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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선택

애매한 타이밍과 숨겨진 모험 - 다섯 번째 이야기

사회와 환경문제를 담은 총12편의 중편동화입니다.


5. 잘못된 선택          


“자료 화면 보여 주세요”     

어린이 판사인 저스티스가 말하자 왼쪽 벽면으로 영상이 나타났어.


흔들리는 영상 속에는 거실이 보이고 그곳에 엄마와 한 남자아이가 있는데, 엄마는 종이를 펼쳐보고 손이 떨리는 바람에 종이가 파르르 떨려.      

“아니 이게 뭐야? 60점? 엄마가 학원도 네 곳이나 보내는데 60점이 뭐야?”

“너 학원에서 게임했니? 졸았니? 학교에서도 잤니? 왜 이러는 거야”      

남자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눈도 마주치지 않아.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은 듯 얼굴을 창문 쪽으로 돌려.     


다음 화면이 넘어갔어. 그 남자아이가 책상 위에 앉아 있네. 어라? 그림을 그리는데 하루 일정표야. 공부하는 시간도 그리고 있어. 아무래도 마음을 잡고 있는 듯한데.

연필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두 팔을 올리며 기지개를 켜어! 어느 정도 만족한듯한 모습이야. 그리고 시계를 바라보며 자신 있게 말해.     


 “딱 10분만 게임하고 공부하겠어. 진짜로!”      


그런데 1분 후 방문이 활짝 열리네. 엄마야!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더니 발을 디딜 때마다 코끼리 발처럼 큰 소리가 나면서 아이에게 다가왔어. 마치 책상의 책이 지진으로 흔들리는 거 같아.     


“너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니? 엄마한테 혼난 게 언제라고 바로 게임이야?”          


인터넷 법정에 있는 오른쪽 큰 모니터 창에서 메시지가 올라가기 시작했어. 꼭 1초에 한 메시지가 올라가듯  다양한 언어로 아이들이 반응을 하고 있어

내가 메시지 내용을 읽어줄게. 잘 들어봐.


“아이 마음을 몰라준 죄는 맞네요. 하지만 우리 엄마도 그래요. 혼나면 엄마들도 법정에 서야 하나요?”     

“저희 엄마도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해요. 그런 엄마 많을 텐데요?”     

“타이밍이 안 좋았어요. 10분 후에 엄마가 들어왔으면 좋았을 걸요.”

"우리의 첫 재판이 잘못된 거 같아요."     

"저는 세상을 나쁘게 만든 전쟁을 만든 정치인을 혼내고자 가입한 거지, 엄마를 혼내려는 게 아니에요"          

사실 오늘, 이 법정은 아이들 스스로 네트워크를 통해 만든 첫 소송 전이었어. 그런데 시작부터 잘못된 거 같아.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아닌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엄마가 죄인이라니 말이지. 어? 아이들이 네트워크에서 바로 탈퇴하기 시작하네. 나가기 버튼이 마구 깜박 거려. 아마도 지금 이런 상황이 아이들한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거 같아. 그런 모습에 어린이 판사, 저스티스는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소리치네.    


"제발 기대려 주세요! 잘못된 것은 함께 풀어봐요!    

아이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     

 "우리는 이 세상을 바르게 바꿀 수 있는 희망이에요!"     

한 사람이라도 잡고 싶어 열심히 소리치고 있어. 하지만  텅 빈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울려 퍼질 뿐이지.      


 "미안해, 미안해."

내가 나지막하게 말하자 애매가 날 힐끗 보고 있어     

 "사실 고백할 게 있어. 내 마음이 찢어질 거 같아."

 "타이밍! 너 뭐가 있구나. 그렇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조심스럽게 이어갔어     


 "예전부터 나는 전쟁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 아이, 저스티스를 보고 있었어. 왜냐고? 그녀는 어리지만, 누구보다 몸과 마음으로 행동하는 것이 빨랐어. 무엇보다 엄마 아빠를 생각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참 이뻤어."

"그래서?"

 "내 귀에는 저스티스의 목소리가 들렸어."     


저스티스의 모습이 타이밍과 애매 앞에 다시 비쳤어. 그리고 저스티스의 목소리가 들려.   


 "사랑하는 아빠와 엄마를 지켜줘야 해. 난 어리지만 어떻게든 극복해 볼 거야!"     


나 타이밍은 다시 애매에게 용기를 내어 설명하기 시작했어


 "저스티스는 매일 동생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도 자신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진 아이였어. 그래서 나 타이밍은 아이의 아픔을 위로해 주고 싶었어."


장면이 다시 돌아가고 한 아이가 행동으로 노트북을 켜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거야. 아직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게 바로 때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네트워크를 연결했지. 순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이의 글은 순식간에 퍼졌어. 모두 저스티스가 쓴 글을 보고 감동을 받아 세계의 어린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야. 어린이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지만 어른들보다 행동은 더 빨라. 그것이 바로 온라인 법정을 세우게 된 힘이었지,          


"이 모든 상황이 네가 만든 거야!. 네가 지금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이제 알겠지?"
 

애매가 나를 째려보며 무섭게 쏘아붙이는데 터질 거 같아. 애매도 나도 부들부들 떨고 있어. 애매도 나처럼 흥분하는 거 처음 보는 거 같아.     


"네가 때에 맞지 않게 네트워크를 연결해서 그 삐져나간 선이 저 아이의 안경에 연결된 거야" 다시 한번 강조하며 "안경을 쓰면서 그 네트워크가 저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으로 연결된 거지.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만든 거라고!" 애매가 나에게 화를 냈어.      


"알아! 그런데 난 그 아이의 의지를 보았어. 전쟁 속에서도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는 그 아이의 의지! 핑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 타이밍은 진심이었어."       


"다 때가 있는데 너는 기다리지 않고 때를 무시했어. 너의 성급한 판단으로 세상을 정정당당하고 바르게 이끌 저스티스와 아이들의 꿈을 지금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위의 그림은 마이크로소프트 빙으로 그렸습니다

제1화  자기소개 그리고 애매한 명령

제2화 잘못된 안경

제3화  네트워크 어린이 법정

제4화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제6화 리셋의 위험

제7화 자연의 경고

제8화 선택 그리고 미션

제9화 자연의 항의

제10화  자연의 테러

제11화 게임

제12화 증인 그리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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