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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ster Aug 15. 2016

태극기의 오브젝트화를 통한
제품 디자인

디자이너의 퍼스널 프로젝트와 한국 문화

디자이너의 퍼스널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퍼스널 프로젝트란 일반적으로 생업을 위해 하는 작업이 아닌 본인의 만족 혹은 어떠한 미션을 위해 꾸준히 창조해 나가는 일종의 디자인적 자기 수양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 또한 자기 마음이고, 그 방법에는 어떠한 제약도 없다. 여러 퍼스널 프로젝트를 예전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이라 할만한 것은 4년 전에 만들어 지금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K/REATE이다. K/REATE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아티스트, 음악가, 무용가, 등등 본인의 크리에이티브함을 통해 함께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또한 우리 한국의 중요한 기일이나 이벤트들을 함께 하는 그런 단체이다. 이 단체에 대한 자세한 활동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하고, 이번에 우리 단체에서 진행하는 전시에 내가 제작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Objectify Taegukgi

이번 이벤트의 주제는 태극기의 디자인 오브젝트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이다. 

조금 더 깊게 이야기해보자면, 태극기의 다양한 활용에 대해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연구 및 재해석하려고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처럼 그들의 국기가 정말 활용도 높은 디자인적 오브젝트로 자주 사용되고 있진 않다. 그래서 이번 8.15 광복절에는 UX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공간 디자이너, 영상 디자이너,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8명이 함께 우리 태극기의 디자인적인 가능성에 대해 함께 탐구해 보기로 했다. 그저 이번 전시는 조금은 캐주얼하게, 힘 빼고 힙(Hip)하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크리에이트의 이번 이밴트 소개 페이지 바로가기 >



Taegukgi Face Clock


우선 나는 이 작품을 위해 태극기의 구성 요소를 조목조목 분석하고자 하였다.
태극기의 음양이 가지고 있는 조화와 곡선미, 그리고 건곤 감리의 수직적이지만 합리적인 라인들은 나로 하여금 어떠한 것이든 완성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처럼 다가왔다. 나는 이 녀석들로 이것저것 만들어 보았다. 그러던 중 사람 얼굴을 만들어 보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국기는 한나라의 얼을 반영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다양한 얼굴들과 꼴에 맞는 변형을 시도했다. 그랬더니 정말 다양한 얼굴 표정 형태 그리고 심리 상태를 나타낼 수 있었다. 


태극 얼굴이 만들어지는 과정


얼굴들을 만든 후, 이들을 어떤 곳에 어떻게 조형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았다. 티셔츠? 머그컵? 아니면 에코백? 다양한 옵션들을 생각하다가, 태극기에서 얼굴로의 연결이 우연이 아니듯이, 각각의 얼굴들이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을 수 있고 그것이 하나로 합쳐져서 멋지고 재미난 하모니를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내 머릿속을 스친 것이 바로 '시계'. 시시각각 살아가는 다른 얼굴 꼴들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들은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바로 나 자신이 그 시각들에 느끼는 것들을 너무 어렵지 않게 쉽고 재미나게 풀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손목시계로 제작하려 하였다. 하지만 프로토타입 제작 결과 각기의 얼굴들이 너무 작아져 디테일이 너무 살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시간대별로 다른 얼굴들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이 태극 페이스 벽시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태극 페이스 시계 prototype


그렇다면 구성 요소들의 디테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시계의 12시 자리에는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근원적인 리소스인 태극 문양이 위치해 있고, 이것의 배치를 통해 전체적인 조형의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또한 얼굴들은 그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있을 뿐 아니라 스타일적인 면에서도 2 그룹으로 나뉜다. 하나는 표정에 포커스 되어 있거나, 머리가 거의 없는 그룹.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머리 스타일이 돋보이는 그룹이다. 이 두 그룹을 전자는 홀수, 후자는 짝수를 나타내게끔 배치하였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사용자들이 시간대 인지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 밑의 짧은 영상은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을 시간대별 스토리와 함께 담고 있다.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은 언제나 명과 암이 확실한 성격의 프로젝트다. 

잘하면 우리의 것을 진일보시킬 수 있는 기회지만, 못하면 그것의 특수성 때문에 사람들의 비난도 때로는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와 관련된 프로젝트 자체를 손대기 두려워하거나 아예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일종의 신념이 있다. 나는 '우리의 전통 및 한국적인 것들'은 마치 물 같아 정체되면 썩는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흐르고 큰 강으로, 바다로 나가며 교류하고 순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이 시대, 그리고 미래에 발전해갈 방향과도 맞아야 참된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디자인이라는 분야에서 이러한 물고를 터야 하는 사람은 국가도 기업도 아닌 바로 디자이너들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우리 것에 대한 활용과 과감한 적용을 통해 연구를 축적해나가다 보면 그것이 언젠가는 우리의 문화적 역량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당신도 디자이너라면 다음 퍼스털 프로젝트로 우리 문화와 디자인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작업을 주제로 잡아보는 것이 어떠한가?



마지막으로 작품 구매를 원하시면 밑에 링크를 눌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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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Deloitte Digital에서 Studio lead(Associate Creative Diretor)로 일하고 있으며, 미주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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