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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ster Sep 08. 2016

Be different not better

애플 2016년 신제품 발표회에 대한 소회


오늘 애플의 신제품 발표 키노트가 있었다.


사실 디지털 플랫폼의 기획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하는 나로서는 너무나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연례 이벤트이다. 애플은 매년 이맘때면 새로운 프로덕트와 서비스들을 공개하며, 많은 애플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iPhone의 발매일에 맞추어 매장 앞에 장사진을 치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았었고, 그들의 신기술과 디자인적 완결성에 경쟁 회사들은 그저 넋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간의 10여 년이었다. 그것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애플의 주식 총액은 전 세계 1위에 등극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대중의 사랑이 약간은 식은 듯하다. 왜 그럴까? 이전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새로 공개된 제품들의 스펙 혹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무엇이 이슈인가는 차치하고, 왜 애플이 기존에 가졌던 절대적인 지위에서 멀어져만 가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이야기를 이번 아티클에서 해 보고자 한다.



경쟁의 심화


그동안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삼성과 애플의 대결. 

사실 애플이 승기를 가져가는 듯했으나 요즘 삼성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비단 삼성 애플 둘 간의 경쟁 구도일까? 아니다. 20억 명에 육박하는 내수를 자랑하는 중국이 자국 업체들을 대놓고 밀어주기도 하거니와 그들의 실력 또한 요새 1류 업체인 삼성과 애플과 큰 차이가 없기에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엄청난 사용성 업그레이드를 꾸준히 이루어 가며 OS 싸움에서 조금도 물러설 마음이 없어 보인다. 이처럼 경쟁의 심화라는 말의 이면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무래도 사람이다.


모두 알다시피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특히 핵심적인 두 가지, 디자인과 기술 개발은 누가 핵심부서를 이끌고 있는지에 따라서 엄청나게 다른 결과물을 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초보운전자가 몰면 페라리도 똥차가 되고, 레이서가 몰면 구아방(구 아반 X)도 날아다닐 수 있는 것 같은 원리다. 경쟁이 심화되면 우선 핵심 인력 빼내가기가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요새는 사실 개인의 입장에서 쿨하고 의미 있는 일들이 중요하지, 내가 이 회사에 목숨을 바쳐 어쩌고 저쩌고 하는 식의 사무라이적 충성은 더 이상 어불성설이다. 한마디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회사에서 좋은 오퍼가 오면 이직을 고려하는 것이 요즘 시대의 트렌드이다. 그러므로 애플에서 일하는 혹은 삼성에서 일하는 유수의 인재들을 웃돈을 팍팍 얹어가며 데려가겠다는데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여러 루트를 통해 들리는 바에 의하면 초창기 스티브 잡스의 르네상스 시대를 주도했던 핵심 인력들 중 많은 인원은 이미 회사를 떠난 지 오래라고들 한다.



근원적 퇴보


물론 디자인 쪽에 Jonathan Ive라고 하는 전설적인 디자이너가 Chief Design Officer가 자리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이 최근 몇 년간 보여준 디자인적 성과는 너무나도 지지부진했다. 우선 우리가 1세대 아이폰에서 3g 그리고 4까지의 변화를 체감할 때 항상 혁신과 창조(어딘가 익숙한 단어들이다.)가 그들의 DNA까지 뿌리내려져 있음이 느껴졌었다. 하드웨어의 새로운 형태와 기능뿐 아니라 사용자 경험에 대한 새로운 제시까지, 모든 것이 일종의 높은 수준의 standard를 우리가 경험하는 일종의 전 세계적 레슨이었다. 하지만 Steve Jobs 사후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 없이 형태와 기능의 업그레이드 수준을 몇 년간 고수해 오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면 정말로 성장 한계에 부딪친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단적인 이야기로 이번 아이폰 7 설명에서 당신이 계속해서 들었던 단어가 있을 것이다.


Huge improvement - 엄청난 발전 


사실 발전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맞다. 분명 5보단 6이, 6보단 7이 더 좋은 제품이다. 

또한 듣기는 했지만 공감가지 않는 단어가 있다.


Revolutionary - 혁명적인


나는 바로 이 단어가 소비자들이 원래 애플의 제품들에서 느끼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이 이래서 저래서 이 카메라가 저번 에디션보다 조금 더 좋네, 더 잘 찍히네, 더 선 명하네 하는 이런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건 접근이나 기능들에 대한 적용 및 제시를 보고 싶은 것이다. 


비단 이런 접근뿐 아니라 그들이 키노트에서 보여주는 마케팅적인 요소들, 

'이 향상된 제품들을 통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는 이미 우려먹을 데로 우려먹은 메시지다. 그리고 이러한 마케팅을 유행시킨 것이 애플이긴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쉽게 다른 회사 신제품 개발회 혹은 광고에서도 너무나 흔히 들린다. 스토리 텔링은 분명 프로덕트를 홍보하는 가장 위대한 광고 수단 중 하나지만 그것은 그 제품이 담고 있는 가치를 잘 조명할 뿐이지, 그 상품 자체의 퀄리티까지 올려놓지는 못한다. 


내가 이 글을 통해 역설하고자 하는 바는 종합해보면 바로 이거다.


Be different not better.

더 좋아지려 하지 말고 달라져라.


예전 애플의 전설적인 캠페인 Think different를 보자. 

그들은 다른 생각과 시각으로 이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어느새 부턴가 경쟁에 치이고 시장에 치여서 아직까지는 보유하고 있는 현 상태의 기술적, 디자인적 우위를 포장하기 위해 힘을 쏟는 듯하다. 이런 것들은 어찌 보면 아주 잠시 누릴 수 있는 허상이다. 진정 시장이 그들에게 원하는 바는 다른 경쟁사들보다 조금 더 우위에 있음에 대한 확인이 아니고, 한결같은 Innovator의 모습으로 남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더욱 Steve Jobs가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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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Deloitte Digital에서 Studio lead(Associate Creative Diretor)로 일하고 있으며, 미주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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