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코리아 마스코트를 통해 본 우리나라 공공 디자인의 현실
디자인 업계뿐 아니라 일반 인들 사이에서조차 큰 이슈가 되었다. 그것의 조악한 퀄리티가 이슈의 중심이었다.
관련 기사와 그의 댓글들을 보고 있으면, 얼마만큼 이벤트 자체의 취지뿐 아니라 사람들의 심미적 기준에도 부합하지 못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20세 이하 월드컵 마스코트 ‘차오르미’, 저번에 한참 문제가 되었던 Creative Korea, 그리고 I.SEOUL.U 같은 굵직한 브랜딩 작업들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취합하다 보면 묘하게도 하나의 단어가 공통분모로 남게 된다. 그것은 바로 ‘대국민 공모’. 사실 그것의 취지는 정말 좋다. 국가 혹은 어떤 공적 단체를 나타내는 상징 혹은 디자인 체계를, 그의 주인인 국민이 결정한다는 것. 최근 I.SEOUL.U로 바뀐 서울시 브랜딩 공모에서도 시민 주도라는 말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공모전 형태의 의사결정 과정을 선호하는 것일까?
우선 공모전의 선호 이유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일반적인 디자인 프로젝트의 진행 프로세스와 결과물 도출 방법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아래 3가지는 가장 일반적으로 디자인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갑(클라이언트)의 접근 방법 들이다.
1. 갑(클라이언트)이 을(디자인 에이전시)을 찾아가 의뢰하는 방식
2. 갑(클라이언트)이 공개 입찰을 통해 자신들의 필요에 가장 부합하는 을(디자인 에이전시)을 선정하는 방식
3. 갑(클라이언트)이 공모전을 개최 후 요건에 부합하는 다수의 을(디자인 에이전시 + 일반인)로부터 작업물을 받아 선정하는 방식
사실 이 3가지 중 그 어떤 방법도 전적으로 잘못되거나 지양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갑이 원하는 결과 혹은 퀄리티에 따라 선택해야 할 방법은 명확하게 달라진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경우 대부분 가장 합리적이고 대중적으로 잘 먹힐 수 있는 방법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1번 혹은 2번 방식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추구한다. 기존에 일을 착수시키던 곳 혹은 명망 있는 에이전시에 직접적으로 의뢰를 하는 경우가 1번일 것이고, 큰 규모의 사업의 경우 단가를 낮추거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문제를 풀어가고자 할 때 공개입찰 형식으로 에이전시들을 경쟁시킨다. 반면에 대중(디자인적인 전문 지식 혹은 스킬이 없는 다른 직업군들의 일반인들)들의 참여와 관심을 요하는 공익 혹은 관심 유발 형식의 프로젝트들에는 3번 - 공모전 방식이 많이 쓰인다.
이 작업들 모두 전 국민의 관심과 공익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조언이 가미되었고 국민들이 함께 했는데 왜 딴지냐고?
글쎄,,,
내 생각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이다.
Design이란 Process(과정)의 Art(미학)이고, Outcome(결과물)은 그것의 Representative(반영)이다.
잠깐 음식 이야기를 해보자.
당신이 업무상 누군가를 Officialy 대접하기 위해 식당을 고른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무엇을 고려할 것인가? 바로 상대방의 취향이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이 한식인지, 중식인지, 일식인지, 양식인지 알아야 하고, 그 어떤 Food restriction은 없는지 등을 알아보아야 한다. 그럼 이처럼 상대방이 아마도 원할 합리적 가정을 위한 조사를 흔히 ‘리서치'라고 한다.
자 조금 더 디자인 적으로 이번 20세 이하(U-20) 월드컵의 경우를 이야기해 보자.
이번 이벤트의 가장 큰 클라이언트는 누구였을까?
피파? 대한 축구 협회? 참가 팀들?
내 생각에는 국민이다.
이러한 국제 이벤트의 경우 한국을 전 세계에 나타내는 수단이자, 그의 디자인적 수준이 그 나라의 Identity, 국력, 그리고 경제력 등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주최국의 국민을 해외에 축구라는 매개를 통해 대변한다고 바라봤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 면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밀도 있는 리서치가 들어갔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국민 공모가 이 맥락에서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다시 음식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당신은 상대방이 중식 요리의 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저런 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끝났으면 이제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상식이다. 혹시 당신은 Official 한 미팅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직접 준비 후 인터넷이나 책에서 본 레시피로 직접 요리할 텐가? 아니면 지식인 같은 곳에 포스팅을 올려 네티즌들의 답글들에 영감을 받아 이런저런 시도를 할 텐가? 상식적 인면에서 봤을 때 당연히 평소에 알던 맛있는 중식당을 예약하거나, 몇 군데 수소문을 통해 수준 있는 중식 전문점을 선호하지 않겠는가?
이런 면에서 세계인에게 한국의 명예를 걸고 대접했어야 할 자리에, 이것저것 다 섞은 아마추어 수준의 잡탕밥을 접대한 것은, 이를 주관한 이들이 잘못된 프로세스를 선택했기 때문이 아닐까?
대체 왜 프로젝트의 주관인 들은 이러한 맞지 않는 공모전 방식을 선호하는 것일까?
첫 번째로, 광고비를 적게 들이면서 프로젝트를 광고할 수 있다.
이런저런 좋은 행사를 하니,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이들은 동참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 골자이다. 절대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프로젝트의 성격과 방향이 일치했을 때만 유효한 방법이 바로 이 공모전이다. 전통적으로 공모전은 완벽하게 갖춘, 실제적 사용성 등을 고려한 완성체 보다는, 일종의 숨겨진 Prospect(참신한 인재)를 찾는 수단이다. 해당 공모전이 수상자들에게 줄 과실이 일반적으로 크기에 많은 학생들 아마추어들이 공모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공모전들을 바라보고 참가하는 이들을 통해 적은 돈으로 광고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생색내기 좋다.
주체를 하는 입장에서, 나는 이런이런 중요한 행사의 일들을 결정 함에, 국민들의 의견을 소홀히 하지 않는 행정가, 혹은 정치가다라고 이야기하기 좋다. 특히 그 프로젝트의 특수성과 중요도가 커질 면 커질수록 대국민 공모를 통한 자기 인지도의 전파력과 파급력, 그리고 그것을 통해 파생되는 자신의 정치 이미지는 꽤나 달콤하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책임을 면피하기 좋다.
두 번째 항목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이런 것이 바로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남 탓하기 최고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뜻이라고 하는데 이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국민들의 의견 수렴은 초기 리서치 까지, 그리고 디자인은 디자이너’라는 프로세스적 공감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것의 잘못된 결과가 고스란히 국민 탓으로 갈 수밖에 없다. 사실 국민이 앉아서 덤터기 쓴 것 인 데도 말이다.
디자이너들 그리고 에이전시들은 이러한 업무들을 가장 합리적이고 또한 보편적으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수년간의 세월 동안 고도의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그의 적용을 통한 경험과 노하우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수준의 디자인 프로젝트 중 하나인 공공 디자인의 경우, 디자이너들의 가능성과 직업적 특수성을 배제한 체, 대국민 참여의 형태를 굳이 리서치 단계를 넘어, 최종 결과물에까지 적용하는 프레임이 점점 더 만연해지고 있다. 우리의 사회가 점점 더 다변화되고 국제화될수록,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 대한 적절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Softwear적인 부분들에 대한 가치 부여와 그것의 생성 프로세스들에도 마땅한 존중이 되어야지만 우리는 더욱 합리적이고 모두가 납득할 만한 결과물 그리고 그의 과정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지 만 ‘대국민'을 사칭한 사기성 캐릭터들과 그것의 수렁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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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Deloitte Digital에서 Studio lead(Associate Creative Diretor)로 일하고 있으며, 미주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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