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만드는 '진짜 성과'

치유의 리더십(4) - 성과

by 아웃클래스

조직엔 성과가 있어야 한다. 성과가 없는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 비전도, 전략도, 조직도 모두 성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성과주의자'이다.


사실 나는 리더로서 많이 실패해 봤다. 굳이 따지자면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성과가 무엇인가'라고 물어본다면, 흔히 떠올리기 쉬운 '눈에 보이는 결과'로서의 성과와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어떤 팀장이 있었다. 다른 팀보다 뛰어난 실적을 만들어내는 팀장이었다. 그 팀장은 늘 주어진 목표를 달성했고, 자신의 결과에 의기양양해 보였다. 나는 사실 그렇게 실적을 잘 내는 편이 아니었고, 그 팀장의 비결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 팀장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팀장의 특징은 목표달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것이었다. 편법을 동원하든 뭘 해서라도 실적을 만들었다. 어떻게든 실적을 낼 수만 있다면 그는 어떤 수단이든 다 동원할 기세였다. 그 팀장은 목표 달성을 위해 '사람을 달달 볶았다.' 팀원들에게 독설을 서슴없이 하고, 무리하게 팀원들을 부려먹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팀원들의 업무에 대해 나노 단위까지 피드백하고 통제하려 들었다. 그래서인지 팀의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수직적이었으며 팀원들의 표정은 대체로 굉장히 어두웠다. 어느 순간에는 '나도 저래야 하나' 생각했지만, 원체 성격이 유순한지라(?)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다른 팀들과 트러블을 자주 일으켰다는 점이다. 정보를 잘 공유해주지도 않았고, 자기 팀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은 곧 죽어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경쟁심이 강했다. 조직 안에서 이루어지는 협력보다는 경쟁에서의 승패에 더 관심이 많았고 늘 공격적이었다. 사실 나도 그 팀장과 여러 번 부딪혔다.


나는 그 팀장을 좋게 평가할 수 없었다. 내 성향과 맞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그 팀원들의 상태를 알게 되면서였다. 어떤 이는 만성적인 소화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 어떤 이는 번아웃 증상에 시달렸다. 그 팀에서 일을 그만두는 직원들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팀장이 달성하는 실적과 반대로 직원들 사이에서의 그 팀장의 평판은 점점 나빠져 갔다.


아마 위에서 그 팀장을 바라봤을 때는 양날의 검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어쨌든 팀이 해야 할 실적은 잘 달성하지만 조직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는 그렇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나중에 그 팀장이 나에 대한 뒷담화를 했다는 것도 듣게 됐다. 그에게 나는 '실패자'에 불과했다. 그 팀장은 세상의 사람을 이분법으로 바라본 것 같다. 그 기준은 실적을 내느냐 못 내느냐였고,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그렇게 실적을 잘 내는 편이 아니었기에 그의 관점에서는 내가 실패자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는 정말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어떤 조직의 리더가 된다면 다 저렇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 나는 정말 실패자일까? 마음 깊이 거부감이 들었다. 문제는 감정적인 거부감이 나의 선택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해답을 찾고 싶었고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닥치는 대로 리더십, 조직과 관련된 책, 글을 찾아 읽었고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런 고민과 공부가 시작된 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지금, 어떤 부분은 그 팀장의 선택이 옳았고 어떤 부분은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팀장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팀장은 조직을 훌쩍 떠나버렸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이 원인 된 것으로 들었다(아주 정확한 사실은 본인에게 직접 듣지 못했으니 알지 못한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 팀장이 떠나니 잠재되어 있던 문제가 터져 나왔다. 그 팀장과 함께 일했던 팀원들 중 '멀쩡한 사람'이 하나가 없었다.


어떤 직원은 우리 팀에 합류했다. 그 팀원은 이전 팀과는 전혀 다른 문화의 우리 팀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하던 팀장과 일하는데 익숙했던 그 직원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자율적인 분위기의 우리 팀에 와서는 오히려 적응을 하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그 직원을 보며 '지나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직원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팀원은 조직을 떠났다.


이때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느낌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눈에 보이는 결과만이 다가 아니다'라는 생각과 방향성이 구체화될 수 있었던 계기로 선명하게 남아있다.




성과란 무엇일까? 돈이 곧 성과일까? 나는 "돈 되는 일이면 다한다"는 리더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봤다. 그런데 그거면 정말 충분할까? 나는 이윤 창출과 기업의 존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회사를 통해 한 탕 하고 뜰 생각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 정말 조직을 운영하고 성장시킬 생각이 있다면 '성과'에 대해 꼭 한번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해봐야 한다.


오랜 고민과 나름대로의 공부를 통해 결론 내린 내가 생각하는 '조직의 성과'는 크게 세 가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1. 사람의 성장

2. 조직의 발전

3. 눈에 보이는 결과


위에서 '조직의 성과'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조직의 규모나 크기, 상황에 따라 성과를 바라보는 관점과 중요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간에 어떤 결과물을 만들고 해산하는 프로젝트팀 같은 경우는 해당하는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결과 창출에만 집중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상대적으로 수명이 긴 '조직'에 대해 이야기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오늘은 '조직의 성과'에 대한 이야기기가 중심인데, 조직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많은 경우 성과를 조직의 경제적 이익과 등치 시키는 경우이다. 다시 말하면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주의가 조직에 문제를 일으킨다.


앞서 언급한 팀장의 사례를 통해서 정리해 보자면, 그는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생각한 나머지, '사람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을 관리했고, 결과적으로 '조직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남기고 조직을 떠났다. 그 조직은 남겨진 문제를 회복하는데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조직은 사람의 모임이다. 앞으로 어떻게 세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사람'이 있어야 조직이다. 그러므로 조직의 '성과의 주체'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하느냐가 그 조직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성패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나는 사람을 '자원'으로 간주하고 대하는 조직 문화를 반대한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할 때 진정으로 성과를 내는 조직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을 '자원'으로 대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위의 팀장의 사례처럼 어차피 사람은 자원이기 때문에 그들의 상황과 상태가 어떻게 되든 크게 상관이 없다. 번아웃이 찾아오든, 만성 질환에 시달리든 그게 뭐가 중요한가?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괴롭히고 독설을 남발하는 것이 또 무슨 상관인가? 돈만 잘 벌어오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다가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으면 내보내고 다른 사람 뽑으면 되는 것 아닌가?


문제는 이렇게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으면 조직에서 벌어지는 진짜 문제 상황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 또는 사람 자체로부터 발생하는 복잡한 상황을 무시한다. 예를 들면 우리 회사에 왜 퇴사자가 늘어갈까?와 같은 고민을 한다고 치자. 이런 고민에 대해 기술적이거나 공학적인 답변 외에 진짜 문제를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 "요즘 세대는 인내심이 부족해서..." 따위의 분석을 믿게 된다.


먼저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이해해야 한다. 사람은 성장하고 싶어 하고 발전하고 싶어 한다. 요즘 세대는 그런 경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통계가 상당히 많다. 나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의 자소서를 피드백해 준 일이 있었는데,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물론 자소서를 백 프로 다 믿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피드백했던 10명 정도의 취준생들 모두 회사를 고를 때 꼽는 최우선 가치를 '비전'으로 꼽았다.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만이 그들의 선택의 전부는 아님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간혹 리더들이 (흔히 MZ라고 불리는)젊은 세대 직원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거나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난 생각을 좀 달리 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리더가 조직을 바라보는 철학과 방법론이 낙후되어 그들을 제대로 포섭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러니 사람에 대해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발전하고 성장하는 조직, 그 안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루고자 한다면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2021052200007_0.jpg 출처 : 조선비즈




사람을 자원으로 대하는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그들도 본능적으로 느낀다. "이 조직은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구나." 적당히 할 만큼 하고 돈 받은 만큼 이상의 일을 절대 하지 않으려 든다. 사람을 자원으로 대하면서 "요즘은 회사에 주인정신을 갖는 직원이 드물어요."와 같은 말을 하는 리더가 있다면 큰 착각을 하고 있다고 본다. 직원들을 물건쯤으로 취급하면서 '주인'이길 바라는 것만큼의 폭력도 없다. 내가 상대를 '자원'과 같이 대했다면, 상대방이 돈 받는 만큼만 적당히 일하다가 더 나은 조건이 보이면 훌쩍 떠나는 것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합당하다.


성경의 한 구절인데 참 곱씹어 볼만한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 마태복음 7장 12절


직원을 사람으로 대한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 일단 오해하지 말자. 직원들을 예뻐해 주고 잘해주자는 감상적인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일하는 사람'으로써의 직원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 하며, 그 안에서 성장하고 싶어 한다. 이것이 조직에 '비전'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구성원이 '왜 이일을 하는가'를 물을 때 그 의미를 제공하는 것이 비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기서 말하는 '성장'은 '연봉이 높아지는 것'에 머무는 개념이 아니다. 어떤 리더들은 성장에 대해 언급하면 자동반사적으로 '돈'으로 연결 짓는데, 물론 충분한 금전적인 보상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1. 직원들이 어떤 커리어를 쌓고 싶어 하는지

2. 어떻게 성장하고 싶어 하는지

3. 일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 싶은지


최소한의 관심을 기울여보자.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과 사람을 대하는 관점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제대로 된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성과에 대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시야를 넓혀야 한다.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나는 회사가 이윤을 추구해야 함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성장해야 하고, 조직이 발전해야 한다. 진정한 성과주의자라면 사람과 조직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장의 눈에 보이는 결과 때문에 사람을 놓치기 시작하면 단기적인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다음 그다음은 상황이 악화된다. 사람이 성장하는 조직에서는 지금 당장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성과가 개선되고 기대하지 않았던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조직의 시스템과 체계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으면,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집착하기 시작하면 조직은 무너지고 저성과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리더라면 이와 같은 인식을 기반으로 '성과'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비전과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


발묘조장(또는 알묘조장)이라는 말이 있다.

춘추시대 중국 송나라에 어리석은 농부가 있었다. 모내기를 한 이후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궁금해서 논에 가보니 다른 사람의 벼보다 덜 자란 것 같았다. 농부는 궁리 끝에 벼의 순을 잡아 빼보니 약간 더 자란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 하루 종일 벼의 순을 빼느라 힘이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하자 식구들이 기겁하였다. 이튿날 아들이 논에 가보니 벼는 이미 하얗게 말라 죽어버린 것이다. 농부는 벼의 순을 뽑으면 더 빨리 자랄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였다. 송나라 사람이 풀을 뽑는다라는 뜻으로 송인발치(宋人拔稚)라고도 부른다.
- <맹자(孟子)>〈공손추(公孫丑)〉상(上)


조직에 이런 일을 하는 리더들이 수도 없이 많다. 당장의 결과를 만들 방법은 대개 무리수일 때가 많다. 사람을 갈아 넣으면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당장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고 좋아한다. 일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정작 조직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한다. 조직의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을 발견하면 다시 당장에 눈앞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결국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물론 전략적 판단에서 조직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지금 당장의 수익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면 결국은 조직이 죽어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인 상황이 된다. 지금 당장 할 것과 중장기적으로 조직의 발전과 사람의 성장을 위해 할 것을 구분하고 함께 살펴야 조금이라도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니, 급한 것은 급한 대로 챙기더라도 사람과 조직에 관심을 기울이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 당장의 실적이나 매출 같은 눈에 보이는 지표만큼 중요하게 우리 조직이 발전하고 있는지, 조직 구성원들이 성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조직도, 성과도 결국 사람이 만든다.


(이전에 업로드했던 글을 시리즈에 맞게 재편집해서 다시 발행합니다.)


[이전 글]

치유의 리더십(프롤로그1) : 리더십이 치유의 과정이 될 수 있을까

치유의 리더십(프롤로그2) : 리더십, 사람, 그리고 치유

치유의 리더십(1) : 조직의 비전,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치유의 리더십(2) : 조직의 미래를 여는 리더의 조건

치유의 리더십(3) : 결국, 조직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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