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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서태지 11- 서태지와 성탄절

서태지는 왜 10집을 내지 않는가. 서태지 이야기 챕터 205

by 지현

크리스마스 또 돌아왔다. '거리에는 캐럴송이 울리고 괜스레 바빠지는 발걸음' 이라고 들국화가 30년 전에 노래했는데, 이런. 2024년의 12월은 한 주제넘은 극우유튜브 중독자의 내란음모 계엄과 탄핵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바쁘고 황폐하다. 하지만 추위 속에서도 12월 25일은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으니 서태지 팬들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인 서태지와 성탄절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서태지는 성탄절을 참으로 좋아한다. 교회가 한집 건너 하나씩 있을 정도였던 서울출신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 교회 성탄행사에 참여했으리라는 추측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2집 콘서트의 우리들만의 추억에서 이미 빨간 산타외투를 입고 무대를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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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콘서트는 주로 겨울에 많았는데 우리들만의 추억을 불렀던 2집 전국투어 5회 공연이 서울에서 12월 23일, 24일, 25일에 있었고 아이들로서는 마지막 공연이었던 3집 콘서트 '다른 하늘이 열리고'도 1월이었으며 6집 태지의 화 콘서트도 겨울이라 팬들이 추위를 견디며 헤드뱅잉을 했고 9집 콘서트 Quiet Night도 겨울에 이뤄졌다. 이쯤 되면 겨울 아이 서태지라고 말해도 과장은 아니겠다.


그의 성탄 사랑은 음악에도 나타나는데 9집의 대표곡인 크리스말로윈 ChristmaloWin이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이 합쳐진 말이고 뮤직비디오 내에서는 겨울의 산타 마을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물론 이 노래는 아름다운 산타마을이 사실은 악인들이 사는 곳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크리스마스를 경원시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니 일단 넘어가자. 이 앨범에는 심지어 성탄절의 기적이라는 곡도 담겨 있지 않은가.


겨울에 콘서트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1993년 2집 여름캠프 이후 처음인 팬들과의 직접 만남, 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 평창동의 집으로 팬들을 직접 초대했던 일명 '평창동 원정대' 행사도 2014년 12월 24일 성탄절 전야에 이루어졌다. 300명의 팬들을 집 앞마당에,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자 손가락으로 조용히 시키며 비 밀작전처럼 입장시키고, 곳곳에 야외 가스난로를 켜놓아 긴 대기 시간 동안 팬들의 동사를 방지했던 그 행사. 산타 모자를 쓰고 팬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선물을 나눠주며 이름을 묻고 이야기를 들었던 전례없는 행사였다.

pyung.jpg 서태지가 2014년 12월 24일 평창동 원정대 행사에서 팬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더더구나 성탄삘 충만했던 것은 그 선물을 대량 주문해 배달시킨 것이 아니라 직접 사와 아내를 비롯한 가족이 서태지와 함께 손수 포장하여 무려 300개를 준비한 점에 있다. 그가 공개한 사진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옆으로 수북이 쌓인 과자와 사탕, 비닐봉지 그리고 그 옆에서 달게 자는 딸 담이의 뒷모습도 살짝 보인다. 평화로운 가족의 베푸는 성탄 모습. 그리고 팬들에 대한 사랑. 이 행사는 참여했던 사람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믿을 수 없는 꿈같은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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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의 크리스마스 메시지에는 "이번 9집은 내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와 겨울의 이야기들을 담았는데 이제 드디어 겨울이 왔으니 물만난거죠. 하얀눈도 소복히 쌓이고요. 내맘도 설레는군요~" 라고까지 했으니 지금 12월 그는 얼마나 또 성탄절을 기대하고 있을까. 이제는 10살이 된 딸과 함께.


서태지 팬으로서 성탄절이 기다려지는 것은 그가 1년에 한 번, 오로지 12월 24일에만 팬들에게 안부 편지를 쓰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2월 21일 자신의 생일 (팬들의 명칭은 정현절)에도 서태지닷컴에 메시지를 업로드해 왔으나 2017년 이후로는, 그러니까 25주년 콘서트 이후에는 오로지 일년에 한 번 성탄절 이브에만 점을 찍고 있다. (점을 찍는다는 말은 공식 사이트 닷컴을 만들고도 흔적이 없는 서태지에게 글은 안 써도 좋으니 점만이라도 찍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하면서 만들어진 말로 서태지가 팬들에게 인사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팬들은 산타처럼 일년에 한 번 나타나 그동안의 소식을 전하는 태지에게 익숙해 있다. 딸이 태어난 이후로는 사진이나 비디오에 담이의 모습이 담기는 일도 많아 팬들은 고모(이모 아니죠, 고모 맞음)의 마음으로 아이의 성장도 같이 목도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산타로 비유하고 좋아하는 태지. (크리스말로윈에서는 이제 자기 뱃살도 산타처럼 기름지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성탄절 이브에만 소식을 전하는 태지. 그리고 현재 공식적으로 발표된 앨범에 '성탄절의 기적'이라는 노래를 수록해 음악의 막을 닫고 음악적인 침묵을 지키고 있는 태지. 그가 성탄절에 바라는 기적은 팬들이 '맑은 꿈을 꾸'고 '이 바다의 폭우가 외롭지 않'은 거다.


얼마 안 있으면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있다. 1년에 한 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세상이 여전함에,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이 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성탄절이 또 다가오고 있다.


성탄절의 기적이 있을까

눈물이란 바램이

전해준 이야기 같아

넌 오늘 밤은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니

이 까만 밤

난 그저 벅찬 마음뿐

저 달빛이 무척 고요한밤

불확실한 세상은

너에겐 조금 거칠고

인색하겠지만

오늘밤은 괜찮아

그저 맑은 꿈을 꾸길

저 달빛 아래 이 까만 밤

난 그저 벅찬 마음뿐

저 달빛이 무척 고요한밤

항해를 위한 별빛

이 바다의 폭우가 외롭지 않길

세상에서 가장 파란

작은 새를 만나기 위해

난 맑은 물을 채우리

(서태지 9집 성탄절의 기적 가사)


사족- 서태지가 이번 내란음모 획책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해 반드시 어떻게든 언급할 거라는 데에 오백원 건다. 2017년에 25주년 콘서트로 JTBC 손석희의 뉴스광장에 나와 그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큰 공현을 한 손석희에게 팬보이로서 존경의 빔을 쏘아대었던 것을 기억한다. 서태지가, 공식 응원봉은 없지만, 팬들이 많은 여의도에 나가서 시대유감을 선창하며 부르고 싶었으리라, 아마도.


아무튼 서태지-서태지는 왜 10집을 내지 않는가


1부: 서태지의 음악

102: 서태지의 자연사랑과 방랑벽 - 프리스타일, 모아이, 숲속의 파이터

103: 서태지의 반항과 비판의식 - 교실이데아, 틱탁, 시대유감

104: 서태지의 고유성, 지키기 위한 싸움 - 레플리카, 수시아

105: 서태지의 플라토닉 러브 - 줄리엣, 10월 4일, 영원

106: 서태지의 이성애적 사랑 - 버뮤다[트라이앵글]

107: 서태지의 본업, 기계취미 - 휴먼드림, 로보트


2부: 서태지 이야기

201: 그가 이룬 것은...

202: 지극히 사적인,

203: 페미니스트 서태지

204: 세계속의 서태지(?)

205: 서태지와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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