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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핼리 Halley Dec 22. 2022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헤파이스토스:ISFJ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제우스님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프롤로그] 당신이 그리스로마신화를 알아야 하는 이유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제우스 : ESTJ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포세이돈 : ENFP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하데스 : ISTJ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헤라 : INFJ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데메테르 : INFP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헤르메스 : ENTJ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아테나 : ESFJ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아폴론 : ENTP-T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아르테미스 : ISTP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헤파이스토스:ISFJ_현재 글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아프로디테 : ESFP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아레스 : ESTP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디오니소스 : ENTP-A

[에필로그] 일상에 살아 숨 쉬는 올륌포스 신들


만약 올림포스가 왕국이었다면, 왕세자 자리는 헤파이스토스의 몫이었을 것입니다.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적장자이며(판본에 따라 헤라 혼자 낳았다는 이야기가 있긴 합니다만), 제우스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그다음 왕좌에 오를 정당한 명분을 갖고 있는 인물은 헤파이스토스일 것입니다.


하지만 헤파이스토스에게서 왕자의 느낌은 잘 안 들죠?

그는 어렸을 때 못생긴 외모로 어머니인 헤라에게 버려졌습니다. 

이 사건으로 그는 평생 다리를 절게 되었으며,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됩니다.

이때부터였을까요?

헤파이스토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면 깊은 곳에 우러나오는 슬픔이 느껴집니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이 맺혀 있달까요?

조각가 헤파이스토스


한편으로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인들에게 장애인을 향한 존중과 배려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는 나라가 갈갈이 찢어져 잦은 다툼이 일어났으며, 페르시아 국가들과도 숱한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 때문에 전쟁에 차출된 남성들이 칼에 찔리거나 활에 맞아 몸을 제대로 못 쓰는 경우가 많았을 것입니다. (전쟁영화 보시면 상처 부위가 곪기 전에 절단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오죠?)


또 대장간이라는 공간이라는 특성상 뜨거운 불을 다루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다치기 십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이들에 대한 존중과 경의를 표하며 헤파이스토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것입니다.

 

철없는 아이들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놀리거나 업신여기면 지나가던 어른들은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저분들의 노고에 감사한 줄도 모르면 헤파이스토스 신께서 이놈! 하시며 노하실 것이다. 화를 당하기 전에 퍼뜩 집에 들어가거라 욘석들아!


헤파이스토스 이야기에는 장애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그리스인들의 배려와 리스펙이 담겨 있습니다.







I(Introversion)

헤파이스토스는 주 활동 공간은 대장간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버림받았지만, 오직 실력 하나로 올림포스 12신 자리를 꿰찰 만큼 실력파이며 자신의 업을 사랑하는 신입니다. 그의 결과물 면면만 보더라도 그가 왜 12신 중 한 명인지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올림포스 호화 궁전을 헤파이스토스가 지었습니다. 아테네의 방패 아이기스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남매의 활과 화살, 헤르메스의 하늘을 나는 신발과 모자 등 신들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아이템들을 모두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는 심지어 제우스의 오더로 인간 여자도 만들었는데 그녀가 바로 호기심의 대명사 '판도라'입니다. 실력이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상자를 열어보는 판도라


S(Sensing)

헤파이스토스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장인'입니다. N인 아폴론은 의술, 궁술, 음악, 점 보기 등 이것저것 다 건드려본 반면, 헤파이스토스는 오직 우직하게 대장간에서만 그의 능력을 갈고닦습니다. 장인의 반열에 오른 헤파이스토스는 대장간에서 불을 다룰 때만큼은 '자신의 경험'을 중요시할 것입니다. 셰프들을 보면 불 앞에서는 굉장히 무서운 모습이잖아요. 헤파이스토스도 그러지 않았을까? 헤파이스토스는 아프로디테의 바람 현장을 발견할 때마다 망치를 두들기고 불쏘시개를 쑤시며 잊으려 했을 것입니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


J(Judging)

어렸을 때 못생겼단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받아 마음속에 큰 상처가 남았습니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헤파이스토스는 헤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수년간 체계적으로 준비합니다. 헤파이스토스는 누가 봐도 갖고 싶을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황금의자를 만들어 헤라에게 선물을 보냅니다. 헤라도 처음에는 의심스러운 눈총을 보냈지만, 안 앉아보고는 못 배길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욕구를 참지 못한 헤라는 황금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고, 그 즉시 황금의자에서 쇠사슬이 헤라를 감싸 묶었습니다. 장인이 만든 쇠사슬인 만큼 헤파이스토스 외에는 그 누구도 쇠사슬을 풀 수 없었습니다. 헤파이스토스 역시 풀어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고요. 

이를 해결한 이는 바로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였습니다. 술은 역시 예로부터 사람의 기분을 누그려 뜨려 주는 효과가 있는 듯합니다. 술에 취한 헤파이스토스를 잘 달래 올림포스로 데려와 어머니와 아들이 잘 화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어머니가 미웠고 복수할 생각에 몇 년을 달려왔지만, 마음속 한편엔 어머니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두 모자는 화해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인 아프로디테와 결혼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었습니다. 



F(Feeling)

헤파이스토스는 생각보다 굉장히 여린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과 함께하며 행복할 것만 같던 결혼생활. 하지만 결혼 생활에서도 상처를 받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아프로디테의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막을 수 없었던 거죠. 헤파이스토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헤파이스토스의 친동생인 아레스와 자신의 와이프가 바람을 피운다는 풍문이 돌았습니다. 헤파이스토스는 증거를 잡고 현장 급습을 하기 위해 며칠 대장간에 일이 있어 집에 못 들어올 것이라고 아프로디테에게 일러둡니다. 그리고 침대에 그물을 설치하고 숨어있었죠. 아니나 다를까 아프로디테와 아레스가 침대에서 옷을 홀딱 벗고 있을 때 그물을 잡아당겨 둘을 포획합니다. 그리고 이를 올림포스 신들이 다 보이는 곳에 매달아 이들의 불륜 현장을 만천하에 알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질타받기보다는 이들이 공식 커플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뿐이었습니다. 아레스와 다른 신들이 헤파이스토스에게 충분히 보상해주겠다며 설득했지만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헛헛한 마음만 남았겠죠. 헤파이스토스의 마음은 찢어졌을 겁니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파이스토스는 본인의 가정을 위해, 신들의 평화를 위해 마지못해 그 둘을 풀어주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었다면 독수리에게 보내 간을 쪼아 먹게 하든, 평생 세상을 짊어지게 하든 큰 벌을 주었을 텐데 말이죠. 헤파이스토는 이후에도 아프로디테와 미소년 청년이 함께 낳은 아이(아이네아스)를 위해 갑옷과 무기를 만들어줄 만큼 아프로디테에게 호의를 보였습니다. 와이프가 외도로 낳은 자식까지 챙겨준 헤파이스토스. 그는 아프로디테를 정말로 사랑했던 거 같죠? 

아이네아스를 위한 무기를 헤파이스토스에게 청하는 아프로디테




종합적으로 헤파이스토스는 ISFJ입니다.

수호자(ISFJ)는 충실한 성격으로 가까운 사람뿐만 아니라 집단과 회사에도 충실한 태도를 유지하며 가족의 전통을 소중히 여깁니다. 완벽주의적 성향을 지닌 수호자에게 '이 정도면 됐다'라는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책임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기대치를 뛰어넘을 만큼 최선을 다합니다. 


열정적이고, 가정적이며, 책임감 넘치지만 감정 표현은 잘 못하는 ISFJ 헤파이스토스입니다. 기존에 헤파이스토스에 대한 이미지와 조금 상반되지 않으신가요?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저 못생긴 아프로디테 남편으로 인식되어 관심이 제일 적은 신 중 하나이지만, 올림포스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선 꼭 필요한 인재죠. 올림포스 신들이 필요한 물건이 생길 때마다 헤파이스토스를 찾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ISFJ인 헤파이스토스와 같은 동료들과 함께 일 할 때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노고를 인정해주고 감사를 표하는 일인데요. 그들은 완벽주의인 만큼 자신의 업무에 프라이드가 높은데 이를 무시하는 행위는 필히 피하셔야 합니다(어느 날 황금의자에 쇠사슬로 묶이는 수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떤 MBTI든 막론하고 중요한 것이지만, 특히 헤파이스토스와 같이 묵묵히 본인의 몫 이상을 해내는 사람한테는 더욱 신경 써줘야 될 부분입니다. 다음엔 묵묵히 일하는 동료 옆에 다가가 작은 선물과 함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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