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감정에 여유롭기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둡고 끈적이는 데다가 빗소리가 눈물을 연상시켜 괜스레 울적해진다. 비는 그저 비일 뿐인데 혼자 울적해지는 것이 어찌 보면 우습다. 내가 원하던 원치 않든 비는 제 멋대로 내리는데 비가 올 때마다 우울해하면 내 감정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비가 되고 만다.
지 멋대로 비가 내리고
지 멋대로 해가 비춘다.
날씨 예보가 아무리 정확해졌다 한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명확히 알 수 없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의 출처가 분명한 듯해도 치밀하게 파고 보면 원인은 다른데 있다. 상당히 복잡한 알고리즘이다. 좋은 감정과 그 반대의 감정이 묘한 형태로 동시에 존재하기도 하며 오만가지 감정은 언제 어떻게 무슨 경로로 튀어나올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날씨도 감정도 제 멋대로다.
감정은 때로는 뽑기처럼
그날그날 아무렇게나 떠오른 감상에 따라 그날의 감정이 결정되기도 한다.
상사에게 무지막지 괴롭힘을 당했던 날, 멋지게 한방 먹여주지 못했던 날, 남몰래 이불속에서 발을 동동 굴렀던 초라했던 날도 어느 날 갑자기 아무렇게나 맥락 없이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혼자 우울해졌다가 괴로웠다가 할 것인가?
아니면 그런 감정이 드는 나를 또 못마땅하게 여길 것인가?
감정 ‡나
감정은 내가 아니다. 멋대로 바뀌는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날씨의 노예가 되었었듯 감정의 노예가 된다. 모든 생각이 진실이 아니다. 감정도 결코 내 전부가 아니다.
비가 오면 '오늘은 비가 오는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나는 내 세상의 주인이 된다. 그러다 조금 울적한 기분이 들면 '내가 울적한 기분이 드는구나.'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된다.
매일매일 행복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반드시 행복해져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때로는 그 즉시 행복해지는 길이 된다. 오늘 내 마음에 비가 내려도,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알면 어제보다 더 편안해질 것이다.
송수연 코치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현재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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