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현준, 아영, 가은, 유호의 하루

사태 확산

by 우주 작가

2033년 11월 26일 토요일.

김현준의 기록을 각색.



어제 격리소가 함락되었다. 놈들은 군인들을 모두 죽였다. 그런데 놈들은 격리소 안에 있는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하루 종일 바깥에서 들리는 비명소리 때문에 안에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아침이 밝아오자 격리소는 고요해졌다. 마치 아무런 사람도 없는 곳 같았다.

나는 용기를 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곳곳에서 피 냄새가 진동했지만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어제 죽은 시체들은 또 다른 놈들이 되었다. 놈들은 어제 게이트를 뚫고 바깥으로 나갔다. 최악의 상황이 되었다. 이 회사 근처에서 끝날 수 있었던 일은 이제 바깥세상의 일이 되었다.

나는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 나오지 말라고 했다. 군인들이 떨어뜨린 총을 들고 주위를 살폈다. 혹시 놈들이 아직 있을 수도 있었다. 격리소를 돌아다니며 내가 아는 사람들의 생사를 확인했다. 대부분은 살아있었다. 격리소를 나와 회사 근처로 갔다. 건물 곳곳이 무너졌고 폭발한 흔적이 보였다. 피 냄새가 진동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저 멀리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생존자인가?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다가가니 나는 그가 사람이 아니라 놈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총을 쏠 준비를 하고 놈을 겨눴다. 놈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놈을 쳐다봤다. 떨어진 살, 추악한 냄새,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얼굴. 놈의 목에는 명찰이 걸려있었다. 나는 총으로 경계하며 놈의 명찰을 확인했다.


“민.. 유진”


민유진…. 내가 찾던 그녀였다. 너무 끔찍하게 변해버린 그 모습. 짐작은 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놈… 아니 유진은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좋아하던 그녀는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놈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기이한 소리만 나올 뿐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눈에서 눈물이 났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여기서 총을 쏴야 하나? 내가 그녀를 보내야 하나?

몇 번이고 총을 들었다 내리면서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하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유진은 나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내 모습을 알아본 것일까? 나는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조준했다. 그녀가 내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저를 죽여주세요.”


‘탕!!’


그녀가 쓰러졌다. 나는 총을 떨어뜨렸다. 나는 주저앉았다. 한참 동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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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11월 26일 토요일.

민아영의 기록을 각색.


어제 회사에서 탈출한 후, 격리소로 가려고 했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괴물들이 격리소를 공격하는 바람에 우리는 그곳으로 갈 수 없었다. 우리는 목적지도 없이 계속 뛰었다. 회사 근처에 있는 산에 오르고 나서야 우리는 겨우 숨을 고르고 휴식했다.

팀장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마 팀장님은 죽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눈물이 계속 났다. 이름 모를 여자는 계속 나를 위로했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

겨우 마음이 진정되고 나서야 우리는 통성명을 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허유민. 기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진우가 만든 클럽의 멤버였다. 신기한 인연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계속 품고 있는 노트북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녀는 그것이 김지한 대표의 방에서 나온 것이라 했다. 사건의 전말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을 것이라 이를 언론을 통해 알릴 것이라고 했다. 전말이라…. 나는 그녀에게 지혜의 일을 말했다. 하지만 팀장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가 요원이었다는 사실을 기자에게 알리기는 싫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산을 계속 걸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이동해야 했다. 이미 지쳤지만 우리는 계속 걸었다. 겨우 산 아래에 내려온 우리는 도로를 마주하게 되었다. 저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하게 되었다.

하지만 도로의 상황을 보니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았다. 도로 곳곳에 피가 보였다. 차들은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괴물도 보였다. 괴물들이 탈출한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나는 주위를 살폈다. 멀쩡해 보이는 차 한 대가 있었다. 차 문을 열었다. 차 안에 시체가 있었다. 그리고 스마트키도 있었다. 나는 유민과 함께 시체를 밖으로 빼냈다. 유민은 나보고 시체를 조심하라고 했다. 시체가 언제 변할지는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시체를 겨우 치우고 차에 탔다. 시체 냄새가 진동했다. 창문을 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어느새 괴물로 변한 차 주인이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자동차 시동을 걸고 미친 듯이 액셀을 밟았다. 중간에 괴물들이 돌아다녔지만 나는 겨우 그들을 피했다. 유민은 서울로 당장 올라가자고 했다. 이미 배고프고 지친 상태였지만 우리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서울로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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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11월 26일 토요일.

최가은의 기록을 각색.


놈들은 일단 여기서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았다. 아까 선준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선준, 아니 현준이던가. 뭐라고 그를 불러야 할까. 나도 조심스럽게 방 밖을 나와서 진우가 있는 곳을 찾았다.


“진우 님!”


진우가 있는 곳을 찾은 나는 그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진우 옆에 한수의 얼굴도 보였다.


“가은 님. 그쪽은 좀 괜찮아요?”


진우가 물었다.


“괜찮을 리가 있어요? 일단 좀 나와요. 여기 이제 놈들은 없는 것 같아요.”


나는 진우와 한수에게 손짓을 했다. 두 사람도 주위를 살피며 나왔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방에 있던 사람들도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밖으로 나왔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네요. 기자님들은 잘 갔을까요? 앗….”


한수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앞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 눈앞에는 조민성이 있었다. 지수아의 어머님을 데려간 사람이자, 한수의 새로운 팀장이었다.


“티… 팀장님.”


“강한수 씨. 잘 있었어요? 가은 씨도 여기 있네요.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진우 씨도요. 진우 씨는 초면이죠?


조민성도 나와 같은 처지로 며칠 동안 여기 있었을 텐데 그의 모습은 말끔했다. 마치 다른 곳에서 편하게 있었던 사람 같았다.


“조민성 씨? 저희 바쁘니깐 그만 비켜주시겠어요?”


나는 조민성의 앞에서 말했다. 나는 센척했지만 그는 키가 나보다 훨씬 컸고 체격도 좋으며 눈빛마저 사나웠기 때문에 실제로는 두려웠다. 그는 나를 한참 내려다봤다.


“이 방향은 다시 회사로 가는 곳인데, 거기는 괜찮겠어요? 그 사람 물어뜯어먹는 괴물들이 아직 있을지 모르니 가실 거면 반대 방향으로 가시죠.”


조민성이 내게 말했다. 사람을 깔보는 자세였다.


“한수 님한테 들었어요. 회사에서 시켜서 저희 조사했다면서요? 회사에서 꽤나 사랑받는 분이신 것 같은데 결국 민성 씨나 저희나 처지는 똑같네요.”


나는 지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저… 가은 님. 그만하시죠. 죄송합니다. 민성 팀장님.”


진우가 나를 말리며 조민성에게 고개를 숙였다.


“처지라…. 뭐 그렇겠죠. 이제 저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니 괜히 저한테 으르렁 거리지 말고 저 무시하고 지나가세요.”


나는 조민성에게 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진우가 계속 말렸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가은 님. 대체 왜 그랬어요?”


조민성에게서 멀어지자 진우가 나를 탓했다.


“기분 나쁘니까요. 저 사람이 이번 일에 관련이 안 되었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가은 님. 진정하세요.”


한수도 나를 말렸다. 나는 화가 나서 애꿎은 바닥을 발로 찼다.


“휴우…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진우와 한수에게 물었다.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야죠.”


“그래요. 진우 님. 여기 있는 분들도 다 데려가여죠.”


“다요? 그냥 따로따로 가도 되지 않을까요? 사람이 한 두 명도 아니고 이렇게 많이요?”


한수가 말했다.


“그래도… 누굴 두고 갈 수는 없잖아요. 아 저 조민성 빼고.”


“가은 님. 좀!!”


“이야…. 진우 님 여기 있었네?”


뒤에서 누군가가 진우를 찾았다. 뒤를 돌아보니 은호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나이스 하다고 생각하던 사람… 인데 알고 보니 개 꼰대인 사람!


“은호 님…. 잘 계셨네요?”


진우는 내가 마치 조민성을 보는 눈빛으로 은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한테는 조민성한테 뭐라 한다고 한 소리 하더니만.


“그래, 지금 우리 팀 사람들은 내가 다 챙겼어. 진우 님만 내가 못 챙겼네 하하. 저 쪽에 윤서 님이랑 다연 님도 있어. 팀장님은 벌써 도망갔는지 안 보이더라.”


모두 진우가 이야기해준 진우의 부서 사람들이었다. 다연 같은 경우에는 진우가 입사하자마자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며칠 동안 회사를 못 나온 사람이었다. 처음에 진우는 그녀도 퇴사했다고 의심했었지만 그녀는 정말 아파서 못 나온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진우랑 별 이야기를 다 했구나.


“진우 님. 미안한데 내가 차 키 줄 테니깐. 내 차 좀 주차장 가서 가져올래요?”


“네? 제가 왜….”


“어허… 요즘 사람들은 시키면 네 하지를 않는다니깐. 내 참. 내가 다리가 좀 아파서 그래. 이제 우리 여기를 떠나야 할 것 아니야? 대충 여기 있는 시설 좀 치우고 차로 밀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차 좀 가져와줘.”


내가 왜 이 사람을 나이스 하다고 생각했을까? 진우에게 대하는 모습을 보니 꼰대 정도가 아니라 예의가 없는 사람이었다.


“저기 은호 님. 진우 님도 많이 다쳤어요. 저 뒤에 다른 건장한 직원들도 있으니 그분들께 부탁해 보세요.”


나는 둘 사이에 끼어들어 말했다. 나는 은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허…. 가은 님. 왜 그래? 혹시 진우 님이랑 그런 사이야? 여, 진우 님. 전에는 아영 님이랑 붙어있더니 이번에는 가은 님이야? 아니 진우 님. 여자 친구도 있다면서 이래도 되는 거야? 와 이 새끼 난 놈이네.”


은호가 혀를 차며 진우에게 말했다. 조민성에 송은호까지. 다들 왜 이러는 거야.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은호에게 욕을 한 바가지 해주려고 할 때, 진우가 은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쭈? 지금 나 쳤어? 야 너 미쳤어? 회사 안 다닐 거야?”


은호가 얼굴을 만지며 진우를 노려봤다.


“회사 망했어. 이 미친놈아!”


진우는 은호에게 달려들었고 순식간에 싸움이 벌어졌다. 나와 주변 사람들은 둘을 말렸다. 하지만 둘의 싸움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남아있는 기력으로 도망쳐도 모자란 시간인데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 대한 원한으로 체력을 더 소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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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11월 26일 토요일.

장유호의 기록을 각색.


하윤과 무사히 연구소를 빠져나왔고, 며칠 동안 실험체를 피하느라 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 격리소가 있는 곳으로 피해보려고 했지만 실험체들이 그곳을 습격했기에 차마 접근하지 못했다. 결국 근처를 계속 돌아다니며 하루를 버텼다.

이제 실험체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하윤과 나는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돌아다니는데 누군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처음에는 실험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분명 사람의 소리였고 나는 고개를 돌려 소리의 정체를 확인했다.


“누구…아 이승준 원장님?”


가끔 회사에서 봉사활동을 가는 복지원의 원장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 얼마 있다가 회사로 들어온다는 소문도 있었다. 복지원 원장이 왜 여기로 온다는 것인지를 모르겠지만.


“유호 씨 맞으시죠? 그 옆에는 아… 누구더라…”


“저는 이하윤이라고 합니다. 저 지난달에 한번 인사드렸었….”


“아아 맞다. 그래요. 지금 이게 무슨 일인가요? 대표님이 회사로 와달라고 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내가 원장의 입장이었어도 황당했을 것 같다.


“그.. 그게.. 그렇게 되었네요.”


“그 누구야, 그 무서운 괴물들은 지금 다 어딜 간 거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송구합니다.”


“그래요. 유호 씨. 혹시 연구소로 잠깐 같이 가줄 수 있어요?”


원장의 말에 나는 놀라 그의 눈을 쳐다봤다.


“연구소이요? 저기는 실험…. 아니… 그…”


“허허 나한테는 숨길 필요 없어요. 대표님이 다 말씀해 주셨으니. 일단 정식 취임은 아니지만 내가 이 회사의 사장으로 부임할 거예요. 사장이 직접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혹시 다친 사람은 없는지, 아니면 구조를 원하는 사람이 없는지를 보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직 내가 이곳 지리를 모르니 유호 씨나, 그 저 누구더라. 아 하윤 씨가 같이 좀 가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아직 그곳에 있을 수가 있습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일단 저희랑 같이 밖으로 나가시죠.”


하윤이 원장에게 말했다.


“아 좀!!!”


갑자기 원장이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라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의 얼굴에는 실핏줄이 보였다. 피부의 일부가 벗겨져 있기도 했다. 뭔가 좋지 않은 징조였다. 나는 침착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아 네. 원장님. 저희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저희랑 같이 가시죠. 혹시 모르니 주변에 있는 무기를 같이 들고 가시는 건 어떨까요?”


나는 최대한 침착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총이요? 그런 건 난 필요 없어요. 두 분은 들고 오세요. 자, 저랑 같이 갑시다.”


원장은 연구소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 무슨 생각이세요?”


하윤이 조그만 목소리로 물었다.


“쉿 조용히. 일단 연구소로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


나도 조그만 목소리로 하윤과 대화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죠?”


원장이 뒤를 돌아 물었다.


“아… 아닙니다. 총 쏘는 방법을 물어봐서요. 이 친구가 군대를 안 갔다고 하네요.”


“가시죠.”


나는 원장의 상태를 뒤에서 확인했다. 신체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내가 알던 실험체의 모습과는 달랐다. 저렇게 정상적으로 걸을 수가 없을 텐데?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던 연구소로 들어섰다. 곳곳이 파괴되어 있었다.


“여기 연구소장님이 계시던 곳이 어디죠? 저를 안내해줄 수 있을까요?”


나는 원장의 말을 따랐다. 원장의 상태가 이상해졌다면 최대한 안쪽에 가두는 것이 중요했다. 천천히 그를 소장실로 안내했다. 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소장은 벌써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디 보자. 대표님이 챙기라고 한 물건이 있었는데….”


원장은 소장실을 계속 뒤지고 있었다. 나는 하윤과 함께 때를 노리고 있었다. 원장이 안 쪽으로 갔을 때 우리는 방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미친 듯이 뛰었다. 우리는 바깥에서 잠글 수 있는 문으로 갔다. 카드키로 문을 잠갔다. 그리고 다시 뛰어갔다. 곧이어 폭발 소리와 함께 무언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여태까지 봤던 실험체가 아니었다. 아주 거대하고 끔찍하게 생긴 모습을 한 실험체가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실험체는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유호 님!! 뭘 그리 보고만 있어요!! 빨리 도망가요.”


하윤이 소리쳤다.


“그래, 그래요.”


도망가려고 뒤를 돌아본 순간,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설마? 나는 다시 뒤를 돌아봤다. 그 실험체가 문을 주먹으로 부순 것이었다.


“어딜 도망가나요? 유호 씨, 하윤 씨?”


실험체는 말하고 있었다. 이건 불가능했다. 말을 하는 실험체는 없었다. 이런 젠장. 이게 무슨.


“너… 너 대체 뭐야?”


나는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 총을 장전하고 실험체가 된 승준에게 겨눴다.


“에이씨 무슨 이야기를 들으려고 해요. 그냥 쏴요!!!”


뒤에 있던 하윤이 총을 장전하고 승준을 쐈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승준은 웃고 있었다. 실험체가 된 상태에서 웃어서 정말 기이한 소리가 났다.


“대표님이 정말 좋은 약을 나에게 주셨네요. 좋은 회사를 저에게 주셨어요. 대표님이 말하시길 이번 사태를 잘 해결하면 저에게 대표 자리까지 주신다고 하셨어요. 어때요? 재밌죠?”


이 망할 회사. 미친놈들 투성이구만! 나는 총구를 위로 돌려 천장에 있는 스프링클러를 쐈다. 천장에서 물이 쏟아져내렸다. 그리고 내가 한 실험에 따르면 실험체들은….


“으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 몸이 너무 뜨거워. 나한테 뭘 뿌린 거야. 죽여버리겠어 널….”


승준은 비명을 지르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승준의 몸은 녹고 있었다. 마치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승준은 쓰러졌다. 실험체들이 이상하게 물을 싫어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잘 통할지는 몰랐다.


“뭐야, 고작 물이 약점이에요?”


“고작이라니. 일단 물이 있어야 하는 건데. 일단 도망치죠. 약점인지도 솔직히 모르겠어요.”


하윤과 함께 서둘러 연구소를 빠져나왔다. 혹시 몰라 내가 잠글 수 있는 모든 문은 다 잠갔다. 실험체들이 탈출하며 여기저기가 박살이 나서 의미가 없는 곳도 많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었다. 밖에 나오니 어느새 밤이 된 후였다.


“이제 어쩌죠?”


“저기 격리시설 있는데 회사 사람들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죠. 이 망할 회사 얼른 떠납시다.”


총을 들고 하윤과 함께 격리소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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