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판킹의 시작
2016년 나는 추수감사절을 즈음해, 베를린에 사는 가구 디자이너 친구를 만나러 갈 계획을 짜며 들떠 있었다. 또, 제일 가보고 싶었던 도시 중에 하나인 코펜하겐도 가겠다며, 인테리어 혹은 관련 소품들을 둘러볼 만한 곳 들을 신나게 검색하고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내 나라, 대한민국은 몹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18대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안을 국회 가결시키기 위해 온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사실 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발발하고 나는 크리에이트라는 단체를 통해 현 시국을 규탄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및 실행해 옮겨 나름 충분히 애국하지 않았나 하며, 스스로를 위안 중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탄핵 정국은 오리무중이 되어 만 갔고, 그것의 여파는 미국에 사는 디자이너인 나에게도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예를 들면, 미국인 회사 동료들이 너네 나라 쿠데타라도 난 것이냐? 혹은 너네 나라로 이제 못 돌아가지 않냐는등… 그럴 때마다 내가 가진 초박형 한국 근현대사 지식을 총망라해, 왜 이지경에 도달하였는지 설명해 주었다. 더 중요한 건 왜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너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광화문 집회를 예시로 들며 장황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이런 말을 설명하면 할수록 '난 여기서 뭐 하는 거지?'라는 자문을 거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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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럽행 비행기 대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백팩에 크리에이트 시국 작품을 꾸역꾸역 말아 싸들고 11/23일 광화문 집회에 들고 갔다.
수백만의 사람들과 함께, 나는 변화를 갈망하는 이 시대의 에너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명백히 우리나라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게 짧은 열흘간의 한국 일정을 마치고 뉴욕으로 다시 돌아왔다.
날씨는 추웠고, 겨울을 향해 계절은 세차게 달려가고 있었다.
국민들의 열망은 커져만가 연인원 1000만 명을 훌쩍 넘긴다는 뉴스가 흘러나왔지만, 이상하게도 청와대의 그분은 요지부동이고, 보수층 일부는 맞불 집회 등을 여는 등, 국가적 혼란이 가중되어 만 갔다. 그리고 조사와 청문회가 진행될수록 점입가경이던 드러난 악행들의 패턴은 흡사 조직폭력배들의 그것이었다. 특히 문화 예술인들에게 지웠던 그들의 사슬, 블랙리스트에 대한 진상이 나올수록 나는 참기 힘든 분노에 휩싸였다. 일제시대와 근현대사를 거치며, 말살되다 시 피한 정신문화와, 군대식 획일 화등은 사회 안에서 다른 말 혹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들을 전혀 용납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발생되었던 것은 적어도 군사 독재가 무너진 지 20년은 족히 되어가는 시대 아니었나? 문민정부, 참여정부 등등 민주주의의 가치를 위에 두고 지나갔던 세월들이 분명히 있긴 했던 것 같은데, 아닌가? 우리나라는 아직도 유신 망령에 사로 잡힌 것인가? 어떻게 이 시대에 어찌 보면 가장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중에 하나인 문화 예술인들을 국가의 이름으로 옥죌 수 있단 말인가?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일회성이고 단발성인 것으론 안되고, 진짜 정치를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사실 반응은 '넌 잘할 수 있어!'라며 파이팅해주는 친구들부터, '그게 네가 뭐 한다고 바뀌겠니?' 혹은 '이제 탄핵까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뭘 할 수 있다는 거야?'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그들과 나 사이에는 한 가지 다른 부분이 있었다.
바로 디자인이 또, 디지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의 유무였다.
그리고 그 해 11월 나는 그동안 혼자서만 작업 해오던 정치 디지털 플랫폼을 실제로 구현해내기 위해 함께할 동지들을 모으기 시작하는데...
판킹 스토리 펀딩 후원 링크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4081
쌩스터가 만든 정치 플랫폼 판킹 웹사이트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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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Deloitte Digital에서 Studio lead(Associate Creative Diretor)로 일하고 있으며, 미주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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