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는 모든 것을 배울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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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_2 디자인 프리랜서 알려주면 그만이야_ https://brunch.co.kr/@willlink/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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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_8 몸값 하는 사람_ https://brunch.co.kr/@willlink/18
처음 가출하고 절박한 내게 가장 친한 친구가 연락이 왔다.
"우리 회사 편집 디자이너분이 아프셔서 한번 면접이라도 봐볼래?"
일단 그 회사는 기존에 편집디자인을 하던 분이 아파서 일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급하게 그 달에 잡지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편으론 기회라는 생각과 반대쪽에서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왜냐하면 나는 학교에서 브랜딩과 기획 그리고 일러스트를 주로 했기 때문에 였다. 하지만 앞뒤 보이는 게 있었겠는가.. 그동안 만들어둔 브랜드 디자인 포폴을 그냥 들고 무작정 찾아갔다. 회사는 스타트업 회사였다. 오픈되어있는 회사 분위기가 맘에 들었고 가기 전 들었던 고 스펙의 직원들 이야기에 살짝 위축되기도 했다.
모든 영업은 솔직한 게 최고다.
면접에서 내 포트폴리오는 편집 쪽으로 보여줄 부분이 없었다. 평균 150 페이지 잡지를 할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도 확신을 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정면돌파였다.
편집은 브랜드 가이드북과 카탈로그를 만들어본 게 끝이고, 나는 편집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인 말은 하지만 나는 편집에 필요한 모든 툴을 잘 다룰 수 있고 돈을 적게 받는 기간이 있더라도 완벽하게 1인분을 할 때 제대로 된 돈을 받겠다고 그리고 열정이 있다는 말도 했다. 실제로 기존에 조금 올드했던 디자인을 나름 새련되게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말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행동이다.
일은 마감을 하는 주에만 출근하는 조건이었고 고정급으로 150을 받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책 한 권을 뽑기 위한 전 과정을 모두 혼자서 배우기 시작했다. 사수 없는 자유와 고통을 동시에 깨닫게 된 회사였다. 발주에 필요한 파일 출력 방법과 분판 그리고 최소 폰트 사이즈 자간 여백 행간 등등 혼자서 업무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며칠 밤을 잠 안 자며 레퍼런스를 카피하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고 공장과 연락해 배웠다. 아마 인생을 살면서 디자이너로서 가장 많이 성장한 해가 아녔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 일을 하면서 혼자 편집하여 11권의 잡지와 3권의 단행본을 만들어 봤으니 경력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상상도 안 갈 것이다.
위에는 고생하고 배운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처음은 정말 최악이었다. 내가 일하기로 계약한 후 만든 첫 잡지는 정말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편집적인 규칙도 없었고 모든 페이지가 흔들리고 색이 잘못 들어가고 글씨가 너무 작아 읽기 불편했으며 페이지 번호가 잘못 들어가고 사진 위치가 바뀌는 등 어마어마한 실수를 했다. 면접 때 했던 이야기들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협업을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배워나가기 시작했고, 점점 편집을 할 때 보아야 하는 부분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고 규칙을 만들어갈 때쯤, 나는 새로운 디자인 시안을 제시했고 이는 독자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프리랜서는 경험이 가장 큰 스승이었던 것이다.
경험이 가장 큰 스승이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하루 4시간씩 자면서 관련 영상, 블로그, 글 등을 수없이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디자인적으로 비전문가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 때쯤 다양한 회사에 연락을 했고 일을 수주해서 일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하고 편집적으로 원활하기 위한 약속들을 잡아가며 일을 해 나갔다.
아쉽게도 일은 원래 디자이너의 복귀로 계약기간을 마무리 지어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더 큰 가능성을 보고 이 회사를 나왔다. 사실 그 후에 편집에 재미와 자신감이 생겨 여러 편집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프리랜서의 삶이 아니겠는가. 나는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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