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쪘네? 라는 말이 사형 선고처럼 들렸던 이유

6회기 |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

by 차원

※ 이 글은 심리상담을 받으며 쓴 기록입니다. 실제 상담 내용을 일부 편집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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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 안녕하세요.


상담자 | 어서 오세요. 덥죠?


내담자 | 네 좀 그렇네요.


상담자 | 숨 좀 돌리셨어요? 시작할까요?



이날은 상담을 가기 전부터 눈물이 엄청 났던 날이다. 겨우 진정하고 들어가서도 5분-10분 정도 상담지원 관련한 사무적인 얘기를 하다가 시작되자마자 울어버렸다.



상담자 | 편하게 울고 말씀하세요. 다 우시고.


내담자 | 원래 오늘,


상담자 | 편안하게 다 울고나서 얘기해도 괜찮아요. 편안하게.

어떨 때는 말하는 것보다 우는 게 훨씬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상담자 | 괜찮아요. 굳이 뭐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 울면 말할 수 있을 거예요.


내담자 | 벌써 다섯번 정도 뵙게 되는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고

왜 좀 힘들었는지도 알게 되고 매 회차마다 새로운 얘기를 하게 됐잖아요.

그래서 어제나 그저께까지만 해도 이미 많이 얘기를 많이 해가지고

새롭게 말씀드릴 만한 거나 이런게 크게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내담자 | 제가 한번 말씀드렸는데 살찌고 이런 거를 되게 공포스럽게 느낀다고 했었잖아요.


내담자 | 작년 가을 쯤부터 6월 정도까지 달리기 모임을 꾸준히 했거든요.

주기적으로 봤던 사람들이 있는데, 한 8개월 정도. 계속 사람들을 만나면서 운동하고 했었거든요.

근데 최근에 모임을 자주 안 나간지 한 2개월 정도됐고, 그 사이에 크게 부상이 왔어요. 아파서 못 뛴 것도 있지만 제가 약간 먹는 거에 대한 갈망 같은 게 커졌어요. 그럴 때면 사람들 만나는 것도 피하게 되거든요. 식탐이 많아지고 이럴 때마다 사람들이 제가 살찐거 눈치챌까봐 온 신경이 쓰여서. 근데 거기 안에서도 친해진 몇 명이 있는데 같이 달리자 해서 오랜만에 나갔거든요.


내담자 | 근데 맨날 보는 사람은 몰라도 그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 좀 더 잘 알잖아요. 근데 그런 걱정을 가지고 가기도 했지만, 제가 최근 새로 만나고 있다는 남자친구가 안정감 같은 걸 주고 있긴 하거든요.


내담자 | 예전처럼 다른 사람들이 살찐거 눈치채고 그러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한테 잘해주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모임 친구들의 호감을 사는 거나 그 친구들이 비난을 해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저쪽에 있으니까 괜찮다는 마음이 드는 걸 느꼈어요. 되게 신기하면서도 긍정적인 거라고 느끼긴 했거든요.


상담자 | 그래요.


내담자 | 그렇게 저를 지지해 주는 그런 사람이 생긴 건 좋은 일인데, 오늘은 오면서도 난데없이 눈물이 나고 그랬던 게. 티는 안 내지만 남자친구와의 연락 같은 거에 너무 의존하고 일희일비하게 돼요. 객관적으로 그 사람 태도가 달라지거나 이런 게 전혀 아닌데도요. 부정적인 걱정이 제 의지랑은 상관없이 나니까.


내담자 | 최악을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습관화 돼 있다 보니까.

낮에는 일하니까 연락이 늦거나 안 되는게 당연한데. 그리고 사귀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편해지면은 초기보다는 연락의 빈도도 자연스럽게 줄 수도 있잖아요. 근데 그런 사소한 변화도 안 좋은 걸로 생각을 해버려요. 이런 사고 방식 자체가 이상한 걸 아니까 말하지는 않지만. 이런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 갑자기 어느 날은 이렇고 며칠 뒤에 생각하면 그날 진짜 왜 그랬지 이러고.


상담자 | 오늘은 이렇고 내일은 저렇고 달라지신다는 거네요.

내일 생각하면 오늘의 내가 나 같지 않고 그렇게 느껴지겠네요.

많이 우셨는데 어떤 부분이 속상해서 울었어요?


내담자 | 뭔가 지금 되게 좋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워낙 연애 관계가 길게 지속된 적이 별로 없다 보니까.


상담자 | 이 관계도 오래됐다고는 안했던 것 같은데, 얼마나 지속되셨어요?


내담자 | 알게 된 지는 두 달밖에 안 됐어요.


상담자 | 그렇죠 제 기억이 맞네요.


내담자 | 사귄 지는 한 달이고요. 그전에도 길어봤자 두세 달이었고 그때는 지금보다도 훨씬 위기가 빨리 왔었긴 하거든요.


상담자 | 그래요.


내담자 | 그런 적이 너무 많다 보니까, 한 달 정도 지나면은 벌써 걱정이 되는 것 같아요.


상담자 | 그동안의 경험 때문에 걱정이 되겠어요. 그냥 남자친구가 별로 안 좋으면 별로 걱정 안 할 것 같은데 참 좋아하다 보니까 이 사람을 잃을까 봐 걱정이 되겠네요.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그런 마음이 들죠.


상담자 | 오늘 말씀하신 거 보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수 있어 싫어할지 몰라 아니면 싫어할 거야, 까지 가는 강한 걱정이 있으신 것 같아요. '내가 살 찌면 사람들이 날 싫어할 거야' 하는 마음이요.

여쭤보고 싶은 게, 일단은 런닝 크루에서 있었던 일이랑 연인과 있었던 일 두 가지인데, 살찐 나의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요?


내담자 | 제가 살 쪄 있는 모습을 처음에 보면 상관이 없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 변화했다라는 거, 쪘다는 것을 이제 그거를 이제 남이 알게 되면..


상담자 | 뭐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내담자 | 관리를 안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상담자 | 쟤 관리 왜 이렇게 안 해? 왜 살이 쪘어 이렇게 생각할 거라는 얘기죠.


내담자 | 그렇죠. 저한테 말로 하지 않아도 부정적인 어떤 판단을 내릴 것 같다라는.


상담자 | 그런 판단을 내리면은 그 사람들과 나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아니면 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 같아요? 살찐 거는 관리 안하는 거네요.

쟤 관리 안 했나 봐 살쪘네 이렇게 생각을 하면 그다음에 어떻게 될 것 같아요?





6회기-2 는 2/16 월요일 오전 9시에 발행됩니다.



반년정도 지난 지금 생각은 이렇습니다. 당시에 사람들이 어떻게 봐도 조금은 괜찮아졌다는게, 타인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게 아니라 비난을 상쇄할만큼 필사적으로 매달릴 '단 한 사람'을 찾은 것은 아닐까? 하고요. 아직도 해답은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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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기 상담 <제가 알코올 중독이 아니라구요?>

3회기 상담 <모든 일에 의욕이 안나는 '정신 지체 운동'>


4회기-1 상담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술을 마셨다>

4회기-2 상담 <있는 그대로의 내가 드러나면 어떨 것 같아요?>


5회기-1 상담 <내 생각이 옳은 세계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

5회기-2 상담 <미움받고 거절당한다는 공포 때문에 나를 지웠다>

5회기-3 상담 <겉으로는 쿨하고 털털한 성격 속에 감춰둔 건>

5회기-4 # 상담 <착해서 참았던 게 아니라 무서워서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