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편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한 후 가장 부담으로 다가온 부분은 영업이었다. 내가 자처해서 들어간 이 정글과 같은 프리랜서의 삶은 어떻게 일을 따올까라는 고민을 하루에 수백 수천번씩 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일을 따올까라는 고민을 하루에 수백 수천번씩 하게 만들었다.
위와 같은 고민은 내가 나올 때 계산하지 않았던 첫 번째 장벽이었다. 지인 영업으로 외주를 따오는 것에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첫 번째 방법은 각종 구인구직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영업을 하는 것이었다. 위시캣, 라우드소싱, 크몽, 사람인, 잡코리아, 알바몬, 알바천국 등등 가입 안 한 사이트가 없을 정도로 열심히 가입하고 자소설을 쓰고 포트폴리오를 올리고 먼저 연락하고 이력서를 보내고 등등 각종 방법을 동원했다.
결과는 대참패 그렇게 많은 사이트를 돌아다녔지만 정작 손에 잡히는 일들은 100개를 지원하면 10개 안쪽으로 따왔던 것 같다. 문제가 뭘까 포트폴리오 검토를 하고 다른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도 많이 보면서 돌아다녔다. (아니 전단지 회사에서도 마트 할인안내 전단지 회사마저도 나를 안 받아준다고?...)
약간 사이트들의 속성을 이야기하자면 알바몬 알바천국 잡코리아 사람인 등은 대부분 디자이너보다는 작업자를 찾았다. 이런 차이는 그냥 나 스스로 느낀 느낌인데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아닌 시키는 대로 해주는 디자이너를 찾는 개념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연락 왔던 업체들에 직접 물어보고 난 후 혹은 면접까지 가보고 나서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다.
대략 이런 느낌의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 반복 업무입니다.
꾸준히 일을 해줄 사람을 필요로 하기에 너무 젊은 사람은 조금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여자 디자이너를 선호합니다.
학벌이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정도의 이유가 있었다.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단순 반복 업무입니다 라는 것은 전단지나 반복되는 책 편집, 이미지 소스 등을 맡기는데 너는 젊기 때문에 재미없어서 금방 그만둘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설명해준 회사는 왜 지원했는지에 대해서 설명과 오래 일할수 있는가를 질문하는 것을 반복했다.
두 번째 이유도 비슷한 맥락인데 이런 회사는 보통 주부나 책임질 가정이 있는 사람들을 선호했다. 쉽게 이직할 수 있는 환경이나 혹은 젊은 사람의 경우 조금 일하다 취직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설명해줬다. 한마디로 철새처럼 떠나버릴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여자 디자이너를 선호했다. 이것은 실제로 후에 팀을 꾸렸을 때 같은 이력서와 같은 포트폴리오를 지원해서 얻어낸 결과인데 남자인 이력서를 보냈을 때보다 여자인 이력서를 보내는 게 훨씬 면접 성사율이나 다시 연락 오는 빈도가 높았다. 심지어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포트폴리오 문제는 아녔음을 알 수 있었지만 뭔가 씁쓸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조금 의외였는데, 나는 디자인 쪽으로는 이름 있는 4년제를 나왔는데 금방 그만둘 것이다. 혹은 취업 전에 용돈벌이 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게 거의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의 생각이었다.
말하기를 차라리 단기 프로젝트에 대학생 아르바이트였으면 일을 같이 했겠지만 고학력의 졸업생은 조금 부담스럽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이유들로 고정으로 일할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구인구직 사이트 영업은 참패였다. 어필을 잘 못한 탓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속 시원한 대답을 들었으니 더 미련을 갖지 않고 발을 뺐던 것 같다.
그리고 찾기 시작한 게 크몽 숨고 위시캣 라우드 소싱 같은 프로젝트 단위별 아웃소싱 사이트인데 이런 사이트 또한 오래 전전하지 않았다.
일단은 단가 경쟁이 외주 수주에 핵심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사이트 내에 별점 평점이 중요했다.
나를 PR 하기 위해 돈을 많이 써야 하는 플랫폼이 많았다.
디자인 프로젝트보다 다른 개발에 좀 더 초점과 편의가 맞춰진 듯한 느낌
첫 번째 문제는 단가경쟁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디자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결과물에 디테일이나 퀄리티 보다는 일단 가격이 낮은 작업자를 선호했던 것 같다. (후에 우리와 일하는 업체들에게 인터뷰해봤을 때 결론은 대한민국 사장님들은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랬다. 내가 등록한 프로젝트에 대해 더 낮은 단가를 부르는 작업자를 선호해 무조건 낮은 단가에 입찰하거나 판매 등록을 하는 게 일상 다반사였다.
그리고 이런 단가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별점이나 평점에 의존하는 것이었는데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안정성을 얻어 좋을지 모르겠으나 막말로 일을 시켜줘야 별점과 평점을 쌓을 것 아니겠는가. 학생 때처럼 용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많이 쓰고 돈은 적게 받으면서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일단 비슷한 단가면 작업적 역량보다는 별점과 평점으로 승부가 나버리는 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몇몇 사이트는 이런 점을 보완하려는 목적인지 돈을 지불하고 나를 PR 할 수 있는 방법을 둔 사이트가 있었다. 돈을 벌려고 들어간 사이트에서 부담되는 금액을 쓰고 확실히 일을 따올 수 없으니 답답했다. 일을 따기 위해 번 돈에 많은 부분을 쓰는 이상한 현생이 생겨버리는 경우였다. 다단계도 아니고... 돈 벌러 가서 돈을 쓰다니..
마지막으로는 보통 아웃소싱 플랫폼들의 개발자들에 의해 기획되고 만들어진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발자들의 단가 측정을 도와주는 방식이나 작업지시서 작성방법이 훨씬 간단하고 구체적이고 쉬웠다고 느꼈다. 이것은 나중에 에이젼시를 하게 된 후에 개발 쪽으로 협업하는 업체와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나는 온라인 영업은 학생 때부터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플랫폼의 초창기부터 이용한다거나 모아둔 자본이 있어서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다음에는 온라인 영업의 실패 후 앞서 말한 오프라인 영업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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