자신이 돌리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형식적인 평가의 한계
다면 평가를 하는 어떤 기업에 몸 담았던 적이 있다. 첫 평가를 앞두고, 동료들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다. 그런데 그 긴장감은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기본적으로 평가에 대해 직원들이 냉소적이었다. 나와 가까웠던 동료 직원은 “그냥 저는 대충해요.”라고 말했다. 그 동료 직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직원들도 크게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은 왜 그랬을까? 직원들이 평가에 냉담해진 이유는,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아도 그에 맞는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파악이 되고, 나 역시 긴장감을 내려놓고 적당히 형식적으로 평가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면 평가와 같은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시도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남들이 '해보니까 좋다'고 하니 따라 하는 수준에서 제도를 도입하면 대개 그 제도는 형식적인 장식품으로 전락한다. 기존의 제도에 문제가 있어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기준이 ‘다른 조직에서도 하니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먼저 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우리 조직이 창출해야 할 성과와 그 성과를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검토의 바탕 위에 평가와 보상에 대한 제도 설계가 더해져야 한다. 단순히 '다면 평가' 또는 어떤 최신식 방법을 도입한다고 평가를 제대로 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평가가 이루어졌다면 그에 맞는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평가는 결국 보상을 위한 것이다. 특히나 평가와 보상의 설계는 더욱 치밀하고 정교해야 한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연봉협상 시즌을 지나면 오히려 동기부여가 하락하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평가와 보상의 시스템이 잘못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를 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를 잘 못해서 부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근본으로 돌아가서 성과, 평가, 보상의 구조와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리더는 ‘발견자’
조직의 구성원 중 어떤 사람은 눈에 띄는 선명한 성과를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니지만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도 있다. 큰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묵묵히 구성원들의 결속을 유지하고 있거나, 상담자·조언자로서 구성원들의 정서적 어려움을 케어해 주는 사람도 있다. 잘 보이지 않고 번거로워서 사람들이 다 기피하는 일들을 스스로 나서서 도맡는 구성원들도 있다. 특정 성향의 사람만 있어서는 조직이 조직답게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저런 사람들의 관계가 역동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성과가 창출된다.
그러므로 리더는 다양한 사람이 각자의 역량을 가지고 함께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조직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래서 ‘발견자’이다. 구성원이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잘 ‘발견’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적절한 보상을 한다는 것은 금전적인 보상을 넘어서, 그 사람의 가치를 알아보고 조직 속에서 그 사람이 갖는 의미를 명확히 하는 것이기도 하다. '보상'은 시그널이다. 내가 조직에 기여하면 그에 맞는 보상이 주어진다는 시그널이 구성원들의 동기부여 수준을 높이고 조직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린다.
리더가 보고서 상의 숫자와 지표에만 매몰되면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기 마련이다. 그러니 잠깐 시간을 갖고 우리 조직이 지금까지의 성과를 이루는 데에 정말 중요한 기여를 했던 누군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자. 오늘의 발견이 뜻밖의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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