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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핼리 Halley Jan 24. 2023

올림포스 신들의 MBTI 탐구, 디오니소스:ENTP-A

오늘날 넷플릭스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엔팁

제우스님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프롤로그] 당신이 그리스로마신화를 알아야 하는 이유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제우스 : ESTJ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포세이돈 : ENFP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하데스 : ISTJ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헤라 : INF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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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헤르메스 : EN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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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아폴론 : ENTP-T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아르테미스 : ISTP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헤파이스토스:ISFJ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아프로디테 : ESFP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아레스 : ESTP

올륌포스 신들의 MBTI 탐구, 디오니소스 : ENTP-A_현재 글

[에필로그] 일상에 살아 숨 쉬는 올륌포스 신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아시나요?

햄릿, 리어왕, 맥베스, 오셀로를 직접 다 읽어보진 않으셨어도 이름은 친숙하죠?

서양 문화에서 '비극(tragedy)'이란 장르는 오랜 시간 동안 큰 사랑을 받으며 문화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요. 이 '비극'의 유래에 대해 잠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비극의 유래를 살펴보기 위해 기원전 500년 경 그리스의 한 마을로 떠나보겠습니다.

당시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와 음악으로 그의 신도들을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켰습니다. 그래서 디오니소스의 추종자들은 대부분 여성과 노예, 외국인 같이 당시 사회에서 억압받는 하층민들이 주를 이뤘는데, 이들이 광신도로 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한 번 술에 취하면 눈에 뵈는 게 없어 횃불을 켜고 산이나 숲을 배회하며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찢어 죽였습니다.


이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고, 그리스는 디오니소스 신앙을 사회적 체제 안으로 컨트롤할 수 있도록 끌어들였습니다. 디오니소스를 아폴론 신전 옆에 모시고, 디오니소스 축제를 일주일 동안 열었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탄생한 것이 비극(tragedy)입니다. Tragedy는 그리스어 '트라고디아(tragoidia)에서 왔습니다. '숫염소'를 뜻하는 '트라고스(trgos)'에 노래를 뜻하는 '아오디아(aoidia)'를 합쳐 '트라고디아'가 됐습니다. 숫염소를 제물로 받쳐 태우는 동안, 디오니소스를 찬양하는 노래에서 비롯된 것이 바로 비극입니다.


이 비극은 오늘날까지 우리들의 문화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디오니소스 축제가 진행되며 다양한 비극의 형태로 발전되었습니다. 그중 배우가 나와 음악에 행위 예술을 섞은 비극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며, 너도 나도 비극에 배우들을 집어넣기 시작합니다. 합창에다 '행동, 동작, 제스처'를 뜻하는 '드라(Dra-)'가 합쳐져 '드라마(Drama)'가 만들어졌습니다. 또 배우들의 무대를 '스케네(skene)'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신(scene)'이 되었죠. 무대를 바라보는 객석을 '테아트론(theatron)'이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극장을 가리키는 '시어터(theater)'로 발전되었고, 객석과 무대 사이에 자리 잡아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공간을 '오케스트라(orkhestra)'라고 불렀습니다. 합창단이 노래를 마치고 다시 배우들이 등장해 연기를 펼치는 부분을 '에페이소디온(epeisodion)'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에피소드(episode)'라는 말이 나옵니다. 


다들 친숙한 영단어죠? 오늘날까지 지속되어오고 있는 '비극'이 사실 디오니소스 제사에서 했던 재롱잔치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 이 처럼 서양 문화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디오니소스는 과연 어떤 신이었을까요?





E(Extraversion)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의 신입니다. 포도주를 처음 만들고 전파하는 사람이 혼술을 하진 않겠죠? 디오니소스는 많은 뮤즈들과 어울리며 술 파티를 즐겨합니다. 흥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졌으니 책임져!"란 희대의 대사를 날리며 오르페우스에게 노래 연주를 시키기도 했죠. 


직장인들의 활력을 책임지는 박카스, 누구나 한 번쯤은 드셔보셨을 텐데요. 이 '박카스'가 디오니소스의 로마식 이름인 '바쿠스(Bacchus)'에서 따왔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박카스는 아마 포도주를 먹으면 즐겁고 텐션을 끌어올리는데서 차용한 이름인 것 같습니다(아마 옛날엔 포도주에 마약류도 좀 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디오니소스의 영향력이 극장에 이어 약국에까지 미칠 줄이야. 우리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올림포스 신들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박카스=Bacchus



N(iNtuition)

디오니소스는 예언도 합니다. 델포이 신전에서 성수기에는 아폴론이 관할하고, 비수기에는 디오니소스가 예언자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아마 둘의 예언 스타일이 달라서 공존할 수 있었겠죠? 약간 술에 취한 채 빙의되듯이 방언을 터트리며 디오니소스가 미래를 보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비극의 원조인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상상력을 발휘한 비극이 탄생한 것만 봐도 디오니소스 무리의 상상력은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T(Thinking)

디오니소스가 추구하는 예술은 자유로움을 중시하며 많은 예술적인 족적을 남겼습니다.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았을텐데요. 가끔 디오니소스가 헤까닥 하면 광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때는 인간들에 대한 공감은 오간데 없고, 추종자들의 이익에 눈이 먼 광적인 신만이 존재합니다. 디오니소스와 추종자들이 환각 버섯을 사용했다고도 전해지는데요. 환각에 빠지게 되면서 점점 타락에 빠지게 됩니다.


디오니소스의 추종자들은 감정과 자유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극에 치달으면서 광적인 신도로 변질되고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이를 지켜볼 수 없었던 테베의 왕 펜테우스는 디오니소스와 그의 추종자들을 잡아들이라 명합니다. 디오니소스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장해 순순히 감옥에 들어가 심문을 받지만, 이내 밧줄을 풀고 꽁꽁 잠겨 있던 옥문을 열어젖힙니다. 디오니소스는 펜테우스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을 따를 기회를 주는데, 펜테우스는 끝끝내 거부합니다.


이에 디오니소스는 한 발 물러서는 듯 했지만, 광란에 빠진 신도들을 보겠냐는 디오니소스의 물음에 펜테우스는 홀리듯이 끌려 디오니소스 신도들의 의식에 몰래 참관하게 됩니다. 신도들이 모인 언덕에 도착하자 디오니소스는 신도들에게 환각을 걸어 펜테우스를 멧돼지(혹은 야수)로 보이게 했고, 광란에 빠진 무리 전체가 펜테우스를 추격하여 붙잡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그들은 펜테우스를 잡아 팔 다리를 잡고 속박합니다. 개중에는 이모들과 펜테우스의 어머니인 아가우에도 있었는데, 결국 친족의 손에 의해 펜테우스는 갈갈이 찢어져 죽게 됩니다. 


팬테우스를 잡아 뜯는 아가우에와 이노

이 외에도 디오니소스를 믿지 않는 아르고스의 여인들을 미치게 만들어 젖먹이 아이들을 산으로 데려가 먹어치우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디오니소스의 광신도들은 현대적인 느낌으로 하면 과격한 히피 느낌이었을까요? 자유와 감정만을 추구하는 일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인 거 같습니다.



P(Perceiving)

디오니소스는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 그다지 계획적인 편은 아닌 듯합니다. 꽤 즉흥적인 편인데요. 디오니소스는 죽은 어머니인 세멜레를 되살리기 위해 하데스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습니다. 저승으로 가기 위해 수소문하다 '폴림노스'라는 양치기 노인을 만났습니다. 폴림노스는 디오니소스가 지하세계 입구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폴림노스는 본인이 도와준 대신 성관계를 나눌 것을 요구합니다(띠용? 감히 신한테?). 디오니소스는 저승에서 어머니를 데려오면 그 소원을 꼭 이뤄주겠다 약속합니다(이건 또 뭐야..?). 디오니소스는 무사히 어머니를 구하고 폴림노스를 찾아가지만, 폴림노스는 죽어 있었습니다. 폴림노스의 죽음을 슬퍼한(?) 디오니소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화과나무의 가지를 꺾어 남근 모양으로 만든 다음 무덤에 앉은 채 성행위를 하였다고(...) 전해집니다. 


디오니소스는 와이프도 있어요. 아리아드네라고 테세우스 전여친인데, 낙소스 섬에 버려진 아르아드네를 구출하고 아내로 맞이합니다. 디오니소스는 양성적인 미소년 느낌으로 자주 묘사되곤 합니다. 폴림노스 노인 말고도 암펠로스란 미소년과도 서로 씨름하며 얽히고설키고 상대에게 깔리는 느낌을 즐겼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넷플릭스에서 꽤 각광받을만한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디오니소스는 ENTP입니다.

변론가(ENTP)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그저 시키는 일만 하고 사회 규범과 압력과 기준에 쉽게 순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변론가는 널리 퍼진 생각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정신을 단련하는 일을 즐기며,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과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에서 만족감을 느낍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곤 합니다.


아폴론 역시 ENTP인데요. 이 둘은 모두 예언을 전문적으로 한다는 점, 예술에 관심이 많다는 점 등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는데요. 굳이 나눈다면 디오니소스는 ENTP-A 유형, 아폴론은 ENTP-T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NTP-A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매몰되지 않습니다. 또 부끄러워 하지 않고 따라서 스트레스에도 영향을 크게 받지 않습니다. 반면, ENTP-T 유형은 상대적으로 남들의 관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들 유형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을 갈구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 화를 내거나 비난의 대상을 찾는 경향이 있으며 스트레스에 취약합니다. 


자유로운 느낌의 디오니소스의 이미지와, 자신을 조금이라도 긁는 걸 참지 못해 마르시아스에게 잔인한 형벌을 행한 아폴론간의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죠.

술에 취해 있는 연극영화과 디오니소스(ENFP) 

앞서 살펴보았듯 디오니소스 제사에서 비극이란 장르가 탄생했고, 여기서 오늘날까지 영화관과 OTT 서비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디오니소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처럼 서양 문화의 뿌리를 알면 나머지 갈래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알게 모르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까지 위세를 떨치고 있는 올륌포스 신들과 조금은 친해지신 거 같나요? 부디 올림포스 신들의 성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조금 더 알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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