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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빨강 "하루라도 빨리 내 꿈에 도전하겠어!"

휴학고민유형 레드그룹 첫번째

by 도그냥
키워드) 꿈, 직업체험, 인턴, 자격증, 체험형 공모전, 창업, 열정 

자기계발에 대한 적극도 : ★★★★★
완벽주의적 성향 : ★☆☆☆☆


레드그룹은 적극적인 자기계발을 통해 뭐든 이겨내고 성공하고 싶은 그룹이다. 레드그룹에서 첫번째로 다룰 빨강 유형은 누구보다도 열정이 넘친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나가서 멀지 않은 미래에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목표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분명히 말할 줄 알고,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만하면 금방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다.

빨강 유형은 도전에 굉장히 몰입해 있고 시도자체에 대한 불안감은 적다. 문득문득 철석같이 믿는 내 꿈이 잘못된 길일까봐 겁을 내지만, 그건 빠른 성공이 늦어질까봐 내는 조바심이다. 같은 레드 그룹에 속하는 주황 유형이 완벽한 꿈을 찾을 때까지 발만 동동 거리는 거에 비해서는 행동력이 좋다. 학기 중에도 내가 성장할수만 있다면 뭐든 하려고 했던 경험 많고 욕심도 많은 유형이다.

빨강 유형의 강력한 행동력은는 '꿈'과 '열정'이 원동력이다. 꿈이 꼭 직업을 의미하는 거 아니지만 대체로 꿈으로 생각하는 '하고 싶은 직업'이 있고, 삶에 대한 로망이 있다. 하지만 이 '꿈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꿈은 방향타가 되는 북극성이 되기도 하고 짧은 시간 빛나는 오로라였거나, 알고보니 인공위성으로 전락할 때도 있다.


빨강유형 조언 첫번째
꿈도 공부하진 마라!

무역회사 취업이라는 꿈이 확고한 어떤 친구는 휴학하고 일단 무역관련 자격증부터 딸 생각이다. 주변에서는 고작 자격증때문에 꼭 휴학을 해야되냐고 묻지만, 본인은 확신이 있다. "저는 지금 확신이 있어요. 이 자격증부터 따고 어학을 배우고 나서 무역회사 인턴을 할거에요. 완벽한 계획 아닌가요?" 나는 웃으며 되물었다. "무역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싶나요? 알고있는 무역회사는 어디가 있어요?"

그 친구는 무역관련 자격증에는 빠삭했지만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무역회사라는 건 여러 조직과 구성원이 있을거고 영업조직도 있고 법무조직도 있을거고 포워딩만 담당하는 곳도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부의존증'이 많다고 한다. 실제 무언가를 시작해야할 때 이미 가장 손쉽게 해왔던 공부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현상을 말한다. ( 물론 이건 빨강 유형의 문제만은 아니다. 2장의 망하는 휴학 패턴에서 더 자세히 다룰 생각이다.)


빨강 유형에게 공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꿈’과 ‘자격증’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제목만 보고 열심히 공부한 자격증이 사실은 내가 할 업무와 전혀 관계가 없을 경우도 너무 많다.

꿈에 대한 열정을 공부로 쏟아붓는 것은 그런 점에서 위험하다. 내가 강연할 때 주로 예로 드는 것은 '베스킨라빈스31'이다. 수만가지 아이스크림 맛중에서 누군가가 '이웃나라의솜사탕'이라는 맛이 맛있다고 소문을 냈다. 하루에 100원 용돈을 받는 어린이가 베스킨라빈스를 먹으려고 무려 21일이나 돈을 모아서 베스킨라빈스를 찾았다. 막상 소문난 그 맛을 먹었는데 만약에 입에 안맞는다면 어쩌나? 아이는 다른 맛을 시도하려면 다시 21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좌절감 또한 아주 클 수 있다.

여기서 용돈은 휴학이라는 시간이고, 용돈을 모으는 노력은 자격증따느라 들어간 나의 열정이 된다. 즐겁게 먹을 수 없는 아이스크림인데도 돈이 아까워서 끝까지 먹어야 한다면 인생은 얼마나 불행할까?


그래서 베스킨라빈스31은 아이를 위해 '핑크스푼'을 준비해놨다. 아이가 힘들게 모은 돈을 맛없는 아이스크림에 낭비하지 않도록 미리 한입씩 맛을 보여준다.

레드유형의 꿈의 준비는 ‘핑크스푼’을 경험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일단 내가 사먹아이스크림부터 맛을 보고 내 돈을 쓸 지를 판단하는 게 먼저다.


빨강유형 조언 두번째
열정이 부족하진 않더라도
열정의 방향은 다를 수 있다


“왜요? 저는 제 꿈에 확신이 있는데도 그래야해요?”

대학교2학년에 재학중인 이 친구는 문화기획을 전공하고 있다. 학기중에도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하며 공연연출을 배우려고 했는데 여자라서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고민끝에 댄스팀 경력을 살려서 공연 퍼포먼스쪽으로 진로를 바꿨다.

"가고 싶은 회사들은 모두 1년이상의 현장 경험을 요구하고 있는데, 휴학을 하고 도전을 미리 해봐야될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만큼 잘해내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요. 그렇다면 열정이 부족한거겠죠?"


'열정'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빨강유형은 모든 실패의 원인도 열정의 문제로 생각한다. 내가 열정이 부족해서 이걸 해내지 못한다며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전형적인 '자기계발론'의 논리다. 나도 그랬다. 열정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 스스로를 절벽까지 몰아세우고는 했었다.


하지만 한 사건을 겪으면서 '열정'에도 방향성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의 첫번째 휴학. '영화감독'이라는 꿈이 있었다.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메가폰을 잡고 감독의자에 앉아있는 상상만으로도 신나는 기분이었다. 휴학을 하고 목표로 한건 프로덕션 연출부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시작만하면 성공은 당연한 거라는 생각까지 했다. 나는 충분히 열정적이었고 행동력도 넘쳤다. 미디어 관련 취업 사이트를 찾아내서 유료결제까지 해가며 구직을 위해 여기저기 이력서를 보냈고, 우여곡절끝에 뮤직비디오 연출부에서 일하게 되었다. 세컨드 조연출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나니 이제 다 된 것만 같았다. 가수 tim의 하루새라는 뮤직비디오에도 참여했다. 시놉시스라는 것도 짜고 촬영장소 헌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스스로 자신의 열정에 만족해가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제대로 가고 있는건지 의문이 들 때쯤 나는 내 위의 사수인 조감독님에게 지독한 메일한 통을 받았다.


"미준씨는 나의 열정테스트에서 탈락했어. 연출부는 열정이 제일 중요한데 미준씨에게서는 영상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지 않아. 나는 아직도 매일 '올드보이'를 돌려보면서 영상을 공부하는데 너는 도대체 뭘 하고 있니?"


장문의 이 메일은 내 멘탈을 위해 삭제해버렸지만 이 3줄의 문장이 아직도 머리 속에 박혀있다. 2통에 걸친 엄청난 장문으로 되어 있던 편지는 나에 대한 비난과 아주 혹독한 평가가 가득 담겨있었다.

당시 새벽까지 같이 준비하고 혼자서 장소헌팅을 다니면서 고생스러워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나는 당장에 그 곳을 그만두었다.


나는 내가 영화감독이 되기 위한 열정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막말을 들은 것 같아 화도 났다.다른 걸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열정에 대한 자신이 없어진 상태였다..뭔가 더 준비를 해야하나 마음만 답답했다.


그러다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나는 영화감독을 꿈꾸는데 영화를 안본다?!"

그날따라 TV에서는 봉준호감독이 얼마나 미친듯이 영화를 많이 보는지에 대해 나오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대부분의 영화인들 영화를 가리지않고 많이 보고 한편을 보더라도 열심히 분석해서 노트까지 적어가며 공부한다는 것을 들어봤던 것 같았다.

조감독님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영화를 보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열정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도 나는 영화인의 열정을 갖고있지 않았다. 꿈이라고 떠들어대면서 일단 연출부가 되는 것에만 집착했을 뿐이었다. 나의 열정은 '영화감독'의 본질 이 아닌 메가폰과 의자같은 외적인 것을 향해 있었고, 내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영화판을 진두지휘하는 프로듀싱을 하고 싶은 것이 나의 열정의 본질이었다.


휴학 후 원했던 꿈에 도전했을 때, 아무리 본인이 열정적이라고 해도 그 직업이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 열정이 부족해서 그런게 아닌가하고 기죽을 필요가 없다. 왜 나를 알아주지 않느냐고 화를 낼 필요도 없다.

그건 그냥 맞지 않는거다. 그 직업에 맞는 사람들이 갖춰야할 열정이 내가 가진 열정과 실제 방향이 다른 것 뿐이다. 나는 나의 열정의 본질에 맞는 곳으로 방향을 틀면 된다.


사실은 그런 경험 자체가 힌트다. 거기서 좌절하지 않고 나를 제대로 볼 수 있다면, 진짜 내 꿈으로 다가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그 일을 계기로 내가 정말 꿈꾸는 모습은 영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메가폰을 잡고 스탭들을 진두지휘하는 그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 일을 겪고나서야 내 꿈의 본질은 '기획'에 있음을 깨달았고 그 방향을 잡기위해 노력했다. 결국 지금도 업종은 다르지만 기획업무을 하고 있다.


빨강유형 조언 세번째
일시적인 열정에 속지마라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투자자 벤 호로위츠는 최근 콜롬비아대 졸업 축사에서 '자신의 열정을 따라가지 마라'는 충격적인 조언을 했다. ‘열정이 있는 것’과 ‘잘하는 것’을 비교하면서 열정에 속지말아야할 이유 4가지를 설명했다.


첫번째로 여러가지 열정 중에서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은 잘하는 것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보다 어렵다.

두번째로 열정은 시간에 따라 쉽게 변한다,

세번째로 열정이 있다고 해서 그 일을 반드시 잘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열정은 자기 중심적이라서 '성공'과 '열정'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된다.


그는 이 이야기를 통해 열정보다는 '잘하는 것'으로 세상에 나아가 꾸준히 성장하기를 강조했다. 꿈에 도취되어 조급한 성공을 생각하는 빨강유형에게 이 조언은 아주 유효하다.


친구는 방학을 이용해 해외에서 어학연수 중이었다. 여행지에 있던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커피를 내렸는데 너무 맛있었던 것. 친구들은 너무너무 소질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쁨이 밀려오고 바리스타가 된 자신을 상상했다. 힘들게 한국으로 돌아갈 필요없이 여기서 바리스타를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이 퐁퐁 샘솟았다.

밤새 바리스타에 대해서 검색만 해보다 이 친구는 나에게 메일을 보냈다. "내일이 휴학신청 기간인데 그냥 휴학하고 바리스타에 도전하는 게 어떨까요?"


사실 선택은 어느쪽으로 해도 어떻게 잘 풀릴지 장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열정 주기가 짧은 경우 이런 결정은 열정에 속아버리는 사태로 이어진다.

아주 잠시잠깐 반짝 타오르는 열정만으로는 빨강 유형이 정말 좋아하는 '성공'을 이루기 어렵다. 성공에는 왕도가 없다. 전문가가 되려면 적어도 10년은 투자해야하고, 언제나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은 차고 넘친다. 알고보니 내가 커피천재였다는 건 결론이 나본 후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도전은 언제나 자유선택이지만, 이 열정이 얼마나 갈지는 사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미친듯이 갖고싶던 가방도 한템포 쉬었다가 다시보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듯이 말이다.


단 하루의 경험에서 솟아나는 단기 열정에 속지말자.




열정적인 빨강 유형의 휴학포인트는 3가지다.

첫째 공부하지말고 겪어보고 판단하자
둘째 열정의 양으로 좌절하지 말고 나의 열정의 속성을 발견하자
셋째 울컥하는 열정에 속아서 조급해지지말자


*허가없는 불법 인용은 불허합니다.

*본 기고글의 저작권은 작성자에게 있습니다.

*대학교 학보지라도 제발 허가받고 인용해갑시다. 나중에 다 조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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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 고민보다는 액션하자!


들어가기 - 제대로 해보자, 휴학

#01. 스펙세대에게 휴학의 의미

#02. 휴학 레인보우 고민유형

#03. 빨강 "하루라도 빨리 내 꿈에 도전하겠어!"

#04. 주황 "꿈을 찾는다면! 정말 불태울거야!"

#05. 노랑 "취업 전에, 그냥 잠시 놀고 싶어"

#06. 초록 "뒤쳐지지 않게 나도 스펙을 쌓을거야"

#07. 파랑“나와 맞는게 하나도 없어!! 떠나갈래"

#08. 남색 "난 제대로 하는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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