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한
2033년 11월 28일 월요일.
허유민의 기록을 각색.
“김지한… 당신이 어째서…”
김지한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가 내 눈앞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보다 어떻게 여기를 온 것일까?
“오랜만입니다. 기자님. 제가 마련해드린 곳은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요?”
김지한이 내게 말했다.
“하… 거기가 나를 위해 마련한 곳이었어? 저도 당신을 위해 마련한 곳이 있는데. 이제 나 당신 감옥 보낼 거야.”
“감옥이요? 어떤 방법으로요?”
“여기 당신의 방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왔어.”
나는 김지한에게 노트북을 보여줬다.
“그게 뭔데요? 그걸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여기 있는 자료를 언론에 보도할 거야. 우리 부장님한테 미리 말해놨고, 이제 곧 오실 거야.”
“하하… 기자님 생각보다 순진하시네요.”
김지한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기자님. 그게 제 노트북이라는 확신이 있으세요? 그리고 그게 제 노트북이라 해도 거기에 뭐가 들어있을 것 같은데요? 또 기자님의 부장님을 말씀하셨는데 전 부장님이 이 장소를 알려주셔서 온 것입니다.”
“뭐?”
“부장님이 아는 사람 보낸다고 하지 않았나요? 짠… 기자님이 아는 사람이 나왔죠? 제가 기자님을 모시러 왔어요.”
“뭐?”
설마 부장님이 나를 배신한 건가?
“뭘 그리 놀라고 있어요. 왜 모두가 당신의 편이라고 생각하죠? 그 이상한 모임에서 놀더니 모두가 당신에게 호의적일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말하니깐 더 확신이 드네. 이 자료가 아무것도 아니면 당신이 날 찾아올 리가 없지. 게다가 말하는 거 보니 내가 뭐하고 다닌지도 알고 있고. 내가 탈출한 것을 알고도 나를 가만히 두고 있던 것 같기도 하고.”
“호오… 이제야 머리가 좀 돌아가시는군요. 하지만 하나는 틀렸어요. 그 노트북에는 어떤 자료도 없어요. 하지만 어디 보자. 여기에는 기자님이 원하는 자료가 있겠네요.”
김지한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건… 최수영이라는 분이 가지고 있던 메모리칩이에요. 저를 믿고 저에게 맡기시더군요.”
“이 개새끼야!! 네놈이 죽인 거였어? 최선배를?”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대충 짐작하고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는 김지한의 말에 크게 흥분하고 말았다. 게다가 뭐? 믿고 맡겼다고?
“그러고 보니 기자님, 왜 반말을 하시는 거죠? 저는 기자님이 보다 예의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쉽게 되었네요.”
“뭐라고? 하.. 너야말로 머리가 안 돌아가네. 지금 결정적인 자료를 네가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착각하지 마. 그 자료 백업해두었거든.”
“백업이요? 그래서요? 지금 기자님은 그 백업된 자료도 없으니깐 아무 짝에 쓸모없는 노트북이나 들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참 웃기시네요.”
“그 자료 인터넷에 올라갈 거야. 그러면 너의 악행도 사람들이 알게 될 거야.”
“이상한 분이네요. 기자님은. 다른 사람이 자료를 올릴 수 있는데 왜 지금 이 고생을 하는 거죠? 말은 그렇게 하지만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 같은데….”
“투 트랙인 거지. 언론사와 커뮤니티. 모두를 자극해서 너의 민낯을 드러내고 말 거야.”
“아… 제가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 안 했군요. 아마 회사 근처에 계신 사람이 자료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자신만만하신 것 같은데 저도 나름 보험은 들어놨어요. 제 말이라면 분명 들어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한테 회사 사람을 처리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아마 다들 죽었을걸요?”
“뭐?”
“흠… 이야기도 지겹네요. 그 기자님 뒤에 계신 분도 뭐라 말씀 좀 해보시죠.”
김지한의 말에 나는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아영이 와있었다.
“대표님. 대체 왜 이런 짓을 벌인 거죠?”
아영이 김지한에게 물었다.
“호오. 우리 회사 직원분 맞으시죠? 직원이라면 우리 회사가 뭘 하는 곳인지 알고 있지 않나요? 우리는 일을 했을 뿐이에요. 이런 짓이라고 말씀하시는 게 이해가 가지 않네요.”
“지혜. 제 친구가 연구원이었어요. 그리고 이 연구를 하다가 죽었고. 아니 살해당했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그리고 그 연구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요. 그런데 제가 이런 짓이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요?”
“흠…. 우리가 하려는 것은 위험 부담이 많은 연구예요. 그러다 보면 사람들의 희생도 피할 수 없는 법…. 사람들의 죽음은 안타까운 것이지만 그냥 위대한 진보를 위한 희생 정도라고 할까요? 좀 진부한 표현이지만요.”
“뭐라고? 지금 이게 진보라고? 사람들이 죽었어. 그리고 마치 좀비 같은 괴물들이 되었다고 이게 당신이 바라던 그런 연구야?”
김지한의 궤변을 듣고 있자니 참을 수 없어 나도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괴물이요? 여러분 눈에는 저게 괴물로 보이시나요?”
“당연한 것 아니야?”
“제 눈에는 새로운 인류가 탄생한 것으로 보여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죠.”
지한은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미친놈인 것 같다.
“대체 저런 걸 어떻게 만든 거죠. 우리의 과학 기술. 아니, 현재 인류의 과학으로는 저런 것을 만들어낼 리가 없어요.”
아영이 말했다.
“만들어내지 못한다고요? 지금 눈앞에서 보지 않으셨나요? 당신의 머리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한계를 뛰어넘었을 뿐입니다.”
“아영 님. 저 미친놈의 말은 이제 그만 듣죠. 이제 어쩔 셈이지? 우리를 죽일 생각이지?”
“뭐…. 죽일 생각은 없지만. 지금 대화를 들어보니 두 분 다 저에게 호의적일 것 같지는 않네요. 미안하지만…. 죽어줄래요?”
지한은 외투 안에서 총을 꺼냈다. 그는 정확히 나를 조준하고 있었다. 몸이 얼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피한다고 해도 저 미친놈을 어떻게 쓰러뜨릴까? 여기서 멀지 않은 검문소로 가서 도와달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거기에 있는 사람들도 김지한의 편이라면?
“자, 모두 안녕히 계세요.”
김지한이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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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11월 28일 월요일.
최가은의 기록을 각색.
우리는 회사 주차장에 있던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차의 주인은…. 사원증의 이름을 보니 유재경이라는 사람의 차였다. 이미 죽은 그의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찾았고…. 우리는 그의 차를 탔다. 진우가 운전을 했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뒷좌석에는 선준, 그리고 우리를 도왔던 장유호라는 연구원이 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구하지 못했다.
우리 외에도 살아남은 사람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따로 회사를 탈출하기로 했다. 그들과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 하고 우리는 시동을 걸고 서울로 갔다.
차 안에서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핸드폰의 전원이 켜졌다. 나는 수영이 나에게 따로 전달했던 자료를 봤다. 그날, 연구소에서 유민과 수영이 목숨을 걸고 찍은 실상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언론에 보도되었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수영은 이번 일로 목숨을 잃었기에 이를 전달할 사람은 없었다. 유민이 있었지만 이제 내가 행동해야 하는 때인 것 같았다. 나는 내 SNS와 커뮤니티에 영상을 올렸다. 영상의 제목은 ‘IB 사태의 실체’, ‘인간 실험을 자행하는 IB’ 등 다양하게 적어서 올렸다. 어떤 게 더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업로드를 완료하고 핸드폰을 내려놨다.
창에 기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유진이 사라지고, 진우가 내 앞에 나타났고,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실체를 밝히려고 했다. 하지만 사건이 터졌고 우리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잃었다. 혼란에 빠지기도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렸다. 아니…. 나 혼자 한 것이 아니지. 우리 모두가 이 일을 세상에 알렸다.
“가은 님. 진우 님. 좀 이상하지 않아요?”
뒤에서 선준이 물었다. 아니, 현준이라 불러야 하나? 이 사람. 그저 유진을 좋아하는 철부지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게요?”
진우가 대답했다.
“놈들 말이에요. 분명히 바깥으로 나갔을 텐데 지금까지 보이지 않잖아요. 그렇다고 누가 죽인 흔적도 보이지 않고.”
선준의 말에 나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창문을 내려 바깥을 살폈다. 선준의 말대로 그들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의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놈들이 이 근처로 와서 사람들이 도망친 것이 분명한데….
“도시 봉쇄령이 내려졌네요.”
뒤에서 핸드폰을 보던 유호가 말했다.
“그리고 가은 님이 올린 영상… 반응이 조금 많이 있네요. 언론에서도 보도하기 시작했어요.”
“하아.. 다행이다. 다들 믿어주고 있는 분위기인가 봐요?”
유호의 말에 나도 핸드폰을 확인했다. 곧이어 내게 여러 곳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아는 번호도 있었고 모르는 번호도 있었다.
“여보세요?”
나는 전화를 받았다. 모르는 번호였다. 그리고 내게 전화를 건 사람은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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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11월 28일 월요일.
민아영의 기록을 각색.
총성이 울렸고 다행히 총알은 우리를 비껴갔다.
“첫 발은 경고의 의미고, 다음은 봐주지 않을 겁니다.”
김지한은 다시 유민에게 총을 겨눴다. 그리고 그는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유민이 피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피하지 못했다. 그녀는 쓰러졌고 다리에게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음은 몸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뒤에 계신 직원 분이고요.”
김지한이 나를 노려봤다. 뭔가 해야 했다. 하지만 총을 들고 있는 상대를 내가 제압할 수 있을 리가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돌이 하나 보였다. 그래, 이거라도 어떻게든…. 나는 김지한이 다음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그에게 돌을 던졌다. 하지만 허무하게도 돌은 김지한의 근처도 가지 않았다. 김지한이 내가 자신에게 돌을 던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뭡니까? 어처구니가 없네요.”
김지한은 총구를 내게 겨눴다. 나는 손을 들고 뒤로 약간 물러났다. 이제 더 이상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무언가 우리에게 가까이 오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들어보니 사이렌 소리였다. 그것도 경찰의 사이렌 소리였다. 소리는 점차 가까워졌고 김지한도 뒤를 돌아 상황을 살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우리의 눈을 잠시 멀게 했다. 차들이 가까워지자 그곳에서 누군가 내렸다.
“손들어!! 총 버려!!”
그들은 경찰이었다. 방역복을 입기는 했지만 틀림없이 경찰이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김지한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총을 내려놨다. 경찰들이 그에게 다가와 뭐라 뭐라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김지한에게 수갑을 채웠다.
“하하… 김지한 꼴좋다. 너도 경찰이 너의 편이라고 생각했지? 왜 모두가 너의 편이라고 생각하지?”
유민이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김지한은 우리를 쳐다봤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주 기분 나쁜 미소였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네요. 유민 기자님. 당신이 지금은 이겼나 봐요. 그럼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히 계시길….”
김지한은 그렇게 사라졌다. 경찰들은 우리에게 다가와서 괜찮냐고 물어봤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 다리의 힘이 풀렸다. 나는 주저앉았고 경찰들은 나를 부축했다.
내 뒤로 또 한대의 차가 나타났다. 차는 우리 뒤에서 멈추고 그곳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내렸다. 진우였다. 그 뒤로는… 선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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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11월 28일 월요일.
김현준의 기록을 각색.
가은이 올린 영상은 효과가 있었다. 김지한에 대한 긴급체포 명령이 내려졌고 IB에 대한 수색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가은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위치와 자세한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은 가은은 이제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에게도 부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왜 이런 중요한 내용이 민간인에게 넘어가게 했냐는 약간의 질책성 전화였다. 그리고 부장님은 이제 김지한의 위치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받았고 경찰들이 그곳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한 언론사에서 온 제보 전화 덕분이라고 했다.
차를 타고 계속 가다 보니 수많은 경찰들이 출동한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 차 앞에는 유민과 아영이 서있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그들과 재회했다. 김지한은 경찰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이제 정말 모든 것이 끝인 것 같았다.
저 멀리 부장님이 보였다. 부장님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멀리서 그에게 가볍게 고개를 내려 인사했다. 그와의 재회 인사는 조금 나중으로 미루고 나는 우리 퇴사 클럽의 멤버들과 재회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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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11월 28일 월요일.
장유호의 기록을 각색.
망할 회사를 때려치우는 것을 항상 상상하기는 했는데 대표가 저렇게 경찰에게 잡혀가는 모습을 먼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제 회사는 정말 망했으니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도 경찰 조사를 받게 될 것 같다. 나도 직간접적으로 사건에 연루되어있고 모든 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망할 회사. 진작에 때려치웠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래도 지금 내 앞에 있는 몇 명의 용기 있는 사람들 덕분에 일이 마무리된 것 같다. 마무리…. 정말 마무리이기는 한 걸까? 실험체들은 다들 어디로 간 것일까? 이승준은 왜 보통의 실험 체하고는 다른 존재가 된 것일까? 그러보 보니 주혁진 소장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모든 의문이 풀리지는 않은 체 우리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도시에 마련된 봉쇄소로 걸어갔다. 이렇게 우리의 긴 이야기는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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