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필의습작

이야기소개#10. 얀시의 허울

필립 K. 딕

by 워타보이 phil

열 번째 이야기는 필립 K. 딕이 1955년에 발표한 '얀시의 허울(The Mold of Yancy)'이란 작품이야. 요즘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 '알고리즘이 알려주는 대로 살아간다고.' 이들이 추천하는 영화를 보고, 물건을 사고, 음식을 먹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해. 이런 시간이 오래 이어지면 나는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변해갈지 생각해본 적 있어? 작품을 읽다 보면 위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되더라고.


이야기의 배경은 칼리스토 행성이란 곳이야. 워싱턴 D.C에 있는 '니플란 경찰국'은 그들의 계산 장비를 통해 칼리스토 행성의 정치적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얼마 전부터 전체주의로 흘러가는 사회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야. 진상 파악을 위해 파견 조사단을 꾸리는 중이고, '피터 태버너'는 입무 수행을 위해 가족과 함께 칼리스토로 떠나. 태버너는 사업가로 신분을 위장한 상태여서 행성 출입 심사 과정에서 긴장하고 있어. 그런데! 관리자들은 그가 경찰임을 알고도 별다른 제재 없이 통과시켜.


미리 도착한 동료들도 있는데 벌써 행성 곳곳을 조사했고 태버너에게도 내용을 공유해.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의문이 생기는 태버너. 이곳 사람들은 어디서든 통치자들의 정치 방식과 사회 문제, 세금 제도 등에 대해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한단 말이지. 파견 조사단이 행성에 들어올 때도 그랬지만 행성을 들어오고 나가는 것도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사회에 어떤 압력도 통치 권력에 대한 대항도 없으니 진짜 전체주의가 맞나 싶은 생각이 커져가.


그때 TV에 50대로 보이는 선량한 한 남자가 등장해. 이름은 '존 에드워드 얀시'. 알고 보니 칼리스토 내 온갖 미디어에 출연하는 엄청 유명한 사람이었어. 방송은 물론이고 영화와 잡지, 광고는 당연하고 심지어 학교 현장에서도 얀시의 철학과 그가 전달하는 지식으로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지. 그가 매체에서 다루는 주제는 광범위해. 동물, 잠, 유흥 등의 잡다한 얘기부터 전쟁, 미래, 제도, 세금 등 사회 전 영역에서 자기 의견을 피력해. 모든 방식의 미디어를 활용해 대중의 가치관, 지식, 삶의 방식에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거지.


당연히 배후가 있어. 바로 이 행성의 통치자들이야. 통치자들은 행성 간의 패권을 주도하는 전쟁을 일으키고, 이때 전쟁의 전면에 나서 싸울 유순한 대중을 만들기 위해 무려 11년간 얀시를 이용해 쇼를 진행해 왔던 거야. 재밌는 건 그 통치자 집단이 정치권력이나 의회가 아닌 기업이란 것이고. 이야기는 이 상황에 문제의식을 가진 얀시 프로덕션의 내부자와 태버너의 만남 그리고 합동 작전으로 이어지는데..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도 거대 기업이 국가 이상의 부를 가지기도 하고 그 영향력의 크기를 짐작할 수 조차 없는 상황에 와있잖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걸로 보이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의식을 지키고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겠단 생각을 해봤어.


사실 흥미로운 이야기에 비해 결말은 조금 아쉬웠는데, 그래도 읽어 보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함께 대화 나눌 기회가 있으면 해 :)




이야기 소개

#9. '제임스 P. 크로우' - 필립 K. 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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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이너리티 리포트' - 필립 K. 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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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수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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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바빌론의 탑' - 테드 창

https://brunch.co.kr/@philstori/195


#5. '인류 과학의 진화' - 테드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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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해' - 테드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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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스콧 피츠제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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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 - 스콧 피츠제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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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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