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의 징후 8
(위 글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개벽의 징후는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알면서도 단지 알고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문득 그 앎을 깨닫게 하는 일이다. 금번 코로나19는 예기치 못했던 사태가 아니라, 이미 사스나 메르스, 에볼라나 돼지열병, 조류독감 등 인간 사회 내에서의 전염병이나 인수공통 전염병 등을 통해 끊임없이 예고되고 전망되었던 사태이다. 지금 한국사회가 보여주는 '선방'은 그것을 끊임없이 준비했던 덕분에 얻어 낸 최선의 결과이다.
마찬가지로 개벽의 징후을 이해하는 사람은 사회와 세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도래(강제)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일상에서 열심히 살아가지만, 한눈으로는 다른 길을 찾고, 실제로 시도한다. 미신적으로, 요행으로, 어설픈 '미래예측'으로 접근하는 것과는 판이한 태도이다. 이 세상 만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트렌드)이 있다고 믿고, 그 트렌드를 내 삶/생활에 어떻게 반영할지, 어떻게 더불어 할지 관심이 있다. 무엇보다 이 세계에 필요한 근본적인 변화가 정치혁명(변혁/개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감지하며 새로운 시대, 사회, 문화, 체제, 문명에 대한 담론을 공감하고 요구한다. 또한 다른 분야의 개벽의 징후를 읽으면,자기 삶/영역에 적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끝으로 과학(물질)개벽의 보완/대안으로서 정신(마음)/문화/사상 개벽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과학(물질)개벽의 역할과 효용, 그 불가결함을 의심치 않는다.
“개벽의 징후”을 실제로 포착하는 집필 작업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첫째, 한국-세계(지구)의 주요한 쟁점들을 개벽/전환의 관점으로 읽고자 했다. 다시 말해 개벽과 전환의 징후로 읽어서 해설할 수 있는 전 지구적 쟁점들 가운데 각자가 특히 예민하게 감지하는 분야/부문/사건을 소개한다. 특히 그에 관한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자기의 전문성/경험을 살릴 부문에 집중한다.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의 이치 그대로 하나의 개별 사건을 벗어나지 않되 그 하나에 구애되거나 매몰되지 않고, 관련 부문의 ‘트렌드’ 수준으로 추상화한다, 다시 말해, 개별 사건이되 ‘트렌드’ 급의 의의를 갖거나, 트렌드화의 징조가 보이는 것은 채택한다.
둘째, 개벽 담론이 우리 사회 일상적인 주제, 평범한 관심사가 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였다. 세계는 실존 그 자체로써보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 사이에서, 그 너머까지 소통함에 따라 의미와 재미, 영양과 영향을 끼친다. 개벽의 징후 담론을 통해 ‘개벽학/파’를 구체화/확장할 수 있는 저널리즘적 현실 진단과 현장 보고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개벽적인 사건들을 발견하는 것과 모든 사건들에서 개벽적 의미를 발견하는 일, 그리고 그 발견에서 개벽의 미래를 상상하고, 미래의 개벽을 선취하는 창조적 작업을 수행한다.
셋째, 분야별(생활, 교통, 정치, 교육)로 접근하되, 해당 분류의 재규정/재분류도 시도하였다. 이것은 마치 시대구분과 연구 범주 설정에 따라 역사 연구에 임하되, 연구의 결과로 시대구분을 새롭게 (개선)하고, 연구의 새로운 범주를 발견, 발명, 발전하는 것과 같다. 또 이러한 작업을 연간 단위로 진행할 예정이므로 2019년(까지)의 흐름을 읽고, 2020년 흐름을 예기(豫期) 예측(豫測) 예고(豫告)한다. 이 이후에 매년 업그레이드 버전을 제출한다.
넷째, 개벽의 징후 프로젝트는 책 출간을 전후로 지속적이고 연속적이며, 연쇄적인 과정으로 구성코자 하였다. 책 출간에 앞서서 개벽신문에 원고를 연재하며, 책을 출간한 후에는 강연과 강의 또는 팟캐스트와 동영상 강좌를 통해 직접적으로 대중과 대화하고 이를 구명해 나간다. 그 한편으로 이 모든 성과를 다음의 징후를 발견하는 가설적 장치 삼아 새로운 조사와 발굴에 임한다.
다섯째, 글의 수준은 중등 교육 수준 이상이면 독해할 수 있는 평이한 수준으로 집필하되, 가급적 각주는 붙이지 않고 본문에서 소개하며, 부연이 필요한 내용은 말미에 추가 서술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작업을 매년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면서 문명 대전환의 징후를 읽고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자기 삶, 현장, 장래를 전환하는 데 새로운 영감과 기운을 제공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세계의 문명사적 대전환을 선순환의 방향으로 가속화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모든 전체 과정은 개벽의 징후 프로젝트로 자기완결성을 갖는 한편으로 개벽학당, 개벽포럼, 개벽신문(→다시개벽), 개벽대학 등과 상호 교류하고 교섭하고 교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개벽 생태계를 지구상에 확산하고 심화하는 되먹임 과정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렇게, 다시 개벽의 또 하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