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iro Mar 26. 2024

Day 7 캐나다 식당 주문, 끝없는 도돌이표

칠순 아버지와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

 


픽투픽 곤돌라는 휴업 중이라 휘슬러에 어떤 식당이 있는지 대충 살펴본 후, 영업 중인 ‘The Old Spaghetti Factory’로 향했다.


식당에 가면 가장 바쁜 사람은 항상 나다. 메뉴를 정독하는 사람도, 주문하는 사람도 결국 나 혼자이기 때문이다.


       (---> 방향으로 읽어주세요)










아이들은 메뉴를 읽지 못해 아예 포기 상태라 내가 대신 메뉴를 봐야 하고, 아빠는 메뉴를 읽어볼 생각조차 없으셨다. 그나마 네모남자는 스스로 메뉴를 보고 먹을 것을 정해둔다. 주문하는 동안 아빠는 "도대체 언제 자기 것 주문하냐"며 계속 끼어들지만, 샐러드나 수프 같은 옵션은 미리 생각하지 않아 결국 하나씩 일일이 설명을 해드려야 했다. 다섯 명의 주문을 끝내고 나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식사는 무사히 주문한 대로 나왔고, 모두 만족스럽게 식사를 즐겼다. 나는 중간중간 직원에게 이런저런 요청을 하느라 분주했지만, 다른 가족들은 저마다 여유로운 식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근데 이곳은 식사 후에도 디저트를 준다니 또 주문의 도돌이표다. 물론 식사 후에는 아빠께 화장실도 찾아드려야 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해외여행은 역시 만만치 않다.







식사 후 우리는 곤돌라를 타러 갔다. 픽투픽 곤돌라만큼 압도적이진 않지만, 바다와 하늘을 연결하는 ‘씨 투 스카이(Sea to Sky)’ 곤돌라는 다행히 영업 중이었다.








허공을 나는 듯한 공포 그 자체인 픽투픽과는 달리 다행히 씨 투 스카이 곤돌라는 곧 도착하기 때문에 나도 탈 수 있을 정도이다. 







씨 투 스카이를 타고 올라가면 ‘스카이 파일럿 현수교(Sky Pilot Suspension Bridge)’와 ‘서밋 로지(Summit Lodge)’가 있다. 다른 가족들이 현수교를 왕복하는 동안, 나는 서밋 로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간식을 즐겼다. 이곳에서 먹는 햄버거나 핫도그 같은 그릴 메뉴는 육즙이 가득해 특히 맛있다.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닭가슴살 햄버거도 여기서 먹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는 점심을 먹고 온 터라, 핫도그 하나와 그래놀라를 주문하고 아빠와 아이들에겐 아이스크림을 시켜주었다. 이곳에서도 주문하느라 바빴지만, 고요한 풍경 덕분에 마음이 한결 평화로워졌다. 그래, 언제 또 내가 이렇게 쓰임이 있겠나 싶었다.

























오늘 저녁은 캐나다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랍스터와, 시애틀 여행 때 인기였던 던지니스 게로 정했다. 삶은 랍스터와 게를 사 와서 집에서 먹었는데, 집에서 먹으면 뒷정리는 귀찮지만 식당에서의 나만 주문하고 챙기기 바쁜 부산스러움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도돌이표 주문이 진이 빠지지만 사실 나는 연어 스테이크를 먹으러 레스토랑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빠와 고모부에게 하루에 두 번 양식은 무리일 것 같았다. 물론 랍스터도 양식이지만, 라면에 넣어 먹었으니 이건 퓨전이라고 해야겠지?












 

이전 13화 Day 7 네모남자의 추천: 세계에서 가장 긴 곤돌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