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lllink Aug 03. 2018

A_2 디자인 프리랜서
알려주면 그만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클라이언트를 만난다면?

이것은 두 번째 만난 업체 이야기다. 이 경험은 2가지의 큰 교훈을 줬는데 2편에 나눠서 쓸 예정이다.


이 회사는 책을 내고 싶어 했지만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몰랐다. 원고 넘기는 것부터 생산까지 아무것도 몰랐다. 쉽게 말해 목적은 있지만 뭘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회사를 상대한 경험이다.


아무것도 몰라요


무더운 여름 한창 편집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을 때, 책을 만들고 싶다는 업체의 연락을 받고 무작정 미팅을 나섰다. 좋은 인상의 클라이언트였는데, 처음부터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들은 책을 만들고 싶은데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가이드를 잡아준다면 그 가이드대로 일을 진행하겠다고 말해주었다. 솔직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디자이너를 디자인 전문가로 인지한다 말은 하지만 막상 결과를 뽑을 때는 최종 컨펌자의 주관적인 취향을 따라가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맨날 말은 디자이너에게 맡긴대


그러나 나의 아주 강력한 6번째 감각이 일을 해도 된다고 말했기 때문에(돈을 많이 주더라고요...) 덥석 수락했다. 일단은 책을 만드는 과정 (야매로 배워서 전문용어는 거의 모른다.)

디자인 시안 - 원고 - 교정 - 디자인 확정 - 판 얹기 - 1차 교정 - 2차 교정 - 분판 및 인쇄 가능상태로 저장 - 인쇄

의 과정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원고 작성 양식도 미리 서로 합을 맞추고 작업에 들어갔다.



보통 디자인 시안에 들어간 제목 소제목의 형식이나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자 수 등을 잡아주고 이에 맞게 원고를 작성하여 페이지 수를 예상하고 짝수에 맞게 떨어뜨리는 작업을 하는데 여기서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의 합의가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보통은 이 과정에서 왜 맞춰주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클라이언트가 대부분이다. 인쇄매체는 적정 폰트 사이즈(보통 11포인트를 쓴다)의 공간과 한 장에 들어갈 수 있는 글의 양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인데 이런 부분을 이해시키는 게 상당히 힘들다. (디자이너도 사람입니다. 마법사가 아니라고 제발 이상한 부탁하지 마세요)



하지만 이번 클라이언트는 나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줬고 이해하려 하는 정말 일을 하면서 감동받은 클라이언트 중 하나였다. 디자이너를 마법사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자신의 취향이 짱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모든 결정들은 충분한 이야기를 통해 진행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작업이 마냥 행복한 무지개동산은 아니었는데, 이유는 사전 준비작업이 딜레이가 엄청나게 심했다. 처음 하는 것이니 그럴 수 있겠지만, 나는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거절하는 과정이 반복되자 나도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나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원래는 2달짜리 프로젝트였는데 7달이 넘게 걸렸으니... 닦아도 닦아도 나오는 똥처럼 일이 로드가 걸려 일을 안 해도 문득문득 프로젝트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찝찝함의 나날을 보냈다.


마음이 이만큼 불편했다.


원고가 부분 부분 도착했고, 처음 말한 내용과 다르게 이미지의 개수도 너무 많았으며 고화질인 이미지가 몇 장 없었다. 분명 대부분 텍스트로 이루어진 책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원고를 받아보니 거의 대부분의 이미지를 새로 그려서 넣어야 하는 대작업이 되어있었다. 


바로 연락해서 계약내용이 달라졌으니 추가금을 요구했고 정말 깔끔하게 추가 계약을 하였다. 그 후로는 진행은 뎌뎠을지라도 일하는 과정은 너무 좋았다. 나는 작업 방식에 대해 하나하나 자세하게 알려주었고 클라이언트는 그것을 이해하고 존중하여 발을 맞춰주었기 때문이다. 상황은 나빴지만 일을 풀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잘 느껴졌기 때문에 일이 힘들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업무강도를 느낌에 있어 서로를 이해해주는가 안 해주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경험이었다. 이런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난 후로 나는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 서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을 미리 이야기를 해주고 일을 시작한 뒤에 너무 일방적이거나 아집을 부리는 클라이언트라면 바로 거래를 끊어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맞지 않는 1명과 일핼때의 피로도는 잘 맞는 10명과 일할 때의 피로도와 비슷한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중간중간 내용도 많이 바뀌고 인쇄 일정도 미뤄지고 2도 인쇄에서 4도 인쇄로 바뀌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수많은 디자인 프리랜서들과 협업을 해봤었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다. 


-----------------------------------------------------------------------------------------------------------------------

디자이너 관련 게시글


A_1 편집 디자인 프리랜서 1년_  https://brunch.co.kr/@willlink/5

A_2 디자인 프리랜서 알려주면 그만이야_  https://brunch.co.kr/@willlink/7

A_3 디자인 프리랜서 팀 만들기_ https://brunch.co.kr/@willlink/8

A_4 디자인 프리랜서 외주 구하기_ https://brunch.co.kr/@willlink/9

A_5 디자인 프리랜서 외주 구하기_ https://brunch.co.kr/@willlink/6

A_6 디자인 프리랜서 항상 '을'일 필요는 없다._ https://brunch.co.kr/@willlink/10

A_7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설명충이 돼라_ https://brunch.co.kr/@willlink/12

A_8 몸값 하는 사람_  https://brunch.co.kr/@willlink/18

작가의 이전글 A_1 편집 디자인 프리랜서 1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