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킹 마지막 회
그동안 판킹이라는 작지만 의미 있는 일탈에 대해 연재해 왔습니다.
2016년 대한민국은 근현대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총체적 위기를 맞이 했었습니다. 기득권층의 부패와 오만이 끝을 달렸으며, 경제발전의 과실을, 자본주의의 구조적 결함을 악용한 소수의 정. 제계 마피아들이 독식하는 폐단을 맞이 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는 칭호가 무색할 만큼 우리는 어느새인가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운은 기울지 않았었고, 가장 큰 자산인 국민들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타락의 끝에 서있던 박근혜 정부를 몰아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우리는 매일같이 민주화의 광장에 모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처럼 고국을 떠나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까지, 한 마음 한 뜻으로 나라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마음까지 먹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함께 모인 팀원들과 함께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고 그동안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많은 경험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조촐하지만 의미 있었던 시도들을 정리하며 우리의 여정을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작년 말 판킹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저희는, 대한민국의 정치, 아니 대한민국 국민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하자는 멋진 뜻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정치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는 원대한 포부가 있었지요. 뉴욕에서, 시애틀에서, 서울에서 저보다도 훨씬 더 뛰어나신 분들과 열정을 가지신 팀원 분들이 매주 여러 차례 함께 모여 불철주야로 매진했고 그 결과 우리는 대통령 탄핵이 되던 시점에 ‘판킹’이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세상에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목적이 사익에 대한 추구 혹은 영달이었다면 애초에 시작될 수 조차 없었던 프로젝트 팀이었습니다.
어떠한 서비스 혹은 플랫폼을 만들어 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하나의 완성된 무언가가 출시되기까지 정말로 많은 인고의 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흡사 검을 만들 듯이, 수천번, 수만 번을 불속에서 두들기고, 갈고닦는 절차탁마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획에서부터 모두가 본업인 회사일을 마치고 집에 온 후 밤을 새 가며 진행해왔던 UX/UI, 개발, QA 등의 과정은 보통의 집념 없이는 엄두도 못 낼 장벽들이었습니다. 이토록 어려운 과정을 묵묵히 버텨준 우리 팀원들은 우리가 만든 이 검이 세상을 밝히는 용기로 찬한히 빛나리라 함께 믿고 열심히 달려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들어 낸 플랫폼은 단순히 그것의 완성과 함께 끝이 아니었고, 앱의 완성 자체가 새로운 시작인 철인 삼종경기 같은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앱을 통해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며, 그 정치에 대한 담론이 더욱더 울려 퍼질 수 있는 공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상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웹페이지도 만들기도 했으며, 그것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욱더 정치를 쉽고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들과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 등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에 많은 사용자 분들이 동참해 주시기도 하셨으며, 의미 있는 가치를 재생산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라.)
저희 판킹은 비록 전국민적인 성원 혹은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재정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열정과 그들의 능력만 가지고, 맨땅에 헤딩 하여가며 작지만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지금 당장 우리의 의미 있는 목소리가 묻히더라도, 그 목소리는 이미 우리 존재 자체로 체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멤버들은 굳이 판킹앱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라도 우리 사회 속에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고 세상에 빛을 밝히는 존재로서 살아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의 의미 있는 도전과 여정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판킹 스토리 펀딩 후원 링크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4081
쌩스터가 만든 정치 플랫폼 판킹 웹사이트 가기
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 중이며,
디자인 블로그 쌩스터 아이디어를 통해 아이디어를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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