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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lllink Aug 23. 2018

A_6 디자인 프리랜서
항상 '을'일 필요는 없다.

왜 스스로를 낮추는가

황당한 소리다. 돈 받고 일하는 주제에 '을'이 아니라니 물론 계약상 관계상으로는 '을'이 맞지만 실질적으로 '을'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 말은 이 프로젝트가 정말 아닌데, 계약 관계에서 오는 부담감에 의사결정을 포기하고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거래를 끊는 것이 '갑'의 전유물이 아니란 이야기다.


나도 끊을수 있어!!!


사례로 충청도의 모 디자인 회사와 일한 이야기해주려 한다. 회사는 8년 차 회사인데 어떻게 8년을 유지했는지(대표가 말만 잘해서 그런가?) 정말 답이 없었다. 아직도 생각나는 그 대사 "우리 디자인 정말 잘해~"...


그렇게 말하면서 인디자인(주로 편집에 쓰는 툴)과 일러스트(아트웍이나 페이지가 적은 작업을 할 때 쓰는 툴)를 거꾸로 쓰는 회사였다. 쉽게 말해 편집을 일러스트로 하고 아트웍을 인디자인으로 했다. 기본적으로 툴을 반대로 쓰는 이상한 회사였는데 하는 주 업무는 행사에 들어가는 출력물을 주로 맡겼었다. 


잘한다더니 첫판부터 밑장빼기냐?

항상 불가능한 작업량(툴을 반대로 써서 불가능한 양이였다.)을 요구했는데 예를 들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편집 120페이지를 3일 안에 시킨다던가 였다.(누군가는 가능하겠지만..) 우리가 처음이라 그냥 알겠다 하고 해줬는데 인디자인으로 해버리면 하루 안에 끝날 일이 7일의 3교대로 24시간 돌려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그래도 마감은 늘려줬다.)


첫 프로젝트를 끝내고 두 번째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는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툴을 반대로 쓰면 작업시간이 길어지니 편집에는 편집 툴로 아트웍에는 아트웍 툴을 사용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하지만 대답은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일을 하라는 대로 하는 대신 페이를 올려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올린 게 페이지당 2천 원.. 정말 하기 싫었다. 단가를 맞춰주려면 같은 툴을 사용하면 그만인데 왜 그렇게 안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일을 진행할 때 파견 요청도 있었다. 파견은 프리랜서 업무상 종종 있기에 흔쾌히 수락했고 파견을 갔다. 그리고 작업 방식적인 이야기도 하려고 했고 실제로 가서 이야기했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가서 설득하고 이야기하고 직접 시연까지 해 보이면서 툴사용이 업무 속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려주었는데 그 위대하신 디자인 팀장님께서는 무조건 자신의 방식을 고집했다. 정작 자기들이 처리하는 부분에서 속도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왜 그렇게 고집부렸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또 다른 문제점 몇 개를 더 말하자면 일단 디자인팀장과 다이렉트로 연락을 하는 게 아니고 디자인을 모르는 담당자와 연락을 했다. 디자인 이야기를 디자인을 하지 않는 사람을 통해 한 다리 걸쳐서 이야기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겪어보니 아 이거 더 이상 여기와 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우리는 하고 있던 일을 마지막으로 일을 그만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약 1달 반의 기나긴 기간이었다. 그동안 들어왔던 많은 일들을 업무량에 포기했고 이는 곧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그리고 클라이언트에게 맞춰주지 못한 첫 회사였다 팀원들의 사기저하가 심했다.


이 업체와의 많은 사건사고 이야기를 짧게 요약해서 써봤다. 우리는 비록 이 회사의 고정 외주를 잃음으로 금전적으로 작은 손해를 봤을지는 모르지만 거래를 끊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더 큰돈을 벌었다. 불필요하게 긴 시간을 뺏기는 일을 처리하자 다른 일을 2개 3개를 더 할 시간이 생긴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득인 것이다.



그냥 무조건적으로 나와 거래를 텄으니까, 혹은 나에게 일을 주기적으로 주기 때문에 라는 감정으로 일이 비용이 맞지 않고 시간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도 을의 입장으로 항상 맞출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끼고 배웠다. 


프리를 업으로 삼게 되면 공감하겠지만 프리를 하게 된 후에 한번, 한 번의 프로젝트가 너무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가 과연 정말로 나에게 도움이 될 프로젝트인지 판단하고 빠르게 손을 빼거나 꼭 붙잡고 있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하나의 나쁜 일로 2개 3개의 더 좋은 일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프리랜서는 사실 업체 입장에서도 이용하기 좋은(나쁜 뜻으로)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항상 신중하고 꼼꼼할 필요가 있다.


맨 처음 말했듯 계약상 '을'이라고 해서 내가 일을 맡아 버는 비용보다 기회비용 지출이 더 많다면 일을 지속할까 말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때로는 기회비용 지출이 더 크지만 커리어 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려를 철저하게 하여 아니다 싶다면 프로젝트 완료 후 더 이상 일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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