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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lllink Sep 13. 2018

A_7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설명충이 돼라

빠르게 만족을 주는 방법.

얼마 전까지 나는 시안을 보낼 때는 그냥 시안만 보내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요즘 이미지 하단에 길게 설명을 넣는다. 예를 들면 "어떤 부분을 바꾸었고 어떤 부분에 무엇을 이렇게 저렇게 했습니다."라고.


흔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을 보다 보면 클라이언트만 답답하고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석이 되는 짤이 많다. 


답답한 클라이언트어.


그런데 진짜 클라이언트만 잘못하고 있을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개발자와 일을 하며 느낀 것인데, 개발자가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고, 개발자도 우리가 뭐라고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언어만 한국어일 뿐 서로 대화의 이해율은 20% 정도.. 였던 것 같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게 된 계기이다.


한동안 커뮤니케이션 열풍이 불었었다. 무슨 커뮤니케이션 어떤 커뮤니케이션 저런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지겨운 말이고 이제는 좀 식은 말이지만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중요하다. 조금 과장을 붙여서 커뮤니케이션 하나로 나와 일하는 사람 혹은 업체가 우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까지(일을 잘한다, 못한다) 연관된다.


예로 들어 우리가 패키지를 맡아서 해주는 업체 이야기를 해주겠다. 이 회사는 본인들이 말해주길 우리와 일을 하고 판매량도 많이 올랐고 박람회나 페어에서 패키지 디자인 질문도 많이 받는다고 결과물에 항상 만족하는 회사다. 그러나 종종 안 좋은 이야기(일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들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있었던 정도가 아니고 많았다.


의문이 들지 않는가? 본인들이 패키지가 잘 나왔다. 반응이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종종 일을 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큰 사건이 있었는데 홈페이지 디자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공정률에 맞춰 진행 중이었고 마감까지의 시간도 충분했다. 그래서 그냥 공정률과 시안만 보여주며 일체의 부가적 설명 없이 진행 중이었는데 어느 날 업체에서 매우 화가 난 상태로 연락이 왔다. "일을 하고 계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처음에는 갑자기 화내는 업체와 화가 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거래를 끊자는 분위기까지 극으로 치닿다가 만나서 마지막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였다. 그 후로 서로 몰랐던 업무적인 이야기, 고려해야 할부분, 배려해줘야 하는 모든 부분을 속 터놓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는 설명 충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설명충이 되어보자라는 생각을 한 뒤 우리는 아주 구체적으로 작업 프로세스와 작업 단계들 그리고 시안을 보낼 때 무엇을 강조하고 바꾸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언어 사용 또한 최대한 풀어서 클라이언트의 언어에 맞추어 설명하고 알려주었는데(마치 어린 동생에게 알려주듯)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아두이노가 뭔지는 모르지만 약간 이런 느낌의 포인트를 짚어 말하는 것.


단지 우리가 낸 작업물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그 과정이 업체로 하여금 우리가 어떤 고생과 얼만큼의 신경을 쓰는지 더 와 닿게 만든 것이다. "그동안 이 정도까지 신경 써주시는지 몰랐다." 라던가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만족도의 상승률이 더 커진 것이다.


왜 항상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을 스트레스라고 생각했을까? 물론 가끔 아무리 친절하게 설명해도 기본적으로 이해력이... 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일을 해본다면 매우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쉽게 설명했을 때 이해하고 업무방향에 대해 좀 더 쉽게 말해주는 경향이 있었다.


클라이언트가 잘못된 인식(디자이너는 마법사 같은)으로 소통이 개판인 것이 아니라. 진짜 몰라서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정말 큰 사실을 알았다. 클라이언트들은 몇몇을 빼곤 비전문가이거나 아는척하는 비전문가이다. 애당초 우리와 소통이 된다는 것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거나 전문가라는 이야기니까. 


아무고토 모르면서...


흔히 TMI 아닐까? 너무 귀찮게 하면 싫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명확하게 설명하고 귀찮게 물어보면 그만큼 작업 만족도가 올라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설명을 잘할 수 있다면 스피드 웨건이 될 수도 있다.


언제나 우리를 위해 설명해주는 스피드웨건


전문가의 흔한 실수 중 하나는 주변 사람이 대부분 같은 분야 전문가이다 보니 업무에서 언어 사용이 상당히 전문화되어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의 말을 다 이해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같이 공부하고 같은 학교를 나온 친구들 전공을 살려 일하며 만난 동료들 전부 같은 디자이너이거나 개발자 이거나 다른 전문직이지 않겠는가? 우리가 클라이언트를 먼저 배려한다면 더 이상 심플하면서 화려한 로고를 만들어주세요 같은 애매모호함이나 놀고 있다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인이 바라보는 전문가의 대화는 오해를 부를수 있다.


물론 개인 프리랜서의 경우 PM이 따로 없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납득이 가는 이야기를 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소통하는 방법이라던가 전하는 이야기의 정확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쉽게 풀어 설명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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