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박의 알쓸신 ’집(家)’ 9회 2018년 1월
-본 글에 들어가기 전에-
최근 정부는 주택시장 개혁을 위한 후분양 로드맵을 사실상 철회했습니다. 집값 안정을 위해 3기 신도시부터 대거 선분양 혹은 조기 청약을 실시하기로 한 결과입니다. 후분양과 선분양에 대한 선호가 있는 것은 아니나 이번 정부 초기 후분양제도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시점에 관련 글을 기고한 적이 있어 옮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후분양제도는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청약에 당첨된 사람이 수혜를 받습니다. 선물옵션을 거래한 것 처럼 완공되지 않은 집을 선취매 했기 떄문입니다. 반면, 주택가격 하락기에는 건설사나 조합에게 득이 됩니다. 예를 들면 10억에 분양을 완판 했는데 입주시에 시장가격이 9억이 되어도 10억에 선매도를 했기 떄문입니다.
후분양제도, 정치적 접근이 아닌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공부문부터 후분양제도를 단계적으로 실시 하겠다”며 “민간부분에선 후분양에 대해 주택도시기금 및 대출 보증 지원을 늘리고 택지 운선 공급과 같은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 고 밝혔다. 이는 국교위 의원들이 최근 일어난 입주 후 부실공사 문제 해결과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후분양제도 도입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에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 또한 후분양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3000만원 짜리 승용차를 살 때도 꼼꼼히 확인하고 구입하는데 주택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사냐’ 는 주장은 언뜻 보면 타당해 보인다. 후분양제도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부실공사를 해결하는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라면 당장 지원하고 장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선/후분양제도의 핵심을 빗겨나간 단편적인 접근이다. 후분양제도 지원은 부동산 투기와 부실공사 문제를 해결할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선분양제도가 부동산 투기의 원인이라고 말해지는 것은 아마도 분양권 전매 때문일 것이다. 아파트가 건축기간 동안 분양권을 거래하여 차익을 남기는 전매가 문제라면 전매 금지를 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애초에 왜 전매가 일어나는가를 생각해야한다. 전매는 분양가와 시장가의 차이와 당장 살지도 못하는 아파트를 선매하여 사업 리스크와 금융비용을 부담하는데서 오는 프리미엄 때문에 존재한다. 투자자들은 프리미엄을 위하여 분양에 참여하고 일정한 차익을 남기고 또 다른 투자자나 실수요자에게 전매를 한다. 이를 근절하는 것이 목표라면 프리미엄이 존재하지 않을만한 분양가로 주택을 공급하거나 입주 전 분양권 거래를 금지하면 된다. 분양권 전매가 부동산 투기라면, 그리고 이를 막는 것이 옳다면, 프리미엄이 존재하지 않을만한 분양가 책정이나 전매금지를 통해 충분히 해결 될 만한 사안이다. 후분양제도하에서도 분양가와 시장가격의 차이에 따른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면 형태만 달라질 뿐 여전히 같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투기근절을 위한 처방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부실시공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건축법을 기반으로 행정당국에서 행정지도와 허가를 관할하고 감리제도를 통하여 건축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실시공을 방지하는 것이 현재 제도이다. 만약에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거나 허가과정에서 당국을 속였다면 이는 불법이고, 법에 빈틈이 존재한다면 법을 개정해야할 일이다. 부실시공이나 입주 후 A/S에 대한 처벌과 후속조치를 강제하는 것은 나라의 몫이다. 후분양제도가 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의 의미를 따져보자. 자기가 살 집이니 이러한 문제를 직접 확인하고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제도적인 개선이나 국가의 책임이 아닌 개인이 건설사를 상대로 물건을 잘 확인하고 사라는 뜻 밖에 되지 않는다. 부실시공 문제의 해결은 더욱 촘촘한 건축법과 행정지도 그리고 감리권한강화를 통하여 달성해야할 목표이지 소비자들에게 ‘지어 놓은 집을 보고 사시라’ 고 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후분양제도의 핵심은 부실시공 해결도 부동산 투기 근절도 아닌 건설 비용조달의 주체의 문제이다. 건설비용의 금융비용과 사업의 리스크를 사업자와 분양자 중 누가 가져가고, 수익을 누가 취하느냐의 문제이다. 선분양제도 하에서는 사업자가 건설비용을 분양자로부터 직접 조달하는 대신 일정한 수익만을 가져가는 구조이다. 사업자가 적은 리스크를 부담하는 만큼 프리미엄은 수분양자의 몫이 된다. 반면에 후분양제도 하에서는 사업자가 싼 가격에 분양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사업자가 자체 자금력으로 리스크를 감수하고 집을 완성하여 팔 때는 시장가격에 팔게 된다. 최근 반포 잠원 지역의 재건축사업지에서는 건설사들이 후분양제도를 통하여 분양할 수 있음을 공약한 것도 이러한 후분양제도의 특성 때문이다. 높은 분양가를 통해 조합의 이익을 극대화 하겠다는 의도다. 분양가가 올라가는 것 뿐 아니라,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증가하기 때문에 사업진행에 있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고 이에 따라 전체 주택 공급은 감소하게 된다.
현재 한국에는 어떠한 제도가 더 적합할까? 이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애초에 왜 선분양제도가 한국에 나타났는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선분양제도는 1977년 정부가 주택난 해소를 위해 건설사의 자금난을 덜어주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자 도입 되었다. 대신에 직간접적으로 분양가에 대한 통제를 정부가 하면서 국민들은 낮은 분양가로 주택을 구매하였다. 70%대의 주택보급률은 가구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2015년 전국은 102.3%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96%, 97.9%로 증가하였다. 최근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아파트 후분양 활성화 방안’의 내부문서를 기반으로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에 따르면 후분양제도의 성공 조건으로 노무현 정부는 주택보급률 110%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당시에는 2012년에는 주택보급률이 110%에 이를 것이라 예측 하였다. 이처럼 후분양제도 지원에 대한 고려는 현재 주택보급률과 재고주택의 양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두 제도의 차이는 명확하다. 비용조달의 주체가 수분양자이냐 시공사이냐에 따라 수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의 문제이며, 후분양은 완성된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이롭지만, 공급위축이 있어 주택시장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 현재도 후분양제도를 금지하거나 막는 제도는 없다. 국가에서 후분양제도를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주어가며 장려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명분과 실익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판단은 공급위축에 따른 잃는 것과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에 따른 얻는 것을 비교 후 결정해야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부실시공과 부동산 투기라는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슈를 근거의 해법으로 후분양제를 거론하고 있는데, 이는 적절하지 않다. 정부만큼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주체는 없다. 정부는 정치적 판단이 아닌 정책적 판단에 근거하여 ‘정치 행위’가 아닌 ‘정책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는 정치가 아닌 정책이 필요하다.
본글은 2018년 1월에 작성하여 부동산114 및 부동산 관련 연구기관에 게재된 글입니다.
알쓸신 ’집(家)’ 8회 2021년 5월 https://brunch.co.kr/@syfelixbae/13
알쓸신 ’집(家)’ 7회 2018년 12월 https://brunch.co.kr/@syfelixbae/5
알쓸신 ’집(家)’ 6회 2021년 5월 https://brunch.co.kr/@syfelixbae/12
알.쓸.신. ’집(家)’ 5회 2021년 5월https://brunch.co.kr/@syfelixbae/11
알.쓸.신. ’집(家)’ 4회 2021년 8월 https://brunch.co.kr/@syfelixbae/9
알.쓸.신.집(家) (3)-2021년 5월 https://brunch.co.kr/@syfelixbae/7
알.쓸.신.집(家) (2) -2019년 11월 https://brunch.co.kr/@syfelixba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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