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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Aug 28. 2022

47. 현재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꾸준히 글쓰기 위한 작고도 큰 300가지 물음표_2 (feat. 뉴닉)

엄마,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야?


네다섯 살쯤이었을까요, 저도 이런 귀여운 질문을 던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럼 '오늘'은 언제인가요? 너무 쉬운데 너무 이상한 질문입니다. 국어사전을 검색해봅니다. 오늘 : [명사]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날. 

여전히 모호합니다. 제가 정의를 내려볼게요.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한국표준시(UTC+09:00) 기준으로 날짜가 바뀌는 삶을 살고 있어요.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오후 11시 49분 8월 17일의 '오늘'은 8월 17일입니다. 그렇다면 12분 후인 오전 00시 01분 8월 18일은 '내일'이 되겠네요. 고작 12분 후가 내일이라니 새삼스럽게 조금 이상합니다. 오후 3시의 8월 17일과 오후 3시 12분의 8월 17일은 모두 같은 '오늘'이었는걸요. 



현재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생각나는 대로 '현재'의 기준을 하나씩 좁혀 보겠습니다.


1. 현재는 '내'가 포함되어 있는 순간입니다. 

'나'가 부재한 시점은 현재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내가 미처 태어나지 못한 2차 세계 대전이나, 혹은 우리 부모님들이 처음 만났던 순간들은 '나'의 기준에선 결코 현재가 될 수 없어요. 마찬가지로 2003년에 태어난 A라는 친구를 가정한다면, A에게 2002년 월드컵은 결코 현재가 될 수 없겠죠, 살아본 적이 없는걸요. 


2. 현재는 찰나, 즉 '점'입니다. 

수능 시험을 떠올려보세요. 1번과 3번 중 고민하던 당신, 1번에 마킹하고 답안지를 감독관에게 제출합니다. 3번으로 번복할 수 없어요. 오늘 점심 식사 메뉴로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하던 당신. 결국 짬뽕을 시키고 맛있게 먹어치웁니다. 오늘 점심 짬뽕을 먹지 않은 '나'로는 돌아갈 수 없죠. 여유로운 주말에 낮잠을 잘지, 달리기를 할지, 책을 읽을지 결심하고 실행할 수 있는 순간이 현재입니다. 2022년 8월 27일 15시 27분 28초에 왼손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릴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길지, 손톱 옆 각질을 뜯어낼지도 '현재'의 선택이겠죠.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지 선택할 수 있는 지금 바로 이 찰나가 현재입니다.  


3. 현재는 '점'이 아니라 '면'입니다.

세상엔 수많은 '나'가 있고, 수많은 '현재'가 있습니다. 카페에 앉아있는 저의 현재와, 제 맞은편 자리에 앉은 학생의 현재는 서로 상호작용합니다. 제가 갑자기 일어나서 소리를 지른다면, 그 학생의 현재에는 '카페 소리 지르는 미친 여자 때문에 잠시 눈 찌푸림'이라는 현상이 발생하겠죠. 그녀가 다른 카페로 가버리는 의사결정을 하도록 작용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우리의 현재와 현재, 심지어 지구 반대쪽 누군가의 현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현재는 점이 아니라 면입니다.


4. 현재는 '면'이 아니라 '삼차원'입니다.

제가 지금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며칠 전 '매주 글쓰기'라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목표를 세웠던 이유는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이 목표 지향적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이고,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갔기 때문이고, 원하는 대학을 들어간 건 학창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이고, 당시 공부를 열심히 한 이유는 초등학교 때 나를 무시하던 친구를 이기고 싶었던 것이고.... 과거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현재 '나'의 의사결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현재는 현시점 이전의 내가 행동한 삶이 누적되어 있고, 미래를 결정할 의사결정 능력을 가질 상태입니다. (저도 제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과거의 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고, 지금의 내가 없다면 미래의 나도 없겠죠. 그리고 지금의 나는 많은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결과입니다. 

그래서 제가 정의하는 '나'의 현재는

'나'가 태어난 시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의사결정을 해온 지금까지의 시간들.

  
그렇다면 현재는 결국, 태어난 직후부터 지금까지라고 할 수 있겠어요. 독자님의 현재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이신가요?

다음 질문은 좀 덜 철학적인 걸로 해볼래요.


119. 경마장의 말들은 은퇴하면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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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현) '일곱잔' 와인바 사장 @신사

       아웃도어 커뮤니티 컨텐츠 플랫폼 와이아웃 커뮤니티 팀장


(전) 

와디즈 경영추진팀 

와인 21 객원 기자,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독일 UN 사막화방지기구, FCMI팀

석유화학회사 환경안전경영팀

서울대학교 과학교육, 글로벌환경경영 전공

산림청 주관, 유네스코 - DMZ 지역 산림 생태 연구 인턴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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