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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휴학 레인보우 고민유형

휴학멘토의 7가지 휴학 고민 유형 분류~!

by 도그냥
휴학을 왜 하려고 할까?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 2016년 2월 졸업예정자 13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대상자의 41.6%가 휴학을 했던 경험이 있고 '휴학을 선택한 이유'로 '취업준비를 하려고(31.6%)' , '집안사정 때문에(21.4%)', '인턴/대외활동을 하려고(18.5%)' 순으로 조사됐다.

언론에서는 종종 대학생을 마치 취업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사람처럼 자극적으로 보도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휴학도 단순히 '스펙쌓기'로 압축시키려고 한다. 잘 보면 질문자체도 그런 시선이 짙게 깔려있다.


나에게 휴학이 취업용이냐고 묻는다면 내 답변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라고 하고 싶다.

이 설문조사 항목에서 정확히 의도로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 위의 항목들은 '이유'가 아니라 '수단적 계획'에 가깝다. 각 항목 하나하나를 분석하면 다양한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턴/대외활동을 하려고'라고 선택한 친구들중에는 단순히 취업 스펙을 얻기 위해서 공모전을 도전하는 대학생도 있겠지만, 대학생활동안 모든 것을 다 누려보고 싶어서 대학생때만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기 위해 공모전을 도전하는 친구들도 많다. 또한 인턴을 통해 내 길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고, 특정 공모전을 도전하면서 자신감을 키우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다양한 생각과 이유들이 '인턴/대회활동을 하려고'라는 하나의 선택지 안에 포함되고 ‘진짜 의도’들은 희석되어 버린다.



휴학을 선택하게 만드는 환경


그렇다면 진짜 휴학을 고민하는 내용은 무엇이고 어떤 이유들이 있을까?


휴학은 선택의 문제이고, 실행하고자 하는 '목표'나 '계획'은 표면상 같아보여도 이 선택의 의사결정과정은 분명 다양하다. 당연히 개인적 성격과 가치관이 많이 반영된다. 흔히 대학생쯤되면 굉장히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행동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스스로만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휴학의 선택이 결코 누가봐도 인정될만큼 합리적이긴 힘들다. 그래서 결정하는 당사자조차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도 많다.


나의 3번의 휴학 경험과 지난 4년간의 휴학생들과의 상담과 대화내용들에서 휴학의 진짜 이유들을 정리하고 그룹핑해보니 7가지가 나왔다. 나는 무지개생각이 나서 '휴학의 레인보우 고민유형' 이라고 부른다.

이 유형을 구분짓는 두가지 변수는 대학생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한 태도적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었다.


대학생 환경 첫번째!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자기계발에 대한 두 가지 시선


휴학을 하고 ‘자기계발’을 하겠다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 자기계발이 뭐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실천 방법은 생각은 너무 다양하다. 하지만 입장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자신의 노력으로 상황을 좋게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과 자기계발을 강요받는 세상에 분노가 치민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2000년대에 등장한 '자기계발서'의 내용은 자극적이었다. 생각과 행동만 바꿔도 미래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였다. 이 당시 베스트셀러들의 제목을 보면 '아침형 인간' '1년만 미쳐라' '열정력' '18시간 몰입의 법칙' 등등 개인의 열정을 바탕으로한 근면, 성실이면 안되는 게 없어보였다.


자기계발론에서 ‘청춘’은 포장되고 다시 해석됐다. 올해 6월에 한국일보에 기고된 칼럼에서 문화평론가 김민섭님2010년 이후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필두로 '청춘'에 대해 '특별한 가치'를 더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청춘'들의 멘토를 자처한 힐링멘토들이 대거 등장했고 '청춘' 꿈, 열정, 도전을 위해 기꺼이 아프고 힘들 수 있는 시기로 정의되었다.

여기에 감동 받은 수많은 대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만 하고 조금 힘들더라도 열정이 담긴 노력으로 이겨내야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자기계발론에는 함정이 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외면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열정페이에 지쳐서 좌절해도 개인의 실패는 '승리하거나 살아남지 못하는 나약한 개인의 문제다'라는 논리로 설명해버렸다,

믿었던 청춘에 배신당한 젊음들은 한번이라도 실패를 하게 되면 '끊임없이 증식되는 자기혐오감'을 감당해야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은 청춘론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최근에 자주 들리는 ‘헬조선’ 혹은 ‘노오력’과 같은 사회적인 혐오발언들도 자기계발론의 피해자들이 반발심에서 피어난 현상이다.


우리도 이 사회에 있으면서 두가지 시선에 다 물들었다. 나의 열정으로 있는 힘을 다해 내 인생을 바꾸겠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내가 이렇게까지 꼭 해야하나하는 마음도 한켠에 자리잡는다. 나도 그랬고 지금의 대학생 친구들은 더하다.


자기계발에 대한 믿음은 적극성으로 표현된다. 적극적일수록 더 미래만 조급하게 바라보고 자기계발에 소극적일수록 현재의 문제때문에 흔들리고 피하고 싶어한다.


생각해보기 Q. 자기계발에 대한 나의 시선은 어느쪽인가요?



대학생 환경 두번째!
대학생은 서바이벌 연습생? "난 완벽하게 살아남고 싶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은 원더랜드였다. 꿈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꿈 자체였다.

대학만 가면 아무것도 안해도 살도 죽죽 빠지고, 연애도 하고, 좋아하는 것만 공부하고, 자유롭게 여행도 다닐 줄 알았는데! 현실은 시궁창.

여전히 필수교양이라는 이름으로 좋아하지도 않는 과목을 들어야 하고, 스펙때문에 언제나 불안하고, 연애도 노력없이는 불가능. 실제 대학생활의 모습을 깨닫는데는 한학기가 채 걸리지 않았다.


대학만 가면 마르크스나 칸트 철학쯤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는 꿈을 꿨던 나는 더 실망했었다. 대학에서 ‘나의 성장’은 셀프메뉴였다. 더욱이 학과 공부는 학점의 노예라 고등학교 때보다 더 심한 벼락치기를 하고 있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모두가 그래보였다.


게다가 학과마저도 취업을 기준으로 존폐가 결정되기도 한다. 2015년 교육부에서 대학내일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15년 한해에만 456건의 학과 통폐합이 발생했으면 단순폐과의 경우도 52건이나 기록했다. 2011년과 비교했을 때 4배나 증가한 수치다. 대학평가에서 좋은 순위를 달성하여 정부지원금을 수령하려면 '졸업생 취업률'이 중요 지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인문,사회계열 / 예체능계열의 학과를 줄이고 이공계 비율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취업 사관학교처럼 취업률을 높이려고 아등바등하는 사이 혼란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됐다.

대학 네임밸류 믿고 인문학부인걸 알지만 입학했던 친구들에게 이런 사전공지도 없는 갑작스런 학과 통폐합에 자존감에 치명타를 입는다. 학과뿐 아니라 나 자신도 취업앞에 쓸모 없어진 것만 같다고 한다. 이른바 '문송'해진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학은 전쟁터가 되었다. 취업하려면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고 불안하다. 입학하자마자 조금 어설프게 잘 못해도 배워나가고 그럴 여유가 없다. 그 누구에게도 지고싶지 않다. 완벽한 학교 생활을 하지 않으면 내가 위기에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완벽주의가 시작되어버린다.

대학 문화도 바뀌었다. 조별 과제에서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조원을 발표에서 과감하게 제외시키고 나만 살아남는 '사이다'같은 문화가 생겨났고, 신입생인데도 취업설명회에 찾아가는 학생들도 심심치않게 보도된다.


완벽주의는 높을수록 더 불안감이 높다. 불안할수록 완벽하고 싶어지고 휴학을 해서라도 더 완벽해지고 휴학조차도 완벽하게 하려고 하게된다.


생각해보기Q2 - 취업을 위해 남들보다 완벽하게 준비를 해야된다고생각하나요?



휴학의 레인보우 고민유형


여러 친구들과 휴학 상담을 해오면서 휴학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는 비슷한 패턴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신에 대한 평가라든가 목표 등등 비슷한 유형의 친구들을 묶어나가다보니 위의 2가지 환경에 대해서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도의 정도에 따라 7가지 유형을 만들었고 레인보우 휴학고민 유형이라고 이름 붙였다. 


<휴학 레인보우 고민유형> 휴학연구소



먼저 자기계발에 대한 적극성에 따라서 3그룹으로 나눠진다.

1) 레드 그룹 - 자기계발과 열정에 찬성 : "내 열정과 노력으로 꿈을 이루겠어!"

2) 그린 그룹 - 자기계발에 중립적 : "취업에 필요하니까, 기본 스펙은 쌓아야지"

3) 블루 그룹 - 자기계발에 소극적, 회의적 : "지금 자기계발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두번째 환경 요소인 '완벽한 대학생활에 대한 욕심'의 정도에 따라서 각 그룹을 세분화한다.

1) 레드그룹 - 키워드 ‘꿈’

빨강 : "하루라도 빨리 내 꿈에 도전하겠어!!"

주황 : "완벽한 내 꿈을 모르겠어, 하지만 꿈만 찾는다면 최고로 노력할 거야!"

2) 그린그룹 - 키워드 ‘대학생과 취업’

노랑 : "어차피 취업준비 해야한다면, 난 지금 대학생만 할 수 있는 걸 누려볼래!"

초록 : "다들 취업준비 하던 것 같은데, 나만 부족하지 않으려면 뭔가를 해야만해"

3) 블루그룹 - 키워드 ‘나와 환경’

파랑 : "나하고 맞는게 하나도 없어, 이건 나다운 삶이 아닌 것 같아!!"

남색 : "난 제대로 하나도 하는게 없어. 잠깐이라도 쉬었다가 제대로 시작하고 싶어"



대부분의 휴학고민은 대화를 하다보면 위의 6가지 유형 중 적어도 하나에 포함된다. 여러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 가정의 문제나 신체적 문제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서 휴학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자기계발에 대한 의지'보다는 현재 위기상황의 해결에 대한 해결 태도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한 모습들이 나타난다. 이 경우를 '보라'로 구분한다.


생각해보기 Q3. 나의 휴학 고민 유형은 어디쯤에 속할까?



다음 편에서부터는 각 유형별 특징과 생각패턴들을 통해서 휴학을 준비하는 것에 있어서 생각해봐야 할 점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각 유형별로 분명 휴학을 바라는 강한 마음 속에는 아직 겪어보지 않은 사회에 대한 오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유형별로 다룰 이야기들을 보면서 오해가 있다면 풀고, 감정에 치우쳐있던 극단적인 부분이 있다면 진정시켜 보면서 휴학 자체를 아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휴학멘토로서 지켜보면 휴학고민을 가진 친구들은 보편적으로 자신의 고민이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나요?" 라는 질문은 거의 단골질문이다. 하지만 사실 휴학문제는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을만큼 보편화된 문제다. 결코 지금 고민하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다. 그만큼 누구나 충분히 극복하고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나의 유형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자신의 모습을 잘 관찰해보자.




*허가없는 불법 인용은 불허합니다.

*대학교 학보지라도 제발 허가받고 인용해갑시다. 나중에 다 조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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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 고민보다는 액션하자!


들어가기 - 제대로 해보자, 휴학

#01. 스펙세대에게 휴학의 의미

#02. 휴학 레인보우 고민유형

#03. 빨강 "하루라도 빨리 내 꿈에 도전하겠어!"

#04. 주황 "꿈을 찾는다면! 정말 불태울거야!"

#05. 노랑 "취업 전에, 그냥 잠시 놀고 싶어"

#06. 초록 "뒤쳐지지 않게 나도 스펙을 쌓을거야"

#07. 파랑“나와 맞는게 하나도 없어!! 떠나갈래"

#08. 남색 "난 제대로 하는게 없어!"

#09. 보라 "휴학... 어쨌든 해야해요"



휴학멘토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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