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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노랑 "취업 전에, 그냥 잠시 놀고 싶어"

휴학 고민 유형 세번째, 그린그룹 첫번째

by 도그냥
키워드) 청춘, 대학생, 낭만, 젊음, 20대
자기계발에 대한 적극도 : ★★★☆☆
완벽주의적 성향 : ★★☆☆☆


대학생들이 가장 갈망하는 휴학을 꿈꾸는 유형은 바로 그린그룹의 첫번째 유형인 노랑유형이다. 홍대에서 길거리 음악을 듣고 경리단길에서 브런치를 먹고 제주도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고, 내일로 기차를 타고 음악 페스티벌에서 신나게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친구들이 노랑유형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친구들은 라이프스타일이 애초에 다르기 때문에 휴학을 통해서 이런걸 해보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랑유형은 나중에 취업준비를 해야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취업준비의 시기를 잠시 미루고 못해본 대학생의 로망을 휴학기간동안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들이다. 제대로 즐기고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해도 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을 하기도 한다.



노랑유형 첫번째조언
불안해하지만 말고 하고 싶으면 해라


어떤 오프라인 강연에 참여했을 때였다.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 해보는 시간이었는데 한 친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스펙이 아니라 그냥 다른 거 하려고 휴학을 해도 될까요?"

"어떤 걸 하고 싶은데요?"

"저는 축제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지금 아니면 이렇게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 전국의 축제들을 다 보러다니고 싶어요"

"스펙을 쌓을 수는 없겠지만 나중에 이런 축제기획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이런 이유로도 휴학을 해도 되는 걸까요?"

내가 들은 노랑 유형의 계획중에서 손꼽히게 멋진 대답이었다. 전국의 축제들을 다 보러다니고 싶다니 얼마나 멋진가. 이렇게 멋진 계획에도 그 친구는 자신의 계획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노랑유형은 학업을 떠나 다양한 일을 체험해보고 싶어한다는 점에서는 어떤 면에서 주황유형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계획을 물어보면 내용상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주황의 모든 행동은 나의 꿈과 직업을 찾는 수단일 뿐이지만 노랑유형의 계획은 그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다. 자신의 미래는 취업 준비고 지금은 잠시 미루고 '놀고 싶다'고 말한다.


노랑 유형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직업준비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계획을 '노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하고 싶어서 휴학을 선택하면서도 바로 이 생각이 마음 한쪽 어딘가를 답답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서양의 '갭이어'문화를 접했다면 노랑유형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마존에서 2016년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조셉 오셰라의 <Gap year>에서는 현재 영미권에서 유행중인갭이어를 선택하는 이유와 주로 하는 활동과 장점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대부분이 갭이어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업체를 통한 봉사활동이나 해외 여행이 대표적인데 원래 자라온 환경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을 모토로 한다.

즉, 기존에 자신이 익숙한 가장 안전한 환경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의 독립심과 개성을 일깨우는 것이 갭이어의 정신이다. 노랑유형이 원하는 것은 기존 삶의 패턴을 깨는 것이고, 어쩌면 지금 너무나 독립심과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갭이어 프로그램은 계속해서 독창적이고 색다른 프로그램이 새로 개발되고는 한다.

하지만 갭이어 활동이 인기 있는 것은 자신의 개성에 당당하고 익숙한 서양문화권이기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동양권의 사람들은 집단주의적 성향은 노랑유형의 발목을 붙잡는다. 집단주의가 강한 문화권에서는 개성을 드러내기 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과 비슷하고 평균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교육받는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엄마 친구들의 자녀들과 같이 학원에 다니고 비슷한 문제집을 풀고 똑같은 유행하는 옷을 사입는다. 오히려 '튀지 않지만 훌륭한' 평균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애를 써왔다. 몇십년간 지속된 이 모습은 습관이 되어 대학생이 돼서도 쉽게 지우기 어렵다.

앞에서도 말했듯 노랑유형은 '놀고 싶은 사람'이지 '잘 노는 사람'은 아니다. 이미 마음속 어딘가에는 어차피 취업준비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평균적인 보통의 휴학에서 하는 '스펙 쌓기'의 방법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걸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시점을 잠시 의도적으로 미루고 싶은 것뿐이다. "이런 휴학을 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에는 평균에서 너무 심하게 벗어나서 돌아가지 못할 정도가 될까봐 불안해하는 집단주의적 사고가 깔려 있다.


하지만 노랑유형의 '논다'는 것은 또 다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사실 노랑유형이 그렇게 뒤로 미루고 싶어하는 취업 시장에서 '다르다'라는 말은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시대가 변했고 소위 '덕질(오타쿠와 같이 특정 부분을 매니아적으로 즐기는 행위)'의 대상과 직업이 같아진다는 '덕업일치' 또는 '성공한 덕후'라는 '성덕'이라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급부상되고 있다. 억지로 '덕질'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덕질'을 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굳이 덕질이 아니더라도 내가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덕질'의 본질은 '자발적인 꾸준함'에 있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쉰다고 숨만 쉬고 노는 사람은 없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놀랍게도 그걸 너무 좋아서 반복하는 것이다. 노랑유형이 놓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가치를 찾아주기만 한다면 노랑유형의 휴학은 누구보다도 가치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중학생때부터 아무 사심없이 홈페이지를 만드는 걸 반복했고, 중고등학교 때는 반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개인 홈페이지를 구상하고 어설프게 만들고 놀았다. 미친듯이 잘하는 것도 관련 직업을 가질 생각도 아니었지만, 질리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내 강점이 되었고 지금은 직업 선택에 큰 도움이 되었다.

축제를 좋아하는 친구는 '노는 것'이라고 불안해했다. 하지만 사실은 미래의 꿈에 집착하는 레드그룹이 생각조차 못하는 꿈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을 시도하려는 것이었다. 쇼핑 많이 해본 사람이 쇼핑몰도 잘 만들고 게임 많이 해본 사람이 게임도 잘 만든다. 공연 기획을 하려면 공연을 많이 가본 사람이 잘 만드는게 당연한 거다. 그렇다면 축제기획을 꿈꾸는 사람은 무엇을 해야 가장 잘 할 수 있을까?

자신의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하고 싶은 것의 가능성을 찾아내야 한다. 불안해만 하기 보다는 해보는 것이 좋다.


생각해보기 Q1 - 지금 '놀고 싶다'고 하는 계획과 관련된 직업은 뭐가 있을 까요?


노랑유형 두번째 조언
이렇게 놀고 싶다고 스스로 속이고 있을 수 있다


대학생들이 휴학의 기간이 꽤 길다고 착각할 때 굉장히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계획이 하나 있다.

바로 여행, 그것도 해외여행이다. 이유를 물어보면 비슷한 대답을 한다.

"보는 시각을 넓히고 싶어요" "대학생 때에만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행의 장점만을 본다면 이 대답은 틀린 말은 아니다.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여행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스스로에게서 변화를 만들어내거나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본 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낭만적이면 이런 내용들이 책으로 나올까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휴학생 친구들의 실제 여행을 준비하고 보내는 과정을 함께 지켜 보면 '여행'이 정말 원해서 하려는 경우가 아닌 경우가 상당히 많다.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을 하고 있을 때, 그리고 여행을 마쳤을 때에 대한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보다는 그저 막연히 '여행'이면 어디라도, 어떤 방식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태도는 전혀 독립적인 것도 개성적인 것도 아니기에 노랑유형의 모토와 어울리지 않는다


최근 사연을 받았던 1학년 친구는 자신의 계획을 메일로 보냈다.

"고3때부터 세계여행을 너무 하고싶어서 계속해서 고민해왔는데요. 일단 제 계획은 1학년 2학기를 휴학해서 2017년 2월까지 7개월간 1500만원을 모은 후 2월에 군대를 가는 겁니다. 그 후 2018년 11월에 제대를 하고 2019년에 1500만원으로 1년간 세계여행을 하려고 합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25살부터 다시 1학년 2학기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지요. 이런 제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년간 휴학을 계획하는 친구들 중에 반은 돈 벌기에 반은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참 많다. 그런데 이런 친구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잊고 있기 마련이다. 여행지 중에서도 가장 여행가고 싶어하는 "유럽"에 가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다면 나는 꼭 묻고는 한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 가고 싶어요?"

"그 국가에서 가장 뭘 보고 싶어요?"

"그걸 보고나면 뭐가 좋을 것 같아요?"

"그곳에서만 꼭 겪어보고 싶은 것이 뭐가 있을까요?"

대부분 이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다.


임용고시를 준비해야하는 하는 교육대학 3년이었던 다른 친구도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지만 끝까지 반문했다.

"그래도 대학생때 가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요?"


돈과 목적지만 알고 떠나는 여행은 단조롭다. 누가 들어도 알만한 관광지 돌기와 그 앞에서 사진 찍기가 반복된다. 전혀 새로운 장소에서 우연한 만남과 새로운 경험들이 생길 가능성은 언제나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여행은 일반적인 관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느새 훌쩍 끝나버리고는 한다.

물론 그 자체로도 절대 나쁜 경험은 아니다. 하지만 휴식을 하러 가는게 아니라 여행을 통해 글로벌한 시각도 키우고 싶고 대학생 때만 해볼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싶다는 계획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그냥 대학생이라서 다를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없이 놀기만 하다왔다며 후회를 했다는 친구들도 많다.


네이버 카페 스펙업에서 스펙업멘토1기를 함께했던 여행멘토 정대웅씨는 관광이 아닌 진짜 여행을 하지 않으면 여행에서 자신의 시야가 넓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앞서 인용했던 조세프 오하라의 <Gap year>에서도 영미권의 친구들도 갭이어 프로그램이 외국에 나가기 때문에 독립심과 자기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갭이어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한계를 체험하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서 나 자신을 알게 되어가기 때문이다. 대학생다운 여행을 하려면 긴 시간과 젊음을 무기로 제대로 된 여행준비를 해야만 의미가 있다.


'헬조선'에 대한 혐오감은 분명 '해외'자체에 대한 환상을 키운다. 어떤 친구들은 해외에 나가기만 한다면 여행이든, 어학여수든 워킹홀리데이든 방법은 무엇이 되든 상관없다는 듯한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는 것 자체는 아무런 힘도 없다. '대학생'이라는 자격이 똑같은 여행을 다르게 느끼게 도와주진 않는다. 우리보다 20년 전의 대학생들만 해도 해외에 나가보는 것 만으로도 놀랍고 신기한 일이었지만 지금처럼 교류가 많아진 지금 해외에 나가는 것 자체로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오히려 집안에서 유튜브나 외국방송을 더 많이 본 사람이 더 글로벌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을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대학생때 여행과 직장인으로서 떠나는 여행이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면 느끼는 것도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시급으로 근근히 마련한 휴학생의 여행자금보다 졸업 후에 월급과 신용카드로 떠나는 취업자의 여행이 더 풍요롭고 행복할 수도 있다.


여행뿐만이 아니다. 노랑유형의 '노는 것'은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것'만 쌓여있는 경우도 많다. 한 2~3년 전에는 스페인 산티아고나 인도를 여행하는 것이 유행이었다면 이제는 자전거 여행을 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2~3년전에는 그림을 배우고 싶다던 아이들이 많았다면 요새는 캘리그라피나 플라워아트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고나면 이 목록은 바뀔 것같다.

자신이 정말 좋아서 놀고 싶은 것과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것'을 구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다보면 재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급 취미를 원하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해봤을 때 계속 계속 하고 싶어지는 것들만 하기에도 휴학이란 시간은 너무나 짧다.


생각해보기Q2 - 지금 하고 싶은 것이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것이 가장 멋져보여서는 아닌가요?


노랑유형의 고민에는 커다란 대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를 하고 취업을 하면 청춘은 끝난다는 생각이다. 요즘 언론과 매체는 연일 사회의 좋지 못한 면이 많이 보여준다. 대졸자 평균 연봉이 4천이 넘는다는 국가 기관의 설문조사 결과는 못믿겠지만, 그 기사에 달려있는 월급 180만원에 퇴근하기도 힘든 헬조선에 살고 있다는 이름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댓글은 더 믿음이 간다. 취업후의 상황이 전혀 녹록치 않은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노랑유형의 청춘에 대한 갈망은 취업준비도 취업후에도 전혀 자유롭지 않을 거라는 강한 확신에서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막연히 자유롭길, 막연히 대학생답길 원한다. 하지만 자유롭기만을 바라기 때문에 오히려 뻔하디 뻔한 계획을 짜고 만다. 여행, 사진, 음악 등 우리가 아는 범위에서만 자유롭고 동경하던 것들이 계획표에 등장한다. 혼동되지 않아야 할 것은 여행, 사진, 음악에 열정이 있다면 그건 노랑유형이 아니다. 열정이 있어서 미친듯이 하고 그것만 해내고 싶어한다면 그건 레드그룹에 가깝다. 막연히 예체능의 아름다운 분야로 열정은 없이 마음만 가는 것, 그건 반발심의 반응이고 사실은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른다는 뜻이 된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 방법들이 나 자신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그저 막연한 것들이라면 과연 이것을 한다고 청춘다운 시간을 즐길 수 있을까?


취업을 잠시 미루고 놀고싶어하는 노랑 유형의 휴학포인트는 2가지다.

첫째 '노는 것'의 숨은 가치가 없는지 확인해보자.
둘째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멋있어 하는 것이라서 생각만 하는 것인지 판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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